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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력 잃은 한국 경제…GDP는 제자리, 국민소득은 뒷걸음질

중앙일보 2020.03.03 13:13
2019년 한국의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1%에 머물렀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 21년 만에 최저치다. 달러 기준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10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쪼그라들었다.

박성빈 한국은행 경제통계국 국민계정부장이 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2019년 4분기 및 연간 국민소득(잠정) 설명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한국은행

박성빈 한국은행 경제통계국 국민계정부장이 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2019년 4분기 및 연간 국민소득(잠정) 설명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한국은행

한국은행이 3일 발표한 ‘2019년 4분기 및 연간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실질 GDP 성장률은 지난 1월 발표했던 속보치와 같은 2.0%였다. 명목 GDP는 1914조원으로 전년 대비 1.1% 성장하는 데 그쳤다. 달러 기준으로는 전년 대비 4.6% 감소한 1조6420억 달러를 기록했다. 원화 약세의 영향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1165.7원으로 2018년보다 약 5.9% 상승했다.

 

GNI, 10년 만에 최대폭 감소 

국민이 국내외에서 벌어들인 총소득을 말하는 GNI는 1조6571억 달러로 2018년보다 4.0% 감소했다. 1인당 GNI 역시 3만2047달러로 전년(3만3434달러) 대비 4.1% 줄었다. 1인당 GNI가 감소한 것은 2015년 메르스 사태로 1.9% 줄어든 후 4년 만이다. 감소 폭으론 금융위기 때인 2009년(-10.4%) 이후 최대다.
국내총생산(GDP).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국내총생산(GDP).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실질 GNI도 0.3%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 역시 외환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실질 GNI는 실질 GDP와 실질 무역 손익의 합이다. 실질 GDP 성장률(2.0%)보다 1.7%포인트 낮은 건데 이는 소득의 실질 구매력이 떨어진다는 의미다. 박성빈 한국은행 국민계정부장은 “미·중 무역갈등과 반도체 가격 하락 등 교역 조건이 악화한 영향”이라고 말했다.
 
원화 기준으로 지난해 1인당 GNI는 3736만원이다. 언뜻 많아 보이지만 실제 가계 소득과는 차이가 있다. 이름은 국민총소득이지만 GNI는 가계 소득과는 다른 개념이다. 기업과 정부의 소득까지 합산하기 때문이다. 실제 국민이 체감하는 가계 소득을 따져보려면 가계총처분가능소득(PGDI)을 봐야 한다. 2018년 1인당 PGDI는 1만8144달러다. 2018년 평균 환율을 적용하면 약 2000만원 정도다. 1인당 PGDI가 1인당 GNI의 54% 정도에 머무는 셈이다. 이 비율은 해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가계 소득보다 기업 소득이 늘어나는 속도가 더 빠르기 때문이다.
국내총생산(GDP).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국내총생산(GDP).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GDP 물가, 5분기 연속 마이너스

지난 한 해 동안 경제 규모도, 소득도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한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전반적으로 경제의 활력이 떨어지고 있는 점이다. 2019년 GDP 디플레이터는 5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한 끝에 연간 -0.9% 하락했다. 5분기 연속 마이너스는 사상 처음이다. 연간 마이너스 또한 2006년(-0.2%) 이후 13년 만의 일이고, 하락 폭은 1999년(-1.2%) 이후 20년 만에 가장 컸다. 내수 디플레이터는 1.3% 상승했으나, 수출 디플레이터가 4.9% 하락했다. 박 부장은 “기업 수익성이 악화해 투자 여력이 줄었고, 정부가 확장 재정을 통해 보완했지만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명목 GDP를 실질 GDP로 나눈 GDP 디플레이터는 국내에서 생산한 수출품 등을 포함해 경제 전반의 종합적인 물가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이든 GDP 디플레이터든 이게 마이너스라는 건 소비·투자·생산 등 어디선가 문제가 생겼다는 뜻이다. 길어지면 디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에 달갑지 않은 지표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디플레이션 조짐이 보이면 기업은 투자를 가계는 소비를 미루게 되고, 시중에 돈이 돌지 않고, 경제가 활력을 잃는 악순환이 발생한다”며 “그나마 3분기(-1.6%)에 비해 4분기(-0.9%) 마이너스 폭이 줄어든 건 다행”이라고 말했다.
국내총생산(GDP).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국내총생산(GDP).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가뜩이나 생기를 잃어가는데 연초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다. 1월엔 큰 영향이 없었지만 2~3월엔 실물경제가 크게 둔화할 게 확실한 상황이다. 한은은 이미 올해 GDP 성장률 전망치를 2.3%에서 2.1%로 낮춰잡았다. 한은 관계자는 “1분기 성장률은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지난해 1분기(-0.4%)에 못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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