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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님 들리십니까?" 코로나19가 바꾼 법정 풍경

중앙일보 2020.03.04 17:17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전국 법원들이 휴정기에 들어간 가운데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코로나19 대응 방안으로 원격영상재판이 시행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전국 법원들이 휴정기에 들어간 가운데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코로나19 대응 방안으로 원격영상재판이 시행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변호사님 들리십니까, 화면을 정면으로 해주세요”
“지금이 정면으로 최대입니다”
 
4일 오후 서울고등법원 305호 법정. 마스크를 끼고 입장한 민사5부 재판장 김형두(55ㆍ사법연수원 19기) 부장판사가 법대에 앉아 스크린을 보고 말을 건넸다. 변론준비기일인 만큼 배석판사 없이 혼자 법정으로 들어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전국 법원들이 휴정기에 들어간 가운데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코로나19 대응 방안으로 원격영상재판이 시행되고 있다. 2020.3.4 [사진공동취재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전국 법원들이 휴정기에 들어간 가운데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코로나19 대응 방안으로 원격영상재판이 시행되고 있다. 2020.3.4 [사진공동취재단]

이날은 민사5부에 접수된 금전 관련 민사 소송의 변론준비기일이 열리는 날이다. 이 사건은 지난해 10월 처음 항소심에 접수됐다. 몇 차례 기일이 밀리고 지난 1월 변론이 시작됐다가 다시 변론준비기일을 열게 됐는데, 그만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법원이 휴정하게 됐다. 처음엔 6일까지였던 휴정 권고 기간이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지며 20일까지 2주 더 연장됐다. 지난 2일 서울고법에서 영상재판을 활용하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재판부는 변론준비기일을 ‘화상 재판’으로 열기로 하고, 원고와 피고측 대리인도 이에 동의해 이날 재판은 원격영상재판으로 실시됐다.
 

당사자 한 화면에…클릭으로 재판종료

법정 한쪽 스크린에는 판사와 원고ㆍ피고측 변호사가 3칸으로 나누어져 화면에 비쳤다. 판사가 전자소송기록을 켜고 사건 기록을 띄우자 스크린에는 변호사 얼굴은 사라지고 기록만 남았다. 다시 원고측이 말을 하면 원고변호사의 얼굴이 크게 나오고, 피고측이 말을 하면 피고 변호사의 얼굴이 확대됐다. 변호사들의 목소리는 법정에 설치된 스피커를 통해 들을 수 있었다.
 
20분 정도 이어진 이 날 재판은 클릭 한 번으로 마무리됐다. 재판장이 종료 버튼을 누르자 “재판을 종료하시겠습니까?”라는 문구가 뜨고 ‘확인’을 클릭하자 재판은 끝났다.
 
재판장은 이달 30일 한 차례 더 화상으로 변론준비기일을 열기로 했다. 이 재판만은 아니다. 서울고법의 다른 재판부도 이주 중으로 영상재판을 연다. 이번에는 판사도 법정에 오지 않는다. 법관 사무실에서 컴퓨터를 활용해 열기로 했다. 법정이 아닌 법관 사무실에서 재판을 문제없이 진행할 수 있다면 필요할 경우 재택근무도 가능하다는 뜻이 된다.
 
서울고법의 한 부장판사는 “해외나 멀리 있는 증인이 법정에 오기 어려울 때 쓰이던 화상재판 시스템이 코로나19 때문에 이렇게 쓰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느냐”고 말했다.
 

확대에는 법령 정비 필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전국 법원들이 휴정기에 들어간 가운데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코로나19 대응 방안으로 원격영상재판이 시행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전국 법원들이 휴정기에 들어간 가운데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코로나19 대응 방안으로 원격영상재판이 시행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민사소송규칙 제70조 5항에는 재판장이 변론준비절차를 실시할 때 양측과 음성으로 동시 통화하는 방법으로 준비절차를 이행할 수 있다고 나온다. 2007년 만들어진 조항이다. 강영수 서울고법 수석부장판사는 “당시에는 영상을 전제하지 않았지만 시간이 많이 흘렀다”고 말했다. 규칙이 생길 당시와 달리 지금은 영상 재판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충분해졌고, 코로나19 사태로 최대한 접촉을 줄이는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필요한 때에 영상 재판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는 취지다. 강 수석부장은 2일 법원 구성원들에게 보낸 메일에서 2018년 열린 ‘정보화시대와 영상재판’ 자료를 첨부해 보내기도 했다. 그는 메일에서 "급박한 상황에 비춰 현행 법령 내에서 재판부가 결정해 적절히 운용해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스마트폰 소송도 가능해질까. 고법 관계자는 "기술적으로는 노트북이든 스마트폰이든 어떤 기기를 이용하냐만 달라질 뿐 똑같다"고 말했다. 다만 형사재판은 영상 재판으로 진행하기가 어렵다. 피고인이 직접 재판에 나와야 하기 때문이다. 민사재판 역시 변론준비기일이 아닌 정식 기일에는 대리인이 법정에 나와야 한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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