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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원 2시간 전 숨진 아버지···격리된 어머니, 장례식도 못 갔다

중앙일보 2020.03.05 01:00 종합 8면 지면보기
대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다수 나온 지난달 19일 대구시 동구 파티마 병원에 긴급 이송된 코로나19 의심 환자가 도착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다수 나온 지난달 19일 대구시 동구 파티마 병원에 긴급 이송된 코로나19 의심 환자가 도착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구 22번째 사망자, 기저질환: 고혈압·고지혈증…'.
 

사랑하는 가족 떠나보낸 아들의 사부곡

보건 당국은 3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조모(78)씨의 사망을 이렇게 알렸다. 조씨는 누구보다 소중한 아버지이자 사랑하는 남편이다. 몇 자 안 되는 사망 소식은 너무나 비정했다.
 

"임종을 지켜보기는커녕 작별 인사도 제대로 못 했습니다. 코로나19로 돌아가신다는 얘기가 남 얘기인 줄로만 알았는데 제 일이 되니 황망해 눈물조차 흘릴 수 없습니다. 꽃마차는 태워드리지도 못 했는데 불효한 자식의 마음이 찢어집니다."

조씨 아들이 비통한 심정을 적은 글. [사진 페이스북 캡처]

조씨 아들이 비통한 심정을 적은 글. [사진 페이스북 캡처]

이날 밤 조씨의 큰아들은 '페이스북'에 비통함을 표현했다. 외지에 살던 두 아들은 비보를 듣고 대구로 급히 내려갔다. 빈소를 차리긴 했지만 조문을 받을 수 없어 텅텅 비었다.  
 
큰아들은 코로나19 확산 뒤 노부모가 걱정돼 매일 전화했다. 그는 4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건강이 괜찮은지 매번 확인했다. 혹시라도 안 좋으면 꼭 검사를 받으라고 몇 번씩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아버지는 신천지 대구교회에 나간 것도 아니고 사람을 별로 만나지도 않았다고 한다. 코로나 감염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아버지는 열이 나지 않았다. 잔기침이 조금 있다고 들었는데, 나이 탓이라고 가볍게 여긴 것 같다"며 한숨을 쉬었다.
 
조씨는 지병이 있긴 했지만 건강한 편이었다고 한다. 부부가 함께 탁구를 치곤 했다. 큰아들은 "아버지가 거동하는 데 전혀 불편이 없었고 탁구를 좋아해서 자주 나갔다"고 했다. 그는 "코로나가 퍼지기 시작한 뒤로는 탁구도 치지 말라고 당부했다. 외출은 거의 안 했는데 어디에서 감염됐는지 짐작 가지 않는다"고 했다.
 
3일 오전 통화가 마지막이었다. 아버지는 전날 오후 영남대병원에서 코로나 진단 검사를 받았다. 큰아들은 "집에서 검사 결과를 기다리며 잠깐 누워 있다고 했다. '왜 늦게 검사를 받았냐'고 물어본 게 다였다. 긴 대화는 못 했다"고 했다. 오전 8시쯤 확진 사실을 어머니에게 전해 들었다. 보건 당국에 '지병이 있는 고령자'이니 긴급히 입원시켜 달라고 요청했다. 어렵사리 대구의료원에 오후 6시쯤 들어갈 것이라는 연락을 받았다.
 
하지만 입원을 두 시간 남기고 화장실에 가다 쓰러졌다. 119구급대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심정지 상태였다. "자식 된 입장으로 죄스럽죠. 마지막 통화할 때 아버지 말씀도 제대로 듣지 못했어요. 그 통화가 마지막일 줄은…." 큰아들은 참았던 울음을 쏟았다.
3일 오후 서울의 한 장례식장 입구에 코로나19 감염에 주의하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3일 오후 서울의 한 장례식장 입구에 코로나19 감염에 주의하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조씨의 영정은 꽃 앞에서 찍은 사진을 썼다. 큰아들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유일한 사진이라고 했다. 지난해 여름 멀리 휴가 갈 여유가 없어 제주도로 가족여행 갔을 때 촬영했다. 그게 가족들과 함께 한 마지막 추억이 됐다.  
 
감염병 예방법에 따라 확진자 시신은 무조건 화장해야 한다. 염습·입관식 등을 못 한다. 조씨는 4일 오후 화장장으로 향했다. 두 아들이 방호복을 입은 채 아버지를 떠나보냈다. 
3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보건소 관계자들이 채취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체를 조사 의뢰하기 전 물품을 점검하고 있다. 뉴스1

3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보건소 관계자들이 채취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체를 조사 의뢰하기 전 물품을 점검하고 있다. 뉴스1

조씨 부인은 남편의 마지막을 함께하지 못했다. 밀접접촉자로 분류돼 자가 격리돼 있다. 큰아들을 비롯한 가족 어느 누구도 조씨의 임종을 지키지 못했다. 큰아들은 "자가 격리 중인 어머니가 큰 충격을 받았을 텐데 걱정이 크다. 확진 환자가 될까 봐 더 걱정이다"고 말했다.
 
보건 당국은 코로나19 사망자의 기저질환을 밝힌다. 지병이 없으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를 담은 듯하다. 하지만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의 급사도 억울하긴 마찬가지다. 그들도 귀중한 생명이자 누군가의 부모이자 배우자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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