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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확산 ‘주범’된 신천지, 檢 만지작…왜? ‘구원파 트라우마’

중앙일보 2020.03.05 05:00
지난 2일 경기도 가평군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평화의 궁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만희 총회장이 관계자와 대화하고 있다.[연합뉴스]

지난 2일 경기도 가평군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평화의 궁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만희 총회장이 관계자와 대화하고 있다.[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여권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의 ‘주범’으로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를 지목하며 연일 검찰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검찰 안팎에서는 혐의 입증이 결코 만만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 잇따른다. 우선 신천지의 명단 제출 행위와 확진자 속출을 연결 짓기가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지난 세월호 참사에서 정권의 요구로 떠밀리듯 착수했던 구원파 수사가 결국 실패로 돌아간 경험도 언급된다.
 

검찰 수사 쟁점은  

우선 검찰이 수사 중인 신천지 관련 사건은 크게 2가지 갈래다. ▶신천지 측이 코로나19 역학조사에서 의도적으로 거짓 자료를 제출해 피해 확산을 불러왔는지 ▶이만희(89) 총회장의 개인비리 혐의가 있는지다.  
 
특히 전체 확진자의 절반 이상이 신천지 교회 신도들로 조사되면서 지자체들은 연이어 ‘신천지 책임론’을 꺼내 들었다. 서울시는 이 회장과 12개 지파 지파장들을 살인 및 상해,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대구시도 신천지 대구교회 총무 등을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신천지 수사…법조계 “쉽지 않다”  

그러나 어느 쪽이든 혐의 입증이 어렵다는 게 검찰 안팎의 중론이다. 살인죄와 상해죄 모두 고의를 전제로 한다. 미필적 고의도 ‘결과 발생의 가능성에 대한 인식은 물론 결과 발생을 용인하는 의사가 있어야 한다’는 게 대법원 판례다.  
 
따라서 이 같은 혐의로 고발하는 것 자체가 ‘무리수’였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소속 권경애 변호사도 박원순 서울시장을 겨냥하듯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권 변호사는 “사태의 책임을 지울 희생양을 찾는 현대판 마녀사냥식 폭력”이라며 “감염병 재난 정국에서 튀어보려는 정치인들의 공포스러운 쇼맨십”이라고 비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추미애 법무부 장관 등 여권 성향 인사들은 일제히 검찰의 강력한 신천지 교단 수사를 촉구했다. [연합뉴스˙뉴스1]

박원순 서울시장,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추미애 법무부 장관 등 여권 성향 인사들은 일제히 검찰의 강력한 신천지 교단 수사를 촉구했다. [연합뉴스˙뉴스1]

 
이와 함께 감염병예방법 위반 역시 입증하기 까다로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우선 지자체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의 관점이 다르다는 것부터 난관이다. 고발한 지자체들은 신천지 측이 고의로 신도 명단을 누락하거나 제공을 거부했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그러나 중대본은 지자체들이 중대본 확보 명단과 크로스체크도 안 된 상황에서 고발부터 해 처지가 난감하게 됐다는 반응을 내놨다. 또 중대본은 지자체가 확보한 신천지 명단과 신천지에서 낸 자료가 대체로 다르지 않다는 관점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고의’로 명단을 누락했다는 정황이 입증되기 어려운 상황인 셈이다.
 
이에 대구 경찰은 신천지 대구교회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검찰에 신청했지만 청구되지는 않았다. 이 역시 신천지의 신도 명단 누락 등에 고의성이 있는지에 대한 소명과 방해 행위가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않았다는 게 이유가 됐다.
 

세월호 유병언 ‘트라우마’도  

특히 검찰 내부에서는 코로나19 확산의 책임을 돌릴 정부의 ‘희생양’이 필요한 시점인 만큼 무리한 수사를 벌이다 성과를 내지 못하면 오히려 검찰이 희생양이 될 것이란 우려가 높다. 이에 언급되는 것이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구원파 수사 실패의 경험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사태 초기부터 “‘수사를 위한 수사’보다 ‘방역 당국 행정에 협조하는 수사’가 돼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 역시 이 같은 인식의 연장선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故)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장남 대균씨. [중앙포토]

고(故)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장남 대균씨. [중앙포토]

당시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한 여권은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검거와 엄벌을 지시했다. 이에 검찰이 정권의 요구에 떠밀리듯 수사에 나섰지만, 유 전 회장 신병 확보는 수포가 되었다. 검찰은 거센 후폭풍을 고스란히 떠안았다. 사상 최대의 인력인 검·경·군 연인원 145만 명이 동원돼 전국을 샅샅이 뒤졌음에도 유 전 회장은 40일여일 뒤에서야 은신처 근처에서 변사체로 발견됐다. 
 
더군다나 유 전 회장이 세월호의 선사인 청해진해운을 소유한 것과 달리 신천지와 관련해 수사할 기업 비리 자체가 없다는 것도 난관이다. 특히 지난해 경기 과천경찰서가 이만희 총회장의 계좌와 신천지 회계장부 등을 살펴본 뒤 무혐의로 검찰에 불기소 송치한 만큼 교회 자금을 빼돌렸다는 결정적 증거가 추가로 발견되지 않는 이상 기소가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유 전 회장의 자녀들은 검찰 수사를 통해 수십억~수백억원대 회삿돈을 횡령한 정황이 드러남에 따라 재판에서 실형과 거액의 추징금을 선고받았다.
 
김수민·박사라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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