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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심칩만 샀다면 대포폰 아니다?…대법 "재판 다시해야"

중앙일보 2020.03.04 12:00
유심과 휴대전화기 [사진 pixabay]

유심과 휴대전화기 [사진 pixabay]

다른 사람 이름으로 된 유심(USIM)칩을 사서 자기가 갖고 있던 휴대전화에 끼워 온라인 사기 거래에 썼다면 이를 처벌할 수 있을까. 2심 법원이 “유심칩을 산 것만으로는 휴대폰을 개통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해 이 부분을 무죄로 판단했지만 대법원이 이를 뒤집었다.  
 
A씨(35)씨는 인터넷 중고거래 카페에서 유명 가수의 콘서트 입장권을 판다고 글을 올리고 가짜 콘서트 입장권 정보를 보내주는 방식으로 사람들을 속였다. 이렇게 A씨에게 당한 사람만 100여명이 넘었고, 피해 금액도 3000만원 이상이었다. A씨는 상습사기와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A씨의 죄를 모두 인정해 징역 2년 6월을 명했다. 2심에선 형은 2년 6월로 같았지만 일부 죄를 판단하면서 1심과 다르게 판결했다. A씨에게 적용된 전기통신사업법 위반은 무죄로 봐야 한다는 판결이었다.
 
2심 판결의 요지는 이랬다. A씨측은 전기통신사업법의 법조문을 근거로 "A씨는 다른 사람 명의의 휴대전화가 아닌 유심칩만 사서 썼기 때문에 전기통신사업법 위반이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해당 법조문은 '이동통신단말 장치'의 부정이용을 막기 위한 조문이다. 돈을 제공하는 조건으로 다른 사람 이름의 이동통신단말을 개통해 업무에 쓰는 것을 금지한다.
 
항소심 재판부는 "관련 법에 ‘단말 장치’의 의미가 명시적으로 적혀있지 않다"고 A씨측 주장을 받아들었다. 휴대전화 단말기와 유심칩은 서로 다르게 봐야 한다며 A씨에게 이 법조문을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형벌법규 해석은 문언에 따라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를 뒤집었다. 대법원은 "유심을 사용하는 보편적인 현재의 시스템에서는 유심 개통 없이 단말만 쓸 수는 없고, 단말 개통 없이 유심만으로 일할 수도 없다"며 "해당 법에서 말하는 단말의 개통은 유심의 개통을 당연히 포함하거나 이를 전제로 하는 것"이라고 명확히 했다.
 
대법원 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사건을 파기환송하고 인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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