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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회사를 우량회사로 둔갑시키고 주식 팔아…3600명 울렸다

중앙일보 2020.03.03 12:00
범인들은 범죄 수익을 은닉하기 위해 금괴 등을 구입했다. [사진 서울북부지검]

범인들은 범죄 수익을 은닉하기 위해 금괴 등을 구입했다. [사진 서울북부지검]

껍데기뿐인 부실 회사를 우량 회사로 둔갑시키고 주식을 판 일당이 적발됐다. 피해자는 3600명, 범행금액은 155억원에 달한다.
 
서울북부지검 조세범죄형사부(부장검사 한태화)는 사기와 유사수신행위법 등의 혐의로 A씨(51) 등 3명을 구속 기소하고 B씨(67) 등 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3일 밝혔다.
 

가짜 재무제표로 변경 등기, 우량회사로 둔갑

이들은 지난해 3월 완전 자본잠식된 C영농조합법인을 헐값에 산 다음 법원 등기소에서 자본금 200억원을 보유한 것으로 꾸민 가짜 재무제표를 첨부하면서 D주식회사로 조직변경 등기를 했다고 한다. 법원 등기소는 조직변경 등기 시 승계하는 자본금이 실제로 존재하는지를 확인하지 않는다. 범행의 미끼로 쓰일 ‘무늬만’ 우량 회사가 탄생한 순간이다.
 
그 직후엔 19일 동안 3664명을 상대로 “D주식회사의 비상장 주식을 사면 원금을 보장하고 추후 우회 상장을 해 투자금의 10배까지 불리도록 해주겠다”고 속여 155억원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 각각의 피해 금액은 최소 100만원, 최대 4억원가량에 달한다.
 

주부·노인 등 상대로 다단계식 모집

다른 투자자를 끌어오면 추천 수당을 지급하는 다단계 영업 방식을 적용한 탓에 짧은 시간 동안 많은 피해자가 생긴 것으로 분석된다. 피해자 대부분은 주식에 문외한인 가정주부, 은퇴자 등이라고 한다.
 
일당은 추가 범행을 위해 다른 껍데기뿐인 영농조합법인을 자본금 127억원의 우량 회사로 둔갑시키려고 하던 중 검찰 수사망에 걸려들었다고 전해진다. 검찰은 “피의자 A씨 등의 별도 사건 재판 과정에서 이번 사건의 단서를 포착하고 수사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범행금액 숨기려고 금괴·부동산 사

조사 결과 사기단은 범행 수익을 숨기기 위해 18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차명으로 사고 현금 45억원가량을 차명 계좌에 이체한 것으로 드러났다. 56억원 상당의 금괴도 샀다고 한다. 검찰은 이들을 포함한 137억원 상당의 은닉 재산을 압수 혹은 추징 보전했다. 범행금액의 90%가량을 확보한 것이다. 지난해 8월 부패재산몰수법이 피해자들의 실질적 피해 복구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개정·시행된 덕분이다.
 
범인들은 검찰 수사가 들어오자 금괴와 부동산 등을 이용해 피해자들과 합의를 시도했던 것으로도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향후 법원에서 범죄수익에 대한 몰수·추징 선고가 확정되거나 가집행 선고가 이뤄지면 신속하게 피해자가 재산 반환을 청구할 수 있도록 안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유사 사건이 기승을 부리고 있으니 시민들은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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