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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촌주공 7000억 분양가 줄다리기…웃는 사람 따로 있다

중앙일보 2020.03.05 00:02 경제 5면 지면보기
40년 만에 ‘로또’로 거듭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재건축 단지인 서울 강동구 둔촌동 둔촌주공. 이주·철거를 끝내고 분양 직전에서 가격 논란에 휘말려 착공승인을 받아놓고도 삽을 뜨지 못하고 있다.
 

40년만의 재건축 HUG규제에 진통
분양수입 감안 조합원 부담 늘려야
조합원이 일반분양보다 더 낼 수도

둔촌주공은 1980년 지어진 25~99㎡(이하 전용면적) 5930가구다. 당초 ‘강남구’에서 건립 계획이 세워졌다. 강남구 둔촌동이었다. 1979년 탄천 동쪽이 ‘강동구’로 분리되면서 태어난 곳은 강동구 둔촌동이다. 1988년 강동구 일부가 둔촌주공 바로 앞 도로를 경계로 ‘송파구’로 바뀌었다. 과거 달라진 행정구역이 미래의 재건축 분양가 결정을 좌우할지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강남구’에서 ‘강동구’로 바뀌어
 
기존 건물을 철거하고 재건축 착공을 준비하고 있는 서울 강동구 둔촌동 둔촌주공 아파트. 아직 공사를 시작 못하고 있다. [중앙포토]

기존 건물을 철거하고 재건축 착공을 준비하고 있는 서울 강동구 둔촌동 둔촌주공 아파트. 아직 공사를 시작 못하고 있다. [중앙포토]

둔촌주공이 2003년 10월 재건축 추진위 승인 16년 만에, 2009년 말 조합 설립 10년 만에 재건축 계획을 거의 마무리했다. 현대건설 등이 최고 35층의 29~167㎡ 1만2032가구로 짓는다. 마지막 관건이 조합원 몫을 제외한 5000가구 정도의 일반분양분 분양가다.
 
조합이 계획한 금액이 3.3㎡당 3550만원이다. 조합 등에 따르면 분양보증 권한을 가진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3.3㎡당 2970만원을 제시했다. HUG는 2017년 3월부터 서울 등에서 같은 자치구 내의 주변 분양가, 시세 등을 기준으로 분양가를 제한하고 있다. 조합은 송파구 바로 옆이라는 입지여건과 강동구 내 신축 시세, 대형 건설사가 짓는 대단지 등을 내세운다.
 
6000명 정도인 재건축 조합원 이익과 정부의 분양가 규제 정책이 충돌한 상황이어서 분양가 줄다리기가 쉽게 끝날 것 같지 않다. HUG가 당초보다 한발 양보했기 때문에 더 물러나기 어려워 보인다. 원래 HUG 기준으로는 3.3㎡당 2700만원 선이었으나 지난달 관련 기준을 개정해 10%가량 올릴 수 있게 했다.
 
분양가가 3.3㎡당 600만원가량 내려가면 둔촌주공 분양수입이 7000억원 정도 줄어든다. 그만큼 조합 부담이 늘어난다. 조합원당 1억2000만원이다. 전체 분양수입을 맞추려면 조합원 분양가가 조합에서 예정한 3.3㎡당 2752만원에서 3070만원으로 올라간다.
 
둔촌주공 몸값 얼마나 올랐나.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둔촌주공 몸값 얼마나 올랐나.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조합원들은 일반분양가보다 더 비싼 분양가에 반발하고 있다. 둔촌주공 주민 박모(53)씨는 “일반분양분보다 저렴하게 새 아파트를 장만하는 게 재건축 매력인데 더 비싸면 힘들게 재건축할 이유가 어디 있느냐”고 말했다.
 
재건축 조합원과 일반분양분 분양가가 역전되면 로또 판도가 달라진다. 업계는 둔촌주공 재건축 단지의 현재 몸값이 3.3㎡당 4500만원 정도 나갈 것으로 본다. 둔촌주공보다 외곽으로 떨어져 있는 강동구 고덕지구 일대 재건축 새 아파트 시세가 3.3㎡당 4000만원 선이고 송파구 가락동 송파헬리오시티 시세가 3.3㎡당 5000만원 정도다.
 
조합원 분양가가 3.3㎡당 3000여만원으로 300만원 정도 올라가면 전용 84㎡ 분양가가 1억원 올라간다. 그만큼 로또가 줄어드는 셈이다. 인근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분양가와 앞으로 시장이 불확실해 근래 팔고 나간 경우가 마음 편한 선택일 수 있다”고 전했다.
  
일반분양 로또에도 함정 있을 수도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은 계획한 분양가대로 받지 못하면 후분양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면 로또 계산이 더 복잡해진다. 4월 말까지 HUG 분양보증을 받아 분양승인을 신청하지 못하면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받는다. 후분양도 상한제 대상이지만 그 사이 상한제에 변동이 있을 수 있어 시간을 벌어보겠다는 생각이다. 후분양하더라도 상한제 적용을 받으면 분양가가 오히려 3.3㎡당 2000만원 중반으로 내려갈 수도 있다. 그러면 조합원 로또가 더 줄어든다.
 
지금으로선 조합원보다 나아 보이는 일반분양 로또에도 함정이 있다. 당첨되더라도 분양가가 9억원이 넘으면 중도금을 대출받지 못한다. 입주 무렵 일부 주택형의 시세가 15억원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잔금 대출이 안 된다. 김종필 세무사는 “내년부터 1주택자 장기보유특별공제 요건이 까다로워져 임대하고 보유만 해서는 양도세가 많다”고 말했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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