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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비례 빅텐트' 무게···정의당 설득 관건은 '비례 무공천'

중앙일보 2020.03.05 05:00
범여권 빅텐트는 펼쳐질 것인가.

함세웅 신부, 한완상 전 부총리 등 재야 원로들이 주축이 된 ‘정치개혁연합’(가칭)이 3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창당준비위원회 설립을 신고하면서 범여권이 참여하는 비례대표용 가설 정당 논의가 더욱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연합론자들은 “미래한국당이라는 위장정당 꼼수에 맞설 국민의 한 수를 두자는 것”(하승수 정치개혁연합 공동집행위원장)이라며 민주당ㆍ정의당ㆍ민생당 등 범여권 원내 정당과 녹색당ㆍ미래당 등 진보 성향의 원외 정당에 동참을 촉구하고 있다. 비례 연합 정당 체제로 4.15 총선에 뛰어들려면 16일까지 후보자 추천 절차가 포함된 당헌ㆍ당규를 선관위에 제출해야 한다.
'미래한국당 저지와 정치개혁 완수를 위한 정치개혁연합(가칭) 창당 제안' 기자회견이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동숭동 흥사단 강당에서 열렸다. 하승수(오른쪽) 변호사가 민주화 운동 원로들과 시민사회 인사 등과 함께 제안발언 하고 있다. [뉴시스]

'미래한국당 저지와 정치개혁 완수를 위한 정치개혁연합(가칭) 창당 제안' 기자회견이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동숭동 흥사단 강당에서 열렸다. 하승수(오른쪽) 변호사가 민주화 운동 원로들과 시민사회 인사 등과 함께 제안발언 하고 있다. [뉴시스]

연합론자들의 제안은 기존 원내외 정당들이 모두 자체 비례대표 후보 공천을 포기하고 비례 연합 정당에 후보자를 모은 뒤 비례대표 후보 명부를 공동으로 작성해(연합 명부) 선거를 치르자는 것이다. 이 구상에 따르면 각 당의 몫을 나눈 뒤 일정한 절차에 따라 후보 순위를 정하고 선거가 끝나면 당선된 의원들은 셀프 제명 절차를 거쳐 각 당에 복귀하거나 별도의 교섭단체로 남는다.
 

범진보 파이는 늘어날까

기존 정당들의 연합 정당 참여 가능성은 지금보다 범여권의 파이가 늘어날 때 열린다. '미래통합당+미래한국당'의 과반 의석 저지라는 명분도 군소 정당들의 원내 진입 또는 의석수 확대라는 실익도 파이가 커질 때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1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정당 투표 의향 조사 결과를 원용하면, 비례대표 예상 의석수는 미래한국당이 27석을 차지하게 되는 반면, 민주당은 7석, 정의당은 9석, 민생당과 국민의당은 1석과 3석에 그친다는 계산이 나온다. 민주당과 통합당이 모두 지역구에서 100석 이상을 차지하고 각각 40%와 38%, 정의당이 13%, 민생당과 국민의당이 각 4%의 정당득표를 차지한다고 가정했을 때 나오는 수치다. 범여 원내 3당이 연합 정당에 참여하고 각 정당의 정당득표율이 손실 없이 합산된다면 57%를 득표해 비례대표 의석수는 27석까지 늘 수 있다. 반면 미래한국당은 18석 정도로 쪼그라든다. 흩어지면 죽고 뭉치면 산다는 게 연합론자들의 계산법이다.
 
공개적으로 표현하진 않지만 민주당도 내심 긍정적이라고 한다. 현재 상태로는 비례대표 기대의석이 6~7석에 불과한데 연합 명부에서도 비슷한 수를 챙길 수 있고 지역구 선거에선 1당 지위를 두고 통합당과 1대1 승부를 펼칠 여지가 생긴다. 민주당의 한 핵심당직자는 “아직 지도부 차원의 논의는 없다”면서도 “연합 정당에 정의당이 왜 안 들어가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오른쪽)가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선교 미래한국당 대표의 비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규탄하고 있다. [뉴스1]

심상정 정의당 대표(오른쪽)가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선교 미래한국당 대표의 비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규탄하고 있다. [뉴스1]

정의당의 선택은

연합 정당 시도가 미래한국당과 다를 바 없는 ‘민주당의 위성정당’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려면 정의당의 참여가 대전제다. 하 위원장도 정의당의 참여를 “굉장히 중요한 전제조건”이라고 말했다. “연합당에 참여하면 정의당 파이도 늘고 녹색당ㆍ미래당ㆍ시대전환 등 청년정당에게 문을 열어주는 진보진영의 맏형이 될 수 있다”는 게 연합론자들의 정의당 설득 논리다. 그러나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4일 정치개혁연합 측에 참여 불가 입장을 통보했다고 한다. 김종대 정의당 수석대변인도 “선거제 개혁의 취지를 훼손하는 위성정당 창당에 단호히 맞설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왜일까. 윤영상 정의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연합 정당에 흡수되는 순간 정의당의 존립근거가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심 대표를 제외하면 당선 가능성이 높은 지역구가 거의 없는 정의당은 이미 비례대표 선거에 사활을 걸고 있다.
 
윤 위원은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민주당이 7석 정도를 기대하는 병립형 비례대표까지 포기하고 정당투표에서 군소 정당 지지를 적극 호소한다면 지역구별 후보단일화 등 선거연대를 모색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그게 선거제 개혁의 취지를 살리는 유일한 길”이라고 말했다. 파이가 늘어날 것이라는 연합론자들의 주장에도 정의당 지도부는 회의적인 상태다. 심 대표의 한 측근은 “연합 정당은 어떻게 해도 민주당의 위성정당이라는 국민들의 인식을 깨지 못할 것”이라며 “정의당 지지자 다수는 여전히 비례 연합에 반대하고 있어 1+1은 2가 아니라 1.5에도 못미칠 것이라는 게 심 대표의 현실 인식”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참여연대ㆍ경실련 등 570개 시민사회단체가 묶인 ‘정치개혁공동행동’은 지난 3일 “비례대표 위성정당 창당을 논의하는 것 자체가 선거법 개정의 취지를 훼손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의당 일각에선 연합 정당 참여 불가피론이 조금씩 확산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왼쪽)와 이인영 원내대표가 2일 국회에서 열린 정치·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대화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왼쪽)와 이인영 원내대표가 2일 국회에서 열린 정치·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대화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관건은 민주당 ‘비례 무공천’

정의당 내 온도차가 감지되는 가운데 비례 연합 정당 합류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이 4일 나왔다.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다양한 부분에서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며 “정치개혁연합도 있지만 소수 진보정당이 어떤 형태로라도 국회에 진출해 자기 다양한 목소리를 낸다는 게 원 목표”라고 말했다. 이날 공식 브리핑에서 “정의당은 비례용 위성정당 창당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은 김종대 수석대변인도 앞서 라디오 인터뷰에서는 “민주당이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범개혁진보 진영이 이대로 미래한국당에 다 헌납하고 말 것이냐는 문제제기를 한다면 진정성 있게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정의당에서 거론하는 ‘민주당의 기득권 포기’란 최재성 민주당 의원이 주장하는 ‘비례 무공천’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민주당이 지역구 선거에 올인하고 비례대표 정당투표는 진보개혁진영 군소 야당에 몰아줘야 한다는 것으로,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의 ‘전략적 분할투표론’과도 궤가 같다.
 
끝내 정의당 불참시 민주당이 할 수 있는 선택은 연합 정당이나 민주당 위성정당을 자처하는 창당준비세력들 중 하나를 위성정당으로 택하거나 비례대표 후보를 내지 않고 군소정당의 정당득표를 돕는 대신 격전지 범여 후보단일화로 지역구 의석수를 극대화하는 방법이다. 먼저 노골적으로 위성정당을 선택하는 것은 “어렵게 만든 선거제를 스스로 짓밟는 격”(민주당 초선 의원)이라는 안팎의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그러나 후자도 쉽지 않은 길이다. 여권의 한 핵심인사는 “이미 비례대표 공천을 신청한 사람이 128명이고 심사 결과 48명으로 추렸는데 연합 정당에 참여하지도 않으면서 병립형 비례를 포기하는 건 지나친 모험”이라고 말했다. 이때문에 민주당이 비례 후보는 예정대로 내되 정당투표 권유는 군소정당 중심으로 하는 시나리오도 검토되고 있다. 범여권에 백가쟁명이 불붙는 상황에서 정치권의 시선은 이해찬 민주당 대표를 향하고 있지만 이 대표는 아직 입을 열지 않고 있다.
 
임장혁ㆍ정진우 기자 im.janghy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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