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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총리 제안 '무감염 인증제' 두고 외교부-질본 딴소리

중앙일보 2020.03.04 16:44
“위험하다는 의견이 있다. 논란의 소지가 있다. 실행 가능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
 
“보건학적이나 의학적으로 감염이 없다는 것을 인증하는 것은 여러 문제가 있다는 점은 누구라도 짐작할 수 있다.”(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
 
3일 오후 두 차례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정례 브리핑에서 연이어 등장한 “총리가 ‘무감염 인증제’를 제안했는데 실제 가능하냐”는 질문에 두 사람은 이렇게 답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달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달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완곡하지만 ‘논란’과 ‘문제’란 단어를 들어 사실상 난색을 표한 것이다. ‘무감염 인증제’는 일반인의 해외 입국을 돕기 위해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국가가 나서 인증해 주자는 취지로 총리가 검토를 지시했다. 
 
4일 정세균 총리는 대구에서 기자들과 만나 본인이 “비즈니스맨 출신”이라며 “기업인이 기업활동을 제대로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코로나 때문에 입국이 거절되는 등 경제활동에 차질이 있으면 안 된다”고 제안 취지를 말했다. “안 하는 것보다 뭔가 하는 게 바람직하다. 개인 경험을 토대로 제안했다. 유효하면 써먹고 아니면 폐기해도 괜찮다”는 말도 덧붙였다.
 
전날 보건당국은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지만, 이날 외교부 당국자는 “당연히 필요하다”면서 “25개국과 협의하고 있다. 정부 내에서 일치된 시그널(신호)이 아닌 것처럼 보여 아쉽다”고 말했다. 
 
방역에 있어 사실상 비전문가라 할 수 있는 총리가 던진 한마디로 실무 부처가 수습에 나서고 이 과정에서 조율 부재로 부처 간 엇박자가 노출된 모양새다. 
 
비판 여론이 나오자 결국 보건당국이 한발 물러서는 분위기다. 보건당국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인증하는 게 맞는 건지, 무증상을 100% 인증할 수 있는지 한계가 분명하지만 (기업인의)절박한 수요가 있어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입국장에서 중국 텐진발 입국한 사람들이 검역을 받고 있다. 최정동 기자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입국장에서 중국 텐진발 입국한 사람들이 검역을 받고 있다. 최정동 기자

코로나 사태 후 부처 간 딴 소리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1월 중국 우한 교민의 이송과 관련해서도 외교부와 보건복지부 간 다른 발표가 논란이 됐다. ‘유증상자는 전세기에 탑승할 수 없다’고 외교부가 발표한 다음 날 ‘유증상자를 데려오겠다’고 박능후 복지부 장관이 말했다가 다시 반나절 만에 방침을 바꿨다.
  
혼란은 총리가 나서 부추기기도 한다. 앞서 정 총리는 코로나19가 한창 확산할 무렵인 지난달 초 회의를 주재하기 직전 모두 발언에서 전 국민 관심사인 중국인 입국 제한 조치 확대를 두고 “추가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두 시간여 뒤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회의 결과를 발표하면서 “현상 유지”로 결정했다. 의지가 앞서 혼란을 야기한 셈이다. 조율이 필요한 민감한 사안에는 차라리 말을 아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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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상황에서는 창구를 단일화해 명확하고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 국민 신뢰를 위해서다.   
 
최재욱 고려대 의과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방역과 관련된 컨트롤타워는 무조건 전문가 집단인 질병관리본부가 맡아야 한다. 방역 관련된 부분을 타 부서에서 발표하는 것은 매우 적절하지 못하다. 그로 인한 혼선은 정부 불신으로 이어져 방역대책이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없다”라고 우려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예방의학과 교수는 “전문가 단체와 논의하지 않은 설익은 발언이 툭툭 튀어나오다 보니 서로 다른 의견이 나온다”며 “현재 상황을 제대로 공유하지 않은 이유도 있다. 유행 상황 등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같이한다면 엇박자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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