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e글 중심] 분노·불신·자괴감 유발자 ‘마스크 대란’

중앙일보 2020.03.05 00:07 종합 23면 지면보기
e글중심

e글중심

정부가 지난 26일 시행한 공적 판매 조치에도 ‘마스크 대란’은 여전합니다. 주변에서 “마스크 구하는 데 성공했다”는 사람 보기가 힘듭니다. 우체국·약국·농협하나로마트에 몇 시간 줄을 서 마스크 다섯 개를 겨우 구하거나, 아니면 쓸쓸히 발걸음을 돌려야 하는 게 현실입니다. “사람 많은 곳에 가지 말라면서 수백 명을 줄 서게 한다. 마스크 사려다가 전염되겠다”는 우려가 큽니다.
 
정해진 시간에 선착순으로 판매하는 방식에도 불만이 큽니다. “오전 11시에 마스크를 팔면 맞벌이 부부나 직장인은 어떻게 사냐”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은 사러 갈 방법이 없다” 등의 하소연이 쏟아집니다. 공적 판매처에서 신원 확인을 따로 하지 않으니 중복해서 구매하는 사람들을 막을 방법이 없다며 “하늘의 별 따기”라고도 합니다. 공영쇼핑을 통한 판매도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2일 충북 청주시 농협하나로마트에서 마스크를 구입하려는 시민들이 줄지어 서 있다. [뉴스1]

2일 충북 청주시 농협하나로마트에서 마스크를 구입하려는 시민들이 줄지어 서 있다. [뉴스1]

일각에서는 지난 1월 한 달간 중국으로의 마스크 수출량이 전년 같은 달 대비 75배나 급증했다는 소식에 “한참 전에 국민이 마스크 수출 제한하라는 것 무시한 결과다” “예측은커녕 일이 터져야 준비한다” 등으로 정부의 뒷북 행정을 질책합니다. “비축분이 전부 중국으로 새어나간 셈”이라고 분석하기도 합니다. 조선중앙TV 보도 영상에 국산 유한킴벌리 마스크를 착용한 북한 의료진의 모습이 포착되자  “우리나라 국민도 없어서 못 쓰는 국산 마스크를 어떻게 북한에서 쓰고 있냐. 어느 경로로 수출된 거냐” “북한에도 마스크를 지원하고 있었던 것 아니냐” 등의 의심 목소리도 나옵니다. 통일부는 “우리 정부가 북한에 국산 마스크를 보낸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했지만, 불신의 눈초리는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급기야 국민이 마스크 유통 개선 방안을 논합니다. 인터넷상에서는 “마스크를 동사무소에서 판매하거나 지급하자”는 의견에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신분증을 활용하면 중복 구매와 사재기를 막을 수 있고 같은 시간에 사람이 몰리지 않는다”는 점을 근거로 듭니다. 자신을 약사라고 밝힌 네티즌이 ‘마스크 판매에 대한 제안’이라는 제목의 국민청원을 통해 “중복 투약을 막는 용도로 약국에서 사용하는 DUR(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 시스템을 이용하면 사재기를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한 것이 화제가 되자, 이틀 후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DUR 시스템을 통해 구매자가 제한된 양만 구매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현실에 네티즌들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새 나라의 국민으로 사는 게 서글프다”며 자괴감을 나타냅니다. “정부의 무능 때문에 코로나가 아닌 화병을 먼저 얻게 생겼다”는 국민도 있습니다. 지금 우리의 온라인 세상은 마스크 대란이 유발한 분노·불신·자괴감으로 얼룩져 있습니다.
 
e글중심지기=윤서아 인턴기자
e글중심(衆心)은 ‘인터넷 대중의 마음을 읽는다’는 뜻을 담아 온라인 여론의 흐름을 정리하는 코너입니다. 인터넷 (joongang.joins.com)에서 만나보세요.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