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천재지변에도 환불 없다"…코로나로 행사 취소해도 대관료 못 돌려받아

중앙일보 2020.03.05 06:00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확산되고 있는 지난달 2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 전시홀 입구에 제37회 베페 베이비페어 취소를 알리는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확산되고 있는 지난달 2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 전시홀 입구에 제37회 베페 베이비페어 취소를 알리는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대형 컨벤션 센터에서 매년 열리던 전시ㆍ박람회 행사가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 행사가 한번 열릴 때 수천개의 부스가 차려지는 공간 규모를 고려하면 대관료만 수억대에 달한다.  
 

서울리빙디자인페어, 세미콘코리아 등
코로나에 대형 전시행사 줄줄이 취소
대관료 및 위약금 둘러싸고 업계 대혼란
"창사 이래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

지난달 5~7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릴 예정이던 반도체 국제 행사인 세미콘 코리아는 전관을 대여, 550개 글로벌 기업이 2200개 부스를 차릴 계획이었지만 1월 31일께 취소했다. 코엑스의 전관 일일 대관료는 1억원이 넘는다. 3~4일의 행사라도 부스 설치 및 철거 기간을 잡으면 일주일가량 공간을 빌려야 한다. 
 
이달 11일부터 나흘간 코엑스에서 열릴 예정이던 서울리빙디자인페어도 지난달 24일께 행사를 취소했다. 23일 정부가 코로나 위기경보를 ‘심각’ 단계로 격상한 데 따른 조치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 처음 있는 일, 상상도 못 했던 일”이라며 대관료를 비롯한 각종 위약금을 둘러싸고 갑론을박을 펼치고 있다.  
 

수억 원대 대관료, 환불받을 수 있을까     

지난달 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의 한산한 모습. [연합뉴스]

지난달 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의 한산한 모습. [연합뉴스]

결혼식장을 비롯해 코로나 사태로 인한 행사 취소로, 위약금 분쟁이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다. 천재지변일 경우 환불한다는 규정에 따라서 ‘천재지변이냐, 아니냐’가 공방의 핵심이다. 그런데 대형 컨벤션 센터에서 열리는 대관 행사는 환불규정이 명확하지 않다.  
 
코엑스 측은 “‘천재지변일 경우 양사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게 계약 조건”이라고 설명한다. 이에 따르면 천재지변으로 인정되더라도 못 돌려받는다. 한 전시업계 관계자는 “코엑스를 상대로 환불 관련 소송이라도 했다가 다음 전시에서 공간 배정받을 때 불이익당해 돌려 달라는 소리도 못한다”고 하소연했다.    
 
전시업체는 통상 2년 전부터 공간 임차 계약을 맺는다. 계약금-중도금-잔금(행사 1~2주 전)으로 나눠 낸다. 행사를 취소하면 낸 돈을 못 받는다. 문제는 공간 임대인-전시 주최자-참여 기업-부스 제작업체로 이어지는 파급효과다.  
지난해 코엑스에서 열렸던 제24회 서울리빙디자인페어 현장 전경.  [중앙포토]

지난해 코엑스에서 열렸던 제24회 서울리빙디자인페어 현장 전경. [중앙포토]

전시 주최자는 3m×3m 부스 하나당 약 250만~300만원을 받고 참가업체에 대여한다. 참가기업들은 부스 대여비를 내고 부스 인테리어 제작을 한다. 코엑스만 해도 관련 제작업체가 300개가 있다. 참가기업들이 해외업체라면 전시품을 배편으로 보내고 방한해 행사장 근처에서 숙박하게 된다.  
 
이병윤 한국전시주최자협회 전무는 “모든 게 세팅된 행사 직전에 이렇게 갑작스럽게 행사가 줄줄이 취소된 적은 사상 처음”이라고 말했다. 또 “5월까지 전국 단위로 행사가 취소됐을 때 전시주최업체 피해액만 1100억원으로 추산된다”며 “참여기업·제작업체 등의 피해액은 집계할 엄두조차 나지 않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행사 취소를 둘러싼 귀책사유도 공방 꺼리다.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위기 경보를 ‘심각’으로 격상시키고, 대중 행사 개최 연기 및 자제를 권고한 정부 책임으로 보기에도 한계가 있다. 정부가 권고한 것이지 강제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문 닫힌 중소기업 장터, 4조 원대 전시산업 휘청   

 
전시산업진흥회의 국내 전시산업 현황 통계(2018년)에 따르면 국내에서 한 해 열리는 전시회 수는 615건이다. 전시사업체는 2770개로, 종사자 수는 2만1074명이다. 이들의 한 해 매출액은 4조1634억원에 달한다. 영화산업 매출액(2조3764억원)보다 크다. 전시회를 통해 수출계약을 맺는 액수가 3조5525억원에 달한다.
 
전시업계 관계자는 “대규모 전시ㆍ박람회는 중소기업의 수출 장터인데 장터가 닫히니 산업 자체가 휘청이고 있다”며 “창사 이래 그야말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를 경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