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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휴교, 남편은 재택근무…코로나 사태에 주부들 "삼시세끼 가장 큰 걱정"

중앙일보 2020.03.05 05:00
4일 서울 중구 충무초등학교에 긴급돌보교실을 이용하려는 한 초등생과 학부모가 같이 들어가고 있다. 김홍범 기자

4일 서울 중구 충무초등학교에 긴급돌보교실을 이용하려는 한 초등생과 학부모가 같이 들어가고 있다. 김홍범 기자

경기도 남양주시에 사는 주부 천모(33)씨는 요즘 아침에 눈을 뜨면 한숨부터 나온다. 초등학생인 딸(8)이 다니던 학교와 학원이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모두 쉬는 가운데 남편까지 재택근무를 하게 되면서 신경 쓸 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천씨는 4일 “밥 먹고 치우고 청소하고 아이 돌보고 남편 챙기느라 24시간 일을 하는 기분”이라며 “남편이 집에 있어 대충 차려 먹을 수도 없으니 삼시 세끼가 고민”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어린아이가 있는 주부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 개학일이 9일에서 23일로 또 미뤄진 마당에 재택근무에 들어가는 기업이 늘어나며 남편도 집에 있게 돼서다. ‘육아’와 ‘살림’이라는 두 가지 짐은 이럴 때일수록 더욱 무겁게 느껴진다고 주부들은 말했다.  
 

"먹는 게 가장 큰 고민…아침에 일어나면 한숨만" 

가장 고민이 되는 건 하루하루 매 끼니를 생각해야 한다는 점이다. 밖에 나가지 못하니 장은 볼 수 없는 상황에서 기댈 곳은 온라인 배송뿐이지만 이마저도 조기 품절되거나 배송 지연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6세 아들과 3세 딸이 있는 주부 김모(32·경기도 성남시)씨는 “남편이 집에서 일하면서 점심까지 신경 써야 하는데 장도 못 보러 가고 매일 집에서 온 가족이 밥을 차려 먹는 게 어렵다”고 말했다. 김씨는 “남편이 집에서 일하면서 아이들이 시끄럽게 구니 일에 집중도 못 하고 서로 힘들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생계를 남편과 같이 책임지는 맞벌이 가정의 경우에는 ‘자녀 돌봄 공백’에 대한 걱정까지 더해진다. 자녀를 맡길 곳이 없는 엄마들은 긴급돌봄 교실을 찾지만, 이용률은 저조하다. 
이날 교육부에 따르면 긴급돌봄 운영 첫날인 지난 2일 돌봄교실에 참여한 초등학생은 신청 학생(4만8656명)의 48.7%인 2만3707명으로 나타났다. 애초 전체 초등학생의 1.8%만 신청했는데, 이 중에서도 절반 이상은 돌봄교실에 참여하지 않은 것이다. 경기도 성남시 한 초등학교 관계자는 “감염 우려가 크다 보니 사정이 절박한 집 말고는 긴급돌봄 교실을 찾지 않는다”고 전했다. 
  
병원에서 일하는 용모(36·경기도 광주시)씨는 이날 긴급돌봄 서비스를 이용하며 어린이집 원장 앞에서 눈물을 쏟았다. 긴급보육을 오는 아이들이 다섯 손가락으로 겨우 꼽자 딸(7)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다. “방학 때도 이렇지는 않았다. 요새가 제일 힘든 것 같다”는 용씨의 한숨이 마스크 너머로 새어 나왔다.
 

"'삼식이' 챙기고 일까지 하려니 하루하루 힘들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개학 연기로 긴급돌봄교실이 운영에 들어간 2일 오전 경기 수원시 한 초등학교 교실에서 학생들이 마스크를 쓴 채 책을 보고 있다. [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개학 연기로 긴급돌봄교실이 운영에 들어간 2일 오전 경기 수원시 한 초등학교 교실에서 학생들이 마스크를 쓴 채 책을 보고 있다. [뉴시스]

최근 인터넷 맘 카페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워킹맘’의 고충을 토로하는 글이 단골 주제로 올라온다. 주부들은 각자의 사정을 털어놓으며 ‘댓글 릴레이’를 펼친다. 
지난 2일 한 맘 카페에 올라온 “돈 백만원 벌자고 주변에 부탁하며 애들을 이런 위험한 상황에 맡기는 게 맞을까 싶다”는 고민 글에는 “6세·4세 아이를 둔 워킹맘인데 남편이 재택근무를 하게 되자 ‘삼식이’(하루 세끼를 집에서 먹는 남편을 빗대 표현하는 말) 식사준비에 청소까지 하게 됐다. 하루하루가 힘들다” 등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는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미혼모나 한부모 가정과 같은 취약 계층도 뾰족한 수가 없어 애만 태울 뿐이다. 초등학교 3·4학년 남매를 홀로 키우는 김모(47·충남 보령시)씨는 “아이를 딱히 맡길 데가 없으니 둘이서 놀라고 하고 집에 두고 나온다”며 “점심때 잠깐 들어가서 밥만 차려주고 나오는데 그때마다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김씨는 “회사에서는 무급휴가를 쓰라고 하는데 혼자 버는 상황에서 어떻게 그럴 수 있겠나.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날이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고(故) 김수환 추기경의 나눔 정신을 이어가고자 설립된 재단법인 ‘바보의 나눔’은 지난 3일 대구 내 미혼모가정을 돕는 단체에 5000만원을 지원했다. 바보의 나눔 관계자는 “미혼모 같은 경우 아이들이 어린 경우가 많아 밖에 나가지도 못하고 있어 굶고 있다고들 한다. 식품·마스크 등이 포함된 긴급 키트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채혜선·김홍범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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