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남자 구두의 완성은 끈처리…매듭없는 끈 쇼핑 팁

중앙일보 2020.03.04 15:00

[더,오래] 한재동의 남자도 쇼핑을 좋아해(7)

 
고백하건대 나는 신발을 좋아한다. 무려 집안 신발장의 점유율이 아내보다 높을 정도다. 신발장에 모셔진 신발은 종류도 다양하다. 정장 구두부터 스니커즈, 런닝화, 그리고 농구화까지 하나하나 모두 쓰임이 있고 스토리도 다양하다. 결혼하면서 많은 신발을 주변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으나, 그래도 신발장이 비좁다. 자주 안 신는 신발 다 가져다 버리고 미니멀한 신발장을 만들고 싶지만, 막상 버릴 수 있는 신발이 없다.
 
그중에서도 구두가 많다. 사람은 발이 편해야 한다는 말을 어디선가 듣고는 일할 때는 발이 편해야 한다는 생각에 그나마 마음에 드는 디자인의 기능성 구두를 사 모았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할 무렵 내 발의 사이즈도 제대로 몰라 작은 사이즈의 신발을 신었다가 퇴근할 때 쥐가 난적도 있다. 기억하건대 세일상품의 구두가 사이즈가 없어서 약간 작은 사이즈를 사서 억지로 발에 맞추어 신었던 것 같다. 그 결과는 혹독했고 그때 이후로 구두는 무조건 내 사이즈보다 여유롭게 구매한다. 그러면 통풍이 잘되어 냄새나 무좀을 방지할 거라고도 생각하고 있다.
 
여름에 덧신에 자주 신는 로퍼. [사진 Unsplash]

여름에 덧신에 자주 신는 로퍼. [사진 Unsplash]

 
여름과 겨울에 신발 정리를 하는데, 여름에는 덧신(페이크삭스)에 로퍼를 주로 신고 겨울에는 어두운 계열의 장목 양말에 흔히들 신사화라고 부르는 구두끈이 있는 구두를 신는다. 로퍼를 신는 여름에는 바짓단이 짧아 발목이 보이는 것을 선호하고 겨울에는 바짓단도 상대적으로 길고 구두의 색과 맞춘 양말을 신어 다리가 길어 보이는 효과를 노린다. 피부가 약해 여름에는 종종 구두 때문에 피부가 벗겨져 고생한 경험이 있어서 부드러운 재질의 구두를 선호한다. 겨울에는 양말이 발을 보호해주기 때문에 재질 생각하지 않고 구두에 멋을 부리고는 한다. 구두의 종류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여름에는 발등에 가죽을 덧댄 로퍼와 고무밑창 단화에서 유래한 보트슈즈를 추천하고, 겨울에는 가장 기본인 플레인토나 윙팁, 버클이 달린 몽크 스트랩을 추천한다.
 
일명 신사화라고 불리는 구두 중 가장 기본인 플레인토. [사진 Unsplash]

일명 신사화라고 불리는 구두 중 가장 기본인 플레인토. [사진 Unsplash]

 
구두를 신을 때는 세 가지를 고려한다. 첫 번째가 입을 바지의 바짓단 길이, 두 번째가 양말의 색깔, 세 번째가 끈 처리다. 내가 선호하는 바짓단의 길이는 복숭아뼈에 끝이 딱 맞는 것이다. 바짓단의 길이는 사실 모두 선호하는 타입이 다르다. 너무 길어서 신발 위에 바지 주름이 잔뜩 잡히는 것 빼고는 개인의 취향에 맞추면 좋다. 나는 조금 짧게 입는 편인데, 서 있을 때 내가 신은 신발의 모습이 온전히 보여서 좋아한다.
 
양말 색깔의 경우 신발의 톤에만 맞추면 된다. 예를 들어 검은색 구두에는 어두운 계열의 양말, 흰색 스니커즈의 경우는 흰색 계열의 양말 같은 식이다. 가끔 패션의 고수는 그 경계를 자유자재로 넘나들지만, 나같이 비즈니스 캐주얼을 입어야 하는 처지에서는 톤을 맞춰주는 것이 깔끔해 보인다. 특히 날렵한 검은색 구두에 검은색 양말을 신으면 다리가 길어 보이는 것 같아 좋아한다.
 
유튜브에서 다양한 구두끈 묶는 법을 배울 수 있다. [사진 Unsplash]

유튜브에서 다양한 구두끈 묶는 법을 배울 수 있다. [사진 Unsplash]

 
마지막으로 구두끈 처리는 잘 묶는 법을 배우거나 아이디어 상품을 사용하면 간편하다. 유튜브에 ‘구두’라고 검색하면 구두끈 이쁘게 매는 콘텐트가 많은데, 더 재미있는 사실은 예쁘게 매는 법이라는 게 구두끈이 안 보이게 묶는 것이라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길게 묶은 다음 구두 안으로 넣어버리는데, 열에 아홉 번은 밖으로 다시 빠져나올 뿐 아니라 개인적으로 발등에 거치적거려서 추천하지 않는다. 구두끈이 없는 구두를 신으면 해결되지만, 구두끈 있는 신발을 신는 것이 세련되고 격식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복장 규정이 엄격한 친구의 회사는 얼마 전까지도 구두끈이 없는 신발은 신지 못하게 했다고 한다. 그 친구는 늘 몸에 딱 맞는 어두운색 계열 양복에 흰색 셔츠, 그리고 검은색 플레인토만 신고 다녔다. 친구는 자주 풀리는 구두끈이 늘 신경이 쓰인다고 했지만, 나는 그것보다 정리되지 않은 구두끈이 더 신경 쓰였다.
 
그래서 그 친구에게 아이디어 상품을 추천했다. ‘다이소’ 같은 잡화점에서 구매할 수 있는 매듭 없는 구두끈이다. 실리콘 재질로 된 구두끈을 구두의 양쪽 고리에 연결해 슬립온처럼 신을 수 있게 한 아이디어 상품이다. 매듭이 없어 깔끔한 연출이 가능하고, 신고 벗기도 편해서 집에 있는 모든 구두끈을 이걸로 바꾸었다. 다만 발등이 낮아 꽉 조이는 바람에 도저히 신을 수 없는 구두도 있지만, 대부분 편하게 잘 맞는다. 색깔도 다양해서 구두별로 맞추기 좋고, 가격도 저렴해서 부담 없다. 운동화용 상품도 있다.
 
실리콘 구두끈. [사진 구글]

실리콘 구두끈. [사진 구글]

 
이 상품과 함께 신발 관련 몇 가지를 더 추천한다. 하나는 구두의 모양을 잘 유지해주고 보관을 쉽게 해주는 슈트리라는 상품이다. 다른 곳에서는 상당히 고가인데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 그리고 운동화 클리너를 추천한다. 간편하게 운동화의 얼룩 등을 지울 수 있어서 유용하다. 이런 아이템을 가지고 자주 신발을 관리해주면 길이 잘 들어서 본인에게 편한 신발인데 얼룩이나 낡아서 신지 못하게 되는 불상사를 막을 수 있다. 관리하지 않으면 나중에 수선하는 비용이 새 신발을 사는 만큼 나올 수 있다.
 
이력서에 쓰지 못한 나의 숨겨진 취미는 신발 구경이다. 매장에 전시된 신발을 보면 늘 내가 가진 옷에 어울릴지 떠오른다. 그리고 그 신발을 신고 걷는 모습을 상상한다. 하지만 모든 상상이 제대로 들어맞지는 않는다. 실패하는 쇼핑도 많다. 디자인은 너무 예쁜데, 발에 맞지 않아 도저히 신을 수 없는 신발도 신발장 구석에 있다. 그래서 가능하면 신발은 신어보고 구매하는 것을 추천한다. 위에 소개한 아이디어 상품들도 추천한다. 특히 매듭 없는 구두끈은 ‘패션의 완성이 얼굴이라면 구두의 완성은 끈 처리’라는 것을 깨닫게 해줄 것이다.
 
직장인 theore_creator@joongang.co.kr
 

관련기사

공유하기
한재동 한재동 직장인 필진

[한재동의 남자도 쇼핑을 좋아해] '이제부터 쇼핑을 잘해야지!'라고 다짐하면 쇼핑을 잘할 수 있을까? 알고 보니 쇼핑에도 공부가 필요하더라. 쇼핑! 하면 비싼 명품 백을 사려고 줄을 서는 부정적 이미지를 떠올릴 수도 있겠지만, 사실 집 앞 편의점에서 간단한 먹을거리를 사는 것도 쇼핑이다. 그렇다면 ‘쇼핑을 잘한다’라는 건 무슨 의미일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것을 가장 효율적으로 구매하는 것으로 정의하고자 한다. 앞으로 이어질 이야기는 곧 불혹 직장인의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쇼핑 경험담이다. 거창한 명품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평범한 사람들이 즐기는 패션과 생활용품에 집중되어 있음을 미리 양해 구한다.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