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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24시간 돌려도 못 만든다"···마스크업계 '필터 갑질' 고발

중앙일보 2020.03.04 11:16
“공장을 24시간 가동해도 주문량을 만들지 못합니다. 가장 큰 문제는 핵심 자재인 필터 공급이 제때 안된다는 것입니다”

대전 위텍코퍼레이션, 설 이후 공장 풀가동
회사 대표, "가장 큰 문제는 필터 공급 부족"
무리한 공장 가동에 직원 부상당하기도
"전국 마스크 공장 풀가동해도 수요 못 맞춰"

대전시 대덕구 신일동 마스크 제조업체인 위텍코퍼레이션에서 직원들이 마스크를 만들고 있다. 김방현 기자

대전시 대덕구 신일동 마스크 제조업체인 위텍코퍼레이션에서 직원들이 마스크를 만들고 있다. 김방현 기자

 
3일 오후 대전시 대덕구 신일동에 있는 마스크 제조업체 위텍코퍼레이션㈜에서 만난 이 회사 이신재(43) 대표는 “지난 설 직후부터 지난 2일까지 한 달 이상 기간에 하루도 쉬지 않고 마스크(KF94)를 생산해왔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기계 3대를 풀 가동해 하루 10만장의 마스크를 만들지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 확산하면서 여전히 공급이 부족하다”고 전했다. 그는 “전국에 있는 130여개 마스크 공장에서 아무리 열심히 제품을 만들어도 지금의 폭발적 수요는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지난 2일 직원 1명이 작업 도중 손가락 하나가 절단되는 사고를 당한 이후 공장 가동 시간을 오전 8시 30분에서 오후 10시로 단축했다”며 “공정 자체가 위험하지 않다고 생각해왔는데 무리하게 가동하다 보니 사고가 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직원은 손가락 접합 수술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지금 가장 어려운 문제는 마스크의 핵심 자재인 필터가 부족한 것”이라며 “필터는 전량 국산 제품을 사용하는 데,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다”고 했다. “당장 1~2일 생산 분량만 확보한 상태여서, 당장 필터를 구하지 못하면 공장 문을 닫아야 할 판”이라고 했다. 필터는 대부분 1개 업체에서 아기 기저귀, 여성용 생리대, 자동차 필터 등 여러 제품을 동시에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필터 공급업체가 마스크용 물량을 늘리지 않고 있다는 계 마스크 업계의 설명이다. 업계는 코로나 사태가 확산하면서 일부 필터 업체가 한동안 마스크업체를 상대로 일종의 ‘갑질’을 해왔다고 했다. 예를 들면 필터를 비싸고 공급해주고, 가격을 높여 판 다음 수익금을 나누자던가, 아예 마스크 제품 일부를 달라고 한다는 것이다. 정부 등이 나서 마스크용 필터를 더 만들도록 권고하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이 업체는 전했다. 전국에 필터 공급 업체는 10개 정도다.  
 
마스크 생산 공정은 우선 거대한 롤 휴지처럼 감긴 부직포를 연달아 풀어낸 다음 이 부직포를 4중으로 붙인다. 이어 미세먼지를 거르는 정전기 부직포도 한 겹 넣고 잘라 폴리프로필렌 코팅 철사를 끼운다. 이어 마스크 양쪽에 나일론 이어밴드(귀고리)를 부착하고 똑같은 크기로 자른다. 완제품은 직원들이 책상에서 브랜드가 새겨진 봉투에 넣는다.
 
이 회사 직원은 총 30명이며, 이 가운데 생산직은 15명이다. 이 회사는 10년 전인 2010년 설립됐다. 지난해 매출은 56억원을 기록했다고 한다. 
 
이 대표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해 12월까지 7~8개월은 일감이 적어 적자가 났다. 하루 최대 5만장 정도 생산했다. 그러다가 설 이후 코로나19가 한국에 급속도로 펴지면서 주문이 많이 증가했다. 거래처도 바뀌었다. 최근 1주일 전부터는 제품의 50%는 정부의 공적(公的) 판매용으로 납품하고 있다. 납품가는 1000원이라고 했다. 이 바람에 다이소·이마트 등 시중 거래처가 다 끊겼고, 베트남 수출길도 막혔다고 한다.
마스크 제조업체인 위텍코퍼에이션에서 직원이 마스크를 포장하고 있다. 김방현 기자

마스크 제조업체인 위텍코퍼에이션에서 직원이 마스크를 포장하고 있다. 김방현 기자

 
그는 마스크 사재기 논란에 대해 “지금처럼 공급량이 부족한 상태에서 업체나 유통업체가 사재기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며 “마스크를 만들어 달라는 곳은 엄청나게 많은 데 생산에 한계가 있어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이 회사에는 며칠 전부터 경찰과 국세청 직원이 상주하며 유통과정 등을 감시하고 있다. 반면 중국산 필터를 수입해 쓰는 일부 마스크 제조업체는 중국이 필터 수출을 중단하면서 자재 부족으로 생산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다가 지난 26일 정부의 '마스크 긴급조치'도 상황을 악화시킨 요인으로 꼽힌다. '생산량 50% 강제 정부 납품' 요구는 업체의 생산 의지를 꺾었다. 정부의 조치 이후 지난달 25일 1259만장이던 국내 마스크 하루 생산량은 지난 29일 기준 707만장으로 줄었다. 
 
마스크 수입확대도 사실상 어렵다고 업계는 설명한다. 글로벌 최대마스크 생산국은 중국과 한국이다. 중국 상하이 사회과학원에 따르면 전 세계의 마스크 하루 평균 생산량은 약 4000만장이다. 이 가운데 중국이 2000만장, 한국이 1000만장을 생산한다. 중국은 지난 1월 이후 의료·보건용품과 그 원자재 수출을 거의 중단한 상태다. 
 
대전=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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