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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장애인들에게 고추냉이 먹이고 밥굶긴 5명 수사의뢰…“시설폐쇄 권고”

중앙일보 2020.03.04 16:40
국가인권위원회 본관. 연합뉴스

국가인권위원회 본관. 연합뉴스

 
국가인권위원회는 4일 경기도의 한 중증장애인 거주시설에서 이용자를 때리고 괴롭힌 시설 종사자 5명을 폭행 및 장애인학대 등 혐의로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또한 인권위는 해당 시설에 대한 지도·감독 의무가 있는 서울특별시장과 A 구청장에게 해당 시설을 폐쇄 조치하는 등 필요한 행정처분을 하라고 권고했다. 이곳은 시설은 경기도 소재지만 운영 법인 등록지가 서울시이기 때문에 서울 자치구에서 관할한다.
 
인권위 직권조사에 따르면 이 시설의 생활재활팀장, 생활재활대리 등 일부 종사자들은 피해자들이 말을 듣지 않거나 대소변을 자주 본다는 이유로 이들에게 신체적·정신적 폭력을 가했다.
 
이들은 폭행, 폭언과 더불어 문제 행동을 수정한다며 고추냉이 섞은 물을 마시게 하고, 식사량을 밥 한두 숟가락으로 강제로 줄여 제공하기도 했다.
 
아울러 피해자가 낙상사고를 당한 것을 목격하고도 외부병원으로 이송하지 않고, 업무일지에 기록하는 일을 게을리해 이용자에 대한 기본적 보호 의무를 위반했다.
 
앞서 이 시설은 지난 2014년 보조금을 횡령하고 장애인에게 일명 제압복(소매가 막혀 있어 양팔을 움직일 수 없게 되는 옷)을 입힌 혐의로 고발돼 벌금 300만원과 1차 행정처분(경고)가 내려졌다.  
 
2017년에도 이용자 감금·무면허 의료행위로 고발돼 약식벌금을 선고받고 2차 행정처분(시설장 교체)이 이뤄졌다.
 
인권위는 “가해자들은 시설 이용자의 생활과 안전, 인권을 보호해야 할 의무를 지녔음에도 이들을 학대해 신체의 자유와 인격권을 침해했다”며 “해당 시설에서 인권침해 사건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것을 간과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그보다 더 심각한 것은 과거에 이용자의 인권을 침해한 종사자가 내부에서 별다른 징계를 받지 않고 여전히 근무하고 새로운 사건의 가해 혐의자가 생활재활팀장 등 ‘중간관리자’라는 점”이라며 장애인복지법 시행규칙을 엄격히 적용해 시설을 폐쇄하라고 권고했다.
 
한편 서울시는 이번 중증장애인 거주시설 인권침해 사건과 관련,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자치구와 함께 시설폐쇄 등 강력한 행정처분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해당시설의 운영법인도 지휘감독 책임을 물어 법인설립을 취소하고, 인권위에서 수사를 의뢰한 가해자 외에 신고의무를 위반한 종사자 1명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할 계획이다.

 
이지영 기자 lee.jiyo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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