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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인사이트] 인터넷 확산이 민주화 앞당긴다는 가설…중국서 통할까

중앙일보 2020.03.04 00:24 종합 23면 지면보기

코로나19와 중국의 온라인 통제

지난달 11일 광둥성 선전시로 이어진 고속도로 톨게이트에 스마트폰 프로그램을 내려받는 QR 코드를 매단 드론이 떠있다. 선전시는 8일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모든 운전자의 행적과 체온을 등록하는 온라인 시스템을 가동했다. [신화=연합뉴스]

지난달 11일 광둥성 선전시로 이어진 고속도로 톨게이트에 스마트폰 프로그램을 내려받는 QR 코드를 매단 드론이 떠있다. 선전시는 8일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모든 운전자의 행적과 체온을 등록하는 온라인 시스템을 가동했다. [신화=연합뉴스]

중국 온라인 공간에서 국가는 정부 친화적인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온라인 통제’를 한다. 반면 시민들은 ‘온라인 활동’을 통해 제한적으로 주어진 표현의 자유를 누리고 더 확대해 나가려 한다. 온라인 공간을 놓고 국가와 시민이 쟁탈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인터넷 보급의 확산이 시민사회 발전을 촉진하여 민주화를 촉진할 것이란 가설이 중국에서도 과연 통할까. 인터넷이 중국 대륙에 상륙한 이래로 이어져 온 의문에 대해 상반된 두가지 시각이 공존해 왔다.
  

“코로나19 사태는 중국의 온라인 통제 만능 신화를 깨뜨렸다.
정부에 대한 신뢰가 약화되고 시민들의 온라인 활동이 신뢰를
얻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 전쟁에서 시민이 승리해 표현의 자유를
쟁취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국가의 ‘온라인 통제’를 강조하는 시각에서 보면 인터넷은 중국정부에게 효과적인 사회통제 수단을 제공한다. 권위주의적 공산당 일당체제 하에서 인터넷의 역할은 자유민주주의 사회와 다르다는 것이다. 반면 시민들의 ‘온라인 활동’을 강조하는 이들은 인터넷이 장기적으로는 중국의 언론자유 및 시민사회 발전을 촉진할 수 있다는 낙관적 전망을 한다. 지금까지의 중국 현실을 보면 국가의 ‘온라인 통제’가 시민의 ‘온라인 활동’보다 더욱 강력하고 효과적으로 보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중국 정부는 온라인 통제의 수위를 최고조로 올렸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중국의 온라인 통제 만능 신화를 깨뜨린 것 역시 코로나19였다.
 
중국의 통제는 온라인 공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중국 정부는 온·오프라인 기술을 결합한 최첨단의 사회 감시 시스템을 구축했다. 안면 인식기술과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감시카메라 분야에서 중국은 세계의 기술 표준을 속속 선점하고 있다. 중국의 기술은 아프리카·중동·아시아 지역에 급속히 보급되고 있다. 우간다는 2019년 8월 화웨이(華爲) 감시 카메라를 전국에 설치했다. 싱가포르도 가로등에 중국산 안면 인식 카메라를 설치할 계획이다.
 
시진핑 주석은 2018년 중앙정치국 집단학습에서 AI, 안면 인식, 개인정보 수집에 기초한 빅데이터 분석으로 인민 동향을 파악해 사회통제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범죄자를 추적해 사회안정을 유지하는 것이 목표라고 하지만 반체제 인사를 식별하는 용도로 악용해 왔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시진핑 집권 이후 정치·사회적 통제가 강화되면서 반체제 인사의 목소리는 더욱 작아졌다. 중국인 누구도 공산당 통치에 문제를 제기할 수 없고, 서구식 민주화를 감히 주장할 수 없을 만큼 정치·사회 통제는 강력하고 안정적이었다.
 
인터넷과 첨단 기술은 누가 기술을 활용하는 주도권을 장악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어떤 정치체제 아래에서 어떤 목적으로 정보통신(IT) 기술을 사용하느냐가 중요한 이유다. 중국은 국가가 시민을 통제·감시하는데 IT 기술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온 대표적인 나라이다. 중앙집권적 국가가 첨단 기술을 활용해 시민을 통제하고 저항세력을 억압할 수 있다는 비관적 우려는 중국에서 상당 부분 현실화되고 있다.
  
첨단 기술도 코로나 조기 감지 실패
 
안면 인식 기술이 탑재된 CCTV는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에도 매우 촘촘하게 설치되어 있었다. 하지만 우한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이 통제 불능 수준에 이를 때까지 위기를 조기에 감지하지 못했다. 기침이나 재채기를 하며 콧물을 닦고 지나가는 사람이 증가하는 것을 누구도 위험요인으로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감시 항목에 없는 새로운 현상은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다. 누군가 위기를 말하면 사회불안을 조성한다는 이유로 침묵을 강요당했다. 첨단 감시 시스템의 감시 내용을 결정하는 지도부가 시민 건강에는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여론이 나빠지자 정부는 인터넷 검열과 여론통제를 강화하고, 관련 글은 삭제하고 위챗 계정은 폐쇄하고 있다. 지난주 궈취안(郭泉·52) 전 난징사범대 교수가 중국 검찰에 기소된 사실이 알려졌다. 코로나19를 다룬 글을 인터넷에 올린 혐의다. 그의 공소장에 씌어진 혐의는 ‘국가전복선동’이었다. 궈 교수는 2007년 공산당 일당독재에 반대하는 글을 올렸다가 같은 죄로 10년을 복역하고 2018년 11월에 출소했다.
 
궈 교수는 코로나19 사태 후 이어지고 있는 인터넷 필화(筆禍)의 희생자다. 시민기자 천추스(陳秋實·35), 팡빈(方斌), 리쩌화(李澤華·25)와 ‘분노한 인민은 더는 두렵지 않다’는 글을 인터넷에 올린 쉬장룬(許章潤·58) 칭화대 교수,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퇴진을 주장한 ‘권퇴서(勸退書)’를 쓴 쉬즈융(許志永·47) 변호사 역시 줄줄이 사라졌다. 코로나19는 구글, 페이스북 등을 막는 만리방화벽(Great firewall)을 더욱 두텁게 만들었다.
  
코로나, 지도부의 무력한 민낯 들춰
 
하지만 간과할 수 없는 또다른 측면이 있다. 코로나19사태는 중국의 온라인 통제 만능 신화를 깨뜨렸다. 인터넷과 언론 통제가 위기 경보 시스템을 마비시킴으로써 정부의 위기대응 능력을 무너뜨렸다. 인터넷 통제가 오히려 사회 불안정 요인으로 작용한 것이다. 당의 공식발표와 다른 정보가 위챗(微信·중국식 카카오톡)이나 웨이보(微博·중국식 트위터) 등 SNS를 통해 유통되면서 대중의 신뢰를 얻고 있다. 정부에 대한 신뢰가 약화되고 시민들의 온라인 활동이 신뢰를 얻어가고 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중국 온라인 공간에서는 정부와 네티즌간의 전쟁이 펼쳐지고 있다. 아쉽게도 이 전쟁에서 시민이 승리해 표현의 자유를 쟁취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정부의 온라인 통제 기술이 세련되게 발전하는 반면, 시민의 게릴라식 저항은 잠시 타오르다 꺼져버리는 불꽃놀이처럼 보인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2020년 중국 지도부의 부실한 코로나19 대응을 바라보며 중국인과 세계 각국은 화려한 경제발전 뒤에 숨겨졌던 중국의 무력한 민낯을 보게 되었다는 점이다. 전염병 확산에 따른 공장 휴업, 도시 봉쇄, 소비 위축, 실업 등은 경제에 충격을 줄 것이다. 경제가 무너지면 공산당 통치의 정당성이 위기에 직면한다. 코로나19로 시진핑 지도부가 직면한 정치 불안정과 리더쉽의 위기는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 공산당 통치의 정당성을 강화하고 정치 안정을 위해서라도 중국은 언론과 인터넷 통제를 다시 생각해 볼 시점이다.
 
숨진 리원량 부인 “중앙조사팀 결론 나온 뒤 이야기하자”
지난달 7일 우한병원에 리원량의 초상화와 조화가 놓여 있다. 리원량은 코로나19를 최초로 알렸다. [AFP=연합뉴스]

지난달 7일 우한병원에 리원량의 초상화와 조화가 놓여 있다. 리원량은 코로나19를 최초로 알렸다. [AFP=연합뉴스]

코로나19를 처음으로 알렸던 ‘휘슬블로어’ 리원량(李文亮) 우한(武漢) 중앙병원의 안과의사가 지난달 7일 숨졌다. 지난 27일 상하이의 인터넷 경제매체 제몐뉴스(界面新聞)가 그의 부인 푸쉐제(付雪洁)를 인터뷰했다. 임신 5개월인 푸 씨는 남편을 잃은 충격에 “출혈로 병원에 한동안 머물렀다”며 “중앙조사팀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뷰는 인터넷에서 게재 당일 삭제됐다. 몇몇 기업이 신청한 ‘리원량’ 상표권도 모두 반려됐다. 당국이 리원량 지우기에 나선 모양새다. 다음은 중국 SNS에서 찾아낸 인터뷰 원문.
 
어디서 지내며 건강은 어떤가.
“고향인 짜오양(棗陽·우한 북서쪽 230여㎞ 떨어진 도시)에 있다. 건강은 보통이다. 남편이 숨진 뒤 계속 마음이 아프다. 임신 중 출혈이 있어 한동안 병원에서 지냈다.”
 
당신도 감염됐다는 말이 들렸다. 괜찮은가?
“발열만 있었다. 남편이 떠난 뒤 심정이 좋지 않아 이튿날 열이 났지만 코로나는 아니었다.”
 
남편이 숨졌다는 소식을 어떻게 알았나?
“뉴스를 보고서야 알았다. 그날 쉬지 않고 동료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를 보게 해 달라고 했다. 응급조치 중이라며, 구체적인 상황은 모른다고 했다. 이후 병원에서 통보가 왔다.”
 
우한에 다녀왔나.
“가지 못했다. 이곳도 길이 막혔다. 시어머니 역시 가지 못했다. 유골은 아직 장례식장에 있다.”
 
두 아이는.
“큰 아이는 유아원 중급반에 다닌다. 5살이 된다. 작은 아이는 임신 5개월이다. 6월이 예정일이다.”
 
앞으로 계획은.
“지금은 아이를 평안하게 키울 생각만 하고 있다. 우리도 중앙조사팀의 결론을 기다리고 있다. 결론이 나온 뒤에 다시 이야기하자.”
◆이민자
서강대학교 정치학 박사. 중국 사회과학원 방문학자(1999~2000), UC 버클리 방문학자(2009~2010)를 거쳐 현재 서울디지털대 중국학과 교수와 교무처장을 맡고 있다. 주요 저서와 논문으로  『중국 인터넷과 정치개혁』(2015), “중국 정부의 인터넷 통제(2013)” 등이 있다.

 
이민자 서울디지털대 중국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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