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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례연대’ 외치는 정치개혁연합…‘가설정당’ 9년 전 조국·노회찬도 제안

중앙일보 2020.03.05 05:00
4·15 총선에서 진보 진영의 비례대표용 연합 정당으로 추진되고 있는 정치개혁연합(집행위원장 하승수)의 뿌리에는 ‘주권자 전국회의’(전국회의)라는 조직이 있다. 정치개혁연합 제안 발기인 명단에 다수의 전국회의 출신 인사들이 포함돼 있어서다.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흥사단에서 열린 '미래한국당 저지와 정치개혁완수를 위한 정치개혁연합(가칭) 창당 제안' 기자회견에서 조성우 주권자전국회의 상임공동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흥사단에서 열린 '미래한국당 저지와 정치개혁완수를 위한 정치개혁연합(가칭) 창당 제안' 기자회견에서 조성우 주권자전국회의 상임공동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동 창당준비위원장을 맡은 조성우 상임공동대표를 비롯해 김병준(새로함께 상임대표)·양춘승·정해랑·허상수·현무환 공동대표가 발기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 밖에 함세웅 신부, 김삼렬 독립유공자유족회장,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 문국주 6월 민주항쟁계승사업회 이사장, 양길승 전 녹색병원장, 이구홍 전 재외동포재단 이사장, 이래경 사단법인 다른백년 이사장, 정병문 서울대 민주동문회장, 하상윤 겨레의길 민족광장 대표, 홍수표 개천민족회장 등이 전국회의 출범 초기(2017년 4월) 임원이다.
 
전국회의의 전신은 2015년 결성돼 함세웅 신부가 이끌던 민주주의국민행동이다. 결성 목적은 ‘박근혜 정권 퇴진’이었는데,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속 촛불 집회를 계기로 같은 해 4월 여러 시민사회단체 인사들이 모여 재편됐다.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에는 ‘완전한 적폐청산, 국가 대개혁’을 표방했다. 전국회의는 2017년 4월 출범 전 준비위원회를 만들고 몇 가지 결의를 했는데, 여기에는 ▶당시 야당과 시민사회의 연대로 ▶‘민주평화 공동정부’를 수립한다는 목표가 명시돼 있다.
 
함세웅 신부. [연합뉴스]

함세웅 신부. [연합뉴스]

박준의 전국회의 기획팀장은 4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국가 대개혁을 위해서는 정권뿐만 아니라 국회도 개혁돼야 하고 수구 적폐세력을 최대한 약화할 수 있는 방법을 구상하면서 정치개혁연합이라는 제안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정치개혁연합에 참여한 외부인사 중 한완상 전 교육부총리, 배우 문성근씨는 각각 대표적인 친DJ(친김대중), 친노(친노무현) 인사라 더불어민주당과 인연이 각별하다.
 
선거를 앞두고 '범(汎)진보 연대' 움직임은 18대 대선과 19대 총선을 앞두고 있던 2011년에도 활발했다. 대표적인 단체가 문재인 대통령,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이 상임대표를 지낸 ‘혁신과 통합’(혁통)이다. 당시 정권교체를 위해 야권통합을 추진했던 혁통에는 민주당 남인순 최고위원, 김두관 의원, 이용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 현 여권 인물이 다수 포진했다.
 
2011년 서울대 교수 시절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중앙포토]

2011년 서울대 교수 시절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중앙포토]

혁통 출범 전후로는 실제 진보세력 연대를 통한 집권 계획의 하나로 ‘페이퍼정당’(가설정당) 설립 제안이 나오기도 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2011년 11월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진보개혁진영의 정당 지도자와 시민정치세력의 인사들이 가설정당을 설립하고, 그 안에서 국민경선을 치르자”고 했다. 앞서 2011년 3월에도 고(故)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한 토론회에서 “선거연대를 위해 일시적으로 가설정당을 만들고, 국민참여경선으로 총선·대선 후보를 뽑은 뒤 다시 소속 정당으로 복귀하자”고 제안했다.
 
이 같은 논리는 이번 총선을 앞두고 “범진보가 결집해 보수 정당의 과반 의석을 저지하자”는 정치개혁연합의 출범취지·방법론과 대동소이하다. 
 
이와 관련, 하승수 정치개혁연합 집행위원장은 이날 중앙일보와 만나 “각 정당의 비례대표 후보들이 연합 정당 소속으로 당선된 후에는 각 정당으로 복귀하는 것이 기본 전제”라고 말했다.
 
하승수 정치개혁연합 집행위원장이 4일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하승수 정치개혁연합 집행위원장이 4일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정의당 안에서는 비례 연합 정당 참여 여부를 두고 갑론을박이 오간다. 
“정의당에도 나쁠 게 없다. 더 열악한 소수정당이 원내에 진입한다면, 정의당과 소수정당이 함께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다.”
 
일부 인사들은 민주당은 빼고, 정의당의 독자노선을 주장한다. 
“각 당 내부에서도 견해가 다양한 것 같다. 연합 정치나 연합 정당이란 개념이 생소하기 때문이다. 준연동형 비례제라는 선거제가 있는 이상 연합 정치는 불가피하다. 총선이 끝나면 정당만이 비례 명부를 내도록 한 선거법도 개정해야 한다.”
 
미래통합당의 비례정당(미래한국당)과 다른 게 있나. 
“미래한국당은 선거 후 흡수·통합이 예정된 위장사업체다. 반면 연합 정당은 평소 독자 활동을 하다가 선거 때 필요에 따라 협력·연합했다가 선거 후 다시 독자 활동으로 돌아가는, 정당정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유형이다.”
 
각 정당은 자체 비례 명부를 포기해야 하나.
“그렇다. 다만, 연합 정당의 명칭에 각 정당의 이름을 병기하는 방법 등 다양한 대안이 있다.” 
 
연합 비례 명부의 순번은 어떻게 정하나. 
“정해진 규칙은 없다. 각 정당끼리 합의해서 정할 수밖에 없다. 다만, 청년들이 앞 순번을 받으면 좋겠다는 희망은 있다. 원칙만 정해지면, 비례 명부를 제때 제출하는 건 어렵지 않다.”
 
민주당 외곽에서 자생한 신생 정당과도 연합하나.
“전혀 별개다. 정봉주 전 의원 측과는 아예 소통하지 않고 있고, ‘시민을 위하여’는 아는 분들이 있어 소통은 하고 있다. 정치개혁연합은 시민사회 원로들이 미래한국당 저지를 위해 판을 깔자는 취지로 시작된 것일 뿐 출마에는 관심이 없다.”
 
하준호·석경민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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