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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세 영생 '상징' 투성이···이만희는 왜 요한계시록 집착하나
백성호의 현문우답

말세 영생 '상징' 투성이···이만희는 왜 요한계시록 집착하나

중앙일보 2020.03.05 06:30
백성호 기자 사진
백성호 중앙일보 종교전문기자 vangogh@joongang.co.kr
 
 
신천지는 이만희 총회장이 경북 청도에서 하늘의 계시를 직접 받았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신천지의 교리는 이만희 총회장이 지어낸 것이 아니라 온전히 하늘에서 내려온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런데 기독교 계열의 한국 신흥종교 이단사를 보면 ‘신흥 종교만의 독창적 교리’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역사 속에 이미 존재했던 온갖 이단 신흥 종교 단체들의 주장과 교리를 엮고 짜깁기한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이만희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 총회장이 2일 오후 경기 가평 신천지 평화의 궁전에서 열린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관련 기자회견에서 기자의 질문을 듣고 있다. [중앙포토]

이만희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 총회장이 2일 오후 경기 가평 신천지 평화의 궁전에서 열린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관련 기자회견에서 기자의 질문을 듣고 있다. [중앙포토]

 
신천지도 예외가 아니다. 신천지는 이만희 총회장이 하늘에서 내려온 별을 따라 영계(靈界)로 들어갔고, 거기서 책을 하나 받았다고 말한다. 그 책이 다름 아닌 ‘요한계시록’이다. ‘요한계시록’은 성경에서도 구약과 신약을 따라 가장 마지막에 배치된 복음서다. 그래서 성경 책의 맨 뒷부분이 ‘요한계시록’이다. 사도 요한이 그리스의 밧모 섬에서 유배당할 때 하나님의 계시를 받고 기록했다고 전해지는 계시록이다.  
 
요한계시록은 굉장히 강한 상징과 비유로 기록돼 있다. 이 때문에 “요한계시록은 수수께끼다” “요한계시록은 비밀의 문서다” “요한계시록은 말세를 미리 기록한 예언서다”라는 시각이 기독교 역사 속에서도 줄기차게 있었다. 우리나라에 존재했던 온갖 신흥종교들이 앞다투어 ‘요한계시록’에 집착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말세에 대한 비밀의 문’은 ‘구원에 대한 비밀의 문’으로 이어지고, ‘구원에 대한 비밀의 문’은 다시 ‘영생에 대한 비밀의 문’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요한계시록에 등장하는 네 마리 말에 대한 그림. 백마를 탄 이는 예수 그리스도를 상징한다. [중앙포토]

요한계시록에 등장하는 네 마리 말에 대한 그림. 백마를 탄 이는 예수 그리스도를 상징한다. [중앙포토]

 
이 때문에 이단 신흥종교 교주들에게 ‘요한계시록’은 굳이 비유하자면 ‘아서 왕의 엑스칼리버’ 에 해당한다. 영국 아서 왕의 일화에는 엑스칼리버라는 검이 등장한다. ‘바위에 꽂혀 있는 이 검을 뽑는 자가 왕이 된다’는 전승이 있지만 아무도 칼을 뽑지 못했다. 아무리 힘센 장사가 와서 애를 써도 엑스칼리버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결국 아서가 등장해 바위에 꽂힌 칼을 뽑고서 영국의 왕위에 올랐다.  
 
마찬가지다. 신흥 종교의 교주들에게 ‘요한계시록’은 일종의 엑스칼리버다. 계시록을 풀어내는 자가 왕 중의 왕에 오른다는 암묵적 정서가 신흥 종교계에는 있다. 수년 전에 기자간담회장에서 이만희 총회장을 직접 만난 적이 있다. 어깨를 약간 움츠린 채 앉아 있던 그는 그저 ‘지극히 평범한 시골 노인네’의 모습이었다. 속으로 ‘예상보다 왜소하네. 저런 사람이 어떻게 신천지라는 신흥 종교를 만들었을까?’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신천지 이만희 총회장은 올해 한국 나이로 90세다. 평범한 시골 노인으로 보이지만, 강당에서 설교를 할 때는 목소리부터 달라진다. [중앙포토]

신천지 이만희 총회장은 올해 한국 나이로 90세다. 평범한 시골 노인으로 보이지만, 강당에서 설교를 할 때는 목소리부터 달라진다. [중앙포토]

 
잠시 후에 이만희 총회장이 ‘요한계시록’ 이야기를 꺼냈다. 신천지와 요한계시록에 얽힌 설명을 이어가며 그는 서서히 돌변했다. 얼굴 표정과 목소리의 톤, 날카롭게 지르듯 쏟아내는 설교조의 강변에는 상당한 카리스마가 묻어났다. 지난 2일 경기도 가평의 신천지 연수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던 이만희 총회장은 그저 힘없고 무력한 할아버지의 모습이었다. 귀도 잘 들리지 않아 수행 비서의 도움을 청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판정 결과에 대해서도 “양성, 음성, 이런 거 이 사람은 잘 모릅니다”라며 세상 물정에 어두운 듯했고, 발음도 적잖이 웅얼웅얼했다.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다. 이만희가 강단에 서서 설교를 할 때는 사람이 달라진다. 90세라는 한국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다. 그날도 그랬다. 이만희 총회장은 “우리나라 기독교 목사 가운데 ‘요한계시록’을 풀어내는 곳이 있나? 없다. 한 군데도 없다. ‘요한계시록’은 오로지 신천지에서만 풀 수 있다. 하늘로부터 직접 계시를 받은 목자만 풀 수 있다”며 날카로운 목소리로 강변할 때도 그는 돌변했다.    
 
익명을 요구한 신천지 고위관계자는 “이만희 총회장이 영계에서 책을 받아오기 전까지는 ‘요한계시록’이 봉함돼 있었다. 이 총회장이 책을 받아 온 후에야 비로소 ‘요한계시록’의 봉함이 풀렸다. 그러니 ‘요한계시록’에 담긴 암호와 계시의 비밀을 풀 수 있는 열쇠가 어디에 있겠는가. 오직 신천지에 있다. ‘요한계시록’의 봉함은 신학적으로 접근하는 학문적 해석이 아니라 오직 하나님의 계시에 의해서만 풀 수 있다. 오직 신천지만 풀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천지는 이만희 총회장이 하늘의 계시에 따라 영계에 가서 '요한계시록'을 받아서 왔다고 주장한다. [사진 신천지예수교]

신천지는 이만희 총회장이 하늘의 계시에 따라 영계에 가서 '요한계시록'을 받아서 왔다고 주장한다. [사진 신천지예수교]

 
문제는 상징과 비유투성이의 요한계시록이 신천지에 의해 말세와 영생의 ‘성경적 근거’로 이용된다는 점이다. 요한계시록 6장 2절에는 ‘이에 내가 보니 흰 말이 있는데, 그 탄 자가 활을 가졌고 면류관을 받고 나아가서 이기고 또 이기려고 하더라’는 구절이 있다. 
 
 
백마를 탄 자는 예수 그리스도를 상징한다. 그런데 신천지에서는 '이긴 자'인 이만희 총회장이 백마라면, 재림하는 예수 그리스도의 영이 '백마 탄 자'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이만희의 육신과 재림예수의 영이 그렇게 하나가 된다고 강변한다. 이 때문에 신천지 행사에서도 이 총회장은 백마 탄 모습을 더러 연출했다. 그런데 백마를 탄 모습을 연출하며 사진을 찍고, 다시 계시의 주인공이 자신이라며 홍보에 활용했던 신흥종교의 교주는 이만희 총회장이 처음이 아니다. 이전에도 여럿 있었다. 그런데도 신천지 교인들은 다른 교주들이 이미 백마를 탔던 사진들을 보면 충격을 받는다고 한다.  
 
신천지는 또 요한계시록 7장과 14장에 등장하는 ‘이마에 인(도장) 맞은 14만4000명’이란 대목을 끌어와 “말세 때는 신천지 생명책에 기록된 14만4000명이 구원을 받는다”고 주장한다. 신천지 교인 수는 24만5000명이다. 10만 명이 초과한 숫자다. 신천지 교인들은 왕 같은 제사장이 되는 ‘14만4000명’ 안에 들기 위해 내부적으로도 치열한 경쟁을 치른다고 한다.
 
이만희 총회장이 내연녀였던 김남희 씨와 신천지 체전에서 혼인잔치를 하는 모습. [중앙포토]

이만희 총회장이 내연녀였던 김남희 씨와 신천지 체전에서 혼인잔치를 하는 모습. [중앙포토]

 
신천지는 육신 영생 신앙을 주장한다. ‘육신을 가진 채 영원히 산다’는 교리다. 말세 때 하늘에서 14만4000에 해당하는 기독교 역사 속에서 순교한 영이 내려와 14만4000명의 신천지 구원 대상과 결합한다고 믿는다. 다시 말해 하늘의 영과 땅의 육신이 결혼해 영원히 산다는 주장이다. 육신을 가진 채로 말이다. 그런데 이런 육신 영생 주장도 신천지가 처음은 아니다. 영생교의 조희성 교주도 육신 영생을 주장했으나 결국 사망했다.  
 
신천지의 육신 영생 주장에서 흥미로운 점은 이만희 총회장은 ‘결혼 대상’이 다르다는 점이다. 일반 교인들은 순교한 영 14만4000명과 결합하는데, 신천지 12지파장은 12사도의 영과 결합한다. 또 이만희 총회장의 육신은 재림하는 예수 그리스도의 영과 결합하게 된다. 신천지 고위관계자는 “이만희 총회장이 지금은 모세나 아브라함 같은 선지자일 뿐이지만, 말세 때는 재림 예수와 한 몸이 된다”고 강조했다.  
 
김남희 씨가 병원에서 이만희 총회장이 탄 휠체어를 밀고 있다. [사진 김남희]

김남희 씨가 병원에서 이만희 총회장이 탄 휠체어를 밀고 있다. [사진 김남희]

신천지 이만희 총회장이 내연녀였던 김남희 씨가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중앙포토]

신천지 이만희 총회장이 내연녀였던 김남희 씨가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중앙포토]

 
2년 전까지 ‘신천지 2인자’로 불리던 김남희 씨는 최근 이만희 관련 폭로전을 이어가고 있다. 김 씨는 지난달 16일 “이만희 교주가 신천지 간부들에게도 비밀에 부친 채, 나와 단둘이서만 영동세브란스 병원과 조선대 병원에서 척추협착증 수술을 받았다”며 당시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 속에서 이만희 총회장은 복대를 한 채 링거를 맞고 있었다. 말세 때 재림하는 예수의 영과 결합할 육신인데, 척추협착증 수술을 받는다는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는 게 꽤 부담스러웠던 모양이다.  
 
신흥종교는 교주의 사망이 절대 변수로 작용한다. 교세가 확 꺾이는 결정적 계기가 될 때가 많다. 신천지도 마찬가지다. 이만희 총회장은 올해 한국 나이로 90세다. 말세와 육신 영생을 주장하는 이만희 총회장이 사망할 경우 조직의 와해는 불 보듯 뻔하다. 더구나 신천지는 후계자도 없다. 영생을 주장하는 까닭에 후계자를 뽑을 수가 없다. 추종자에 의한 내분도 생길 수 있다. 어쨌든 조직이 급격히 쪼그라드는 일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2일 경기도 가평군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평화의 궁전에서 이만희 총회장이 기자회견을 마치고 가면서 엄지 손가락을 올려 보이고 있다. [중앙포토]

2일 경기도 가평군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평화의 궁전에서 이만희 총회장이 기자회견을 마치고 가면서 엄지 손가락을 올려 보이고 있다. [중앙포토]

이만희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총회장이 2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보건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체 검사를 받기 위해 차량에 탑승한 채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이만희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총회장이 2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보건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체 검사를 받기 위해 차량에 탑승한 채 이동하고 있다. 뉴스1

 
그 와중에 ‘말세와 영생’에 자신의 삶을 걸었던 사람들은 어찌 될까. 신천지의 60%에 해당한다는 그 많은 청년은 어찌 될까. 가족이나 학업, 직장보다 최우선 순위라며 ‘말세와 영생’에 베팅한 이들의 낭패감은 어찌 될까. 
 
'요한계시록'에 기록된 계시적 표현을 상징으로 보지 않고, 문자 그대로 해석하며 '말세와 육신 영생'을 주장하는 이만희 측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 아울러 신천지 교인에게도 묻고 싶다. 그들에게 과연 말세와 영생이 ‘인생 역전’ 혹은 ‘한 방의 로또’라는 심리가 없었을까. 14만4000명에 들어가면 육신을 가진 채 영생하고, 왕 같은 제사장이 되어, 전 세계에서 돈을 들고 신천지를 공부하고자 찾아오는 이들이 구름처럼 많을 것이라는 계시에 대한 기대감과 욕망이 없었을까. 개신교에서는 신천지 자산이 약 5000억 원이라고 본다. 신천지에 20년 넘게 몸을 담았다가 탈퇴한 신현욱 목사는 "신천지는 교회 자산과 헌금 내역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어쩌면 신천지는 욕망이 욕망을 잡아먹는 곳이다. 육신을 가진 채 영원히 산다는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욕망 말이다. 나는 묻고 싶다. 그 욕망을 무너뜨리지 않고서 우리가 과연 예수를 만날 수 있을까. 그런 욕망을 안은 채 과연 십자가를 통과할 수 있을까. 십자가를 통과하지 않고서 어떻게 하늘에 닿을 수 있을까.  
 
백성호 종교전문기자 vangog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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