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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가 있는 아침] ⑩ 개화

중앙일보 2020.03.05 00:09 종합 27면 지면보기
유자효 시인

유자효 시인

개화
-이호우 (1912-1970)
  
꽃이 피네 한 잎 한 잎
한 하늘이 열리고 있네
마침내 남은 한 잎이
마지막 떨고 있는 고비
바람도 햇볕도 숨을 죽이네
나도 아려 눈을 감네
- 현대문학 (1962)
 
시조의 문학 선언
 
꽃이 피는 극적인 순간을 포착한 작품이다. 소재의 선택과 표현도 탁월하지만 시조를 전통적인 형식에서 탈피시켰다. 즉 초장, 중장, 종장을 연으로, 각 구를 행으로 배열했다. 시조의 3장6구를 형식으로 정리한 것이다. 음수율의 제약에서도 과감히 벗어나 있다. 이로써 시조는 더 이상 노래(唱)가 아니고, 읽는 시(문학)임을 선언하였다. 그 이후 많은 경우 시조의 행과 연의 배열이 이미지의 전개에 따라갔으니 현대시조의 일대 변모를 선도했다.
 
1940년 그의 아름다운 시조 ‘달밤’이 가람 이병기에 의해 ‘문장’지에 추천되었다. 1949년에는 남로당 도간부라는 모략을 받아 군법회의에서 사형 언도를 받았으나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이었던 김광섭 시인의 진언으로 무죄로 석방되었다. 이후 대구일보 문화부장 등으로 활약했는데 1955년 시조 ‘바람벌’이 반공법 저촉으로 기소되고, 1958년에는 KNA 납북 사건 때 매일신문 사설로 필화를 입기도 했다. 시조시인 정운 이영도가 그의 누이동생이다.
 
유자효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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