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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미국인과 결혼한 이민 여성, 한국서 이혼 가능할까

중앙일보 2020.03.05 07:00

[더,오래] 배인구의 이상가족(91)

 

저는 25년 전에 미국으로 이민을 가서 그곳에서 남편을 만나 결혼하고 살았습니다. 특별하게 좋을 것도, 나쁠 것도 없이 딸 아이 하나 키우면서 살았습니다. 그런데 딸도 대학에 들어가서 독립하고 나니 한국에서 살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고, 다행히 남편이 저를 이해해줘서 저는 그 뒤로 거의 한국에서 거주했어요. 딸도 볼 겸 미국 시민권을 유지할 수 있는 정도만 미국에 다녀오곤 했습니다.

 
미국인 남편과 결혼해 살다가 자녀 독립 후 남편은 미국에서, 저는 한국에서 거주했어요. 그런데 몇 달 전 남편으로부터 이혼하자는 편지를 받았습니다. 미국이 아닌 한국에서 이혼소송을 할 수는 없을까요? [사진 Pixabay]

미국인 남편과 결혼해 살다가 자녀 독립 후 남편은 미국에서, 저는 한국에서 거주했어요. 그런데 몇 달 전 남편으로부터 이혼하자는 편지를 받았습니다. 미국이 아닌 한국에서 이혼소송을 할 수는 없을까요? [사진 Pixabay]

그런데 몇 달 전에 남편으로부터 청천벽력같은 편지를 받았습니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저는 한국에서 남편은 미국에서 살려면 이혼을 하자는 것입니다. 당장 딸아이에 물어보니 남편이 최근에 부쩍 이혼 이야기를 꺼냈다고 하더군요. 아마도 좋아하는 여자가 생겼나 봅니다. 만약 그렇다고 하더라도 저는 남편에게 위자료를 받을 생각은 없습니다. 미국 생활을 거의 정리하고 한국에 돌아온다고 했을 때 남편이 반대했다면 저는 이혼을 하고 왔을 테니까요. 남편이 제안한 재산 분할 문제도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혼을 미국에서만 해야 하나요? 지금 제가 살고 있는 한국에서 협의이혼이나 이혼소송을 할 수는 없을까요?
 
배인구 변호사가 답합니다
사례자는 미국 시민권자니 비록 우리나라에서 거주하고 있어도 법적으로는 외국인입니다. 남편은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미국인(외국인)이고요. 먼저 우리나라에서 이혼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법원에 재판관할권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보통은 상대방이 우리나라에 주소를 갖고 있습니다. 이것은 우리나라 사람이 외국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을 상대로 우리나라에서 소송하는 것과는 다른 문제입니다.
 
다시 말씀드리면 외국인이 외국인을 상대로 한 소송은 그 외국에서 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하지만 외국인 부부가 모두 한국에서 혼인한 후 한국에서 생활하고 있는데 이혼을 위해서 외국에서 재판하는 것은 어떤 관점에서 보더라도 비합리적이죠.
 
사례자와 남편이 모두 미국 국적이더라도 남편과 같이 기한을 정하지 않고 한국에 거주하고 있다면 우리나라 법원에서 이혼할 수 있습니다. 적용되는 법은 미국법이 원칙이지만, 대법원은 법정지법인 한국법을 적용한 경우도 있답니다. [연합뉴스]

사례자와 남편이 모두 미국 국적이더라도 남편과 같이 기한을 정하지 않고 한국에 거주하고 있다면 우리나라 법원에서 이혼할 수 있습니다. 적용되는 법은 미국법이 원칙이지만, 대법원은 법정지법인 한국법을 적용한 경우도 있답니다. [연합뉴스]

 
그래서 대법원은 국제사법 제2조가 제1항에서 “법원은 당사자 또는 분쟁이 된 사안이 대한민국과 실질적 관련이 있는 경우에 국제재판관할권을 가진다. 이 경우 법원은 실질적 관련의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 국제재판관할 배분의 이념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원칙에 따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어 제2항에서 “법원은 국내법의 관할 규정을 참작하여 국제재판관할권의 유무를 판단하되, 제1항의 규정의 취지에 비추어 국제재판관할의 특수성을 충분히 고려하여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그러므로 당사자 간의 공평, 재판의 적정, 신속 및 경제를 기한다는 기본이념에 따라 국제재판관할을 결정해야 하고, 구체적으로는 소송당사자들의 공평, 편의, 예측가능성과 같은 개인적인 이익뿐만 아니라 재판의 적정, 신속, 효율 및 판결의 실효성 등과 같은 법원 내지 국가의 이익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이러한 다양한 이익 중 어떠한 이익을 보호할 필요가 있을지 여부는 개별 사건에서 법정지와 당사자의 실질적 관련성 및 법정지와 분쟁이 된 사안과의 실질적 관련성을 객관적인 기준으로 삼아 합리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2010. 7. 15. 선고 2010다18355 판결 등 참조).
 
따라서 만약 사례자와 남편이 모두 미국 국적이더라도 남편과 같이 기한을 정하지 않고 한국에 거주하고 있다면 우리나라 법원에서 이혼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때 적용되는 법은 미국법이 적용되는 원칙이지만, 대법원은 법정지법인 한국법을 적용한 경우(대법원 2006. 5. 26. 선고 2005므884 판결)도 있답니다.
 
어느 나라 법을 적용하는가는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사례자는 위자료를 구할 생각이 없다고 하지만, 배우자의 부정행위를 원인으로 이혼소송을 하는 경우 위자료를 인정하지 않는 나라도 있답니다.
 
변호사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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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인구 배인구 법무법인로고스 가사·상속센터장 필진

[배인구의 이상(理想)가족] 어쩌면 힘들고, 아픈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를 웃고 울게 하는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그간 잊고 지냈던 가족의 의미를 되돌아볼 수 있지 않을까? 오랜 판사 경험을 가진 필자가 이 같은 고민을 함께 나눈다. 사생활 보호를 위해 일부 내용을 재구성·각색해 매주 가족 이야기를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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