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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비례 빅텐트’ 띄웠는데…정의당 “꼼수 안 통할 것”

중앙일보 2020.03.05 00:03 종합 12면 지면보기
지난달 28일 흥사단에서 열린 미래한국당 저지를 위한 ‘정치개혁연합 창당 제안’ 기자회견에서 하승수(오른쪽) 변호사가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달 28일 흥사단에서 열린 미래한국당 저지를 위한 ‘정치개혁연합 창당 제안’ 기자회견에서 하승수(오른쪽) 변호사가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범여권 빅텐트는 펼쳐질 것인가.
 

가설정당 만들어 비례 연합명부
당선 뒤 제명 거쳐 당 복귀 방식

3당 참여 땐 비례의석 27석 가능
미래한국당은 18석으로 줄게 돼

정의당 “선거제 취지 훼손” 거절
민주당 비례공천 신청자도 반발

한완상 전 부총리, 함세웅 신부 등 재야 원로들이 나선 ‘정치개혁연합’(가칭·이하 연합당)이 3일 중앙선거관리위에 창당준비위 설립을 신고하면서 민주당과 정의당 등이 참여하는 비례대표 선거용 가설 정당이 출현할지가 정치권의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연합론자들은 “미래한국당이라는 위장정당 꼼수에 맞설 국민의 한 수를 두자는 것”(하승수 공동집행위원장)이라며 민주당·정의당·민생당 등 범여권 원내 정당과 녹색당·미래당 등 진보 성향의 원외 정당에 동참을 촉구하고 있다. 선거법에 따라 연합당 체제로 4·15 총선에 뛰어들려면 16일까지 후보자 추천 절차가 포함된 당헌·당규를 선관위에 제출해야 한다.
 
연합론자들의 제안은 이들 정당이 모두 자체 비례대표 후보 공천을 포기하고 연합당에서 비례대표 후보 명부를 공동으로 작성해(연합명부) 선거를 치르자는 것이다. 이 구상에 따르면 각 당의 몫을 나눈 뒤 일정한 절차에 따라 후보 순위를 정하게 되고 총선 후 당선된 의원들은 셀프 제명 절차를 거쳐 각 당에 복귀할 수도, 남을 수도 있다.
 
범여권, 비례대표 연합공천 추진 논거

범여권, 비례대표 연합공천 추진 논거

◆ 파이는 늘어날까=지난달 21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정당 투표 의향 조사 결과를 원용하면 현재 상태로 미래한국당은 27석을 차지하게 되는 반면, 민주당은 7석, 정의당은 9석, 민생당과 국민의당은 1석과 3석에 그친다는 계산이 나온다. 민주당과 통합당이 모두 지역구에서 100석 이상을 차지하고 각각 40%와 38%, 정의당이 13%, 민생당과 국민의당이 각 4%의 정당득표를 차지한다고 가정했을 때 나오는 수치다. 범여 원내 3당이 연합당에 참여하고 표에 누수가 없다면 득표율은 57%이고 이 경우 비례대표 의석은 27석이다. 기존(7석+9석+1석)보다 10석이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반면 미래한국당과 국민의당에선 9석, 한 석씩 줄어든다. ‘흩어지면 죽고 뭉치면 산다’는 게 연합론자들의 논거다. 가장 솔깃하고 있는 건 민주당이다. 연합명부에서 6, 7석을 챙기더라도, 9석이 줄어든 ‘미래통합당+미래한국당’과 원내 1당을 놓고 다툴 여지가 있다고 보는 셈이다. 민주당의 한 핵심당직자는 “연합정당에 들어오면 자기 몫이 느는 정의당이 왜 안 들어오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50%대 득표가 가능한가란 반론도 있다. 비례대표 선거가 도입된 17대 총선 이래 가장 높은 득표율은 19대 때 새누리당(미래통합당의 전신)으로 42%였다.
 
◆ 정의당의 선택은=연합당 시도가 미래한국당과 다를 바 없는 ‘민주당의 위성정당’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려면 정의당의 참여가 대전제다. 연합론자들은 “연합당에 참여하면 정의당의 파이도 늘고 녹색당·미래당·시대전환 등 청년정당에 문을 열어주는 진보 진영의 맏형이 될 수 있다”며 정의당을 설득한다. 김종대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4일 “비례용 연합정당 참여는 고려대상이 아니다”며 “선거제 개혁의 취지를 훼손하는 위성정당 창당에 단호히 맞설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실제 심상정 대표가 이날 연합당에 불참 의사를 전달했다고 한다.
 
정당 지지율

정당 지지율

왜일까. 윤영상 정의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군소정당에 총선은 자신만의 정책과 이념을 알려 존재가치를 인정받는 무대”라며 “연합정당에 흡수되는 순간 정의당의 존립 근거가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심상정 대표를 제외하면 지역구 당선 가능성이 낳은 정의당으로선 비례대표 선거에 사활을 걸고 있다. 윤 위원은 사견이면서 정의당의 연합당 불참여를 전제로 “민주당이 비례대표 후보를 내지 않는다면 지역구별 후보 단일화 등 선거연대를 모색해 볼 수 있을 것”이라며 “그게 선거제 개혁의 취지를 살리는 유일한 길”이라고 말했다.
 
정의당은 파이가 늘 것이란 주장에도 회의적이다. 심상정 대표의 한 측근 “연합당은 어떻게 해도 민주당의 위성정당이라는 국민의 인식을 깨지 못할 것”이라며 “정의당 지지자 다수는 여전히 연합에 반대하고 있어 1+1은 2가 아니라 1.5에도 못 미칠 것이라는 게 심 대표의 현실 인식”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참여연대·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570개 시민사회단체가 묶인 ‘정치개혁공동행동’은 지난 3일 기자회견을 열고 “비례대표 위성정당 창당을 논의하는 것 자체가 선거법 개정의 취지를 훼손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런데도 정의당 일각에선 연합당 참여 불가피론이 조금씩 퍼지고 있다.
 
◆ 민주당 ‘비례 무공천’ 가능할까=정의당이 연합당에 불참한다면 민주당이 할 수 있는 선택은 ▶연합당이나 민주당의 위성정당을 자처하는 정당 중 하나를 위성정당으로 택하거나 ▶비례대표 후보를 내지 않고 범여 군소 정당의 득표를 돕는 대신 지역구에서의 범여 후보 단일화를 통해 다만 몇 %라도 표를 더 얻는 것이다. 박빙의 승부가 벌어지는 수도권에선 중요한 일일 수 있다.
 
노골적으로 위성정당을 선택하는 것은 “20대 국회 마비를 감수하고 만든 선거제를 스스로 짓밟는 격”(민주당 초선 의원)이라는 안팎의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그러나 후자도 쉽지 않은 길이다. 여권의 한 핵심인사는 “비례대표 공천을 신청한 130명이 오늘 48명으로 추려졌는데 연합당에 참여하지도 않으면서 병립형 비례(비례대표 47석 중 17석으로 정당 득표율에 따라 배분)까지 포기하는 건 지나친 모험”이라고 말했다. 이제 정치권의 시선은 이해찬 대표의 입을 향하고 있다.
 
임장혁·정진우 기자 im.janghy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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