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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리자는 웃고 있을까...AI가 사람 감정 읽기 어려운 이유는?

중앙일보 2020.03.03 05:00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 있는 모나리자 [로이터=연합뉴스]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 있는 모나리자 [로이터=연합뉴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는 웃고 있을까. 
입술의 양 끝만 살짝 올라간 모나리자의 미소는 5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세간의 관심사였다. 옅은 미소라는 의견부터 억지 미소라는 주장까지 나왔다. 루카 마실리 미국 신시내티대 의대 박사는 지난해 6월 국제 학술지에 “모나리자의 얼굴에서 행복감이 왼쪽 얼굴에서만 나타난다는 점에서 진짜 미소가 아니다”라는 연구 결과를 싣기도 했다.  
 
#“당신은 지금 슬픔(Sad) 64% 상태네요.“
인공지능(AI) 얼굴 인식 솔루션이 사람의 얼굴을 보고 감정을 분석한다. 얼굴의 표정을 인식해 슬픔ㆍ기쁨ㆍ놀라움ㆍ분노 등을 얼마나 느끼고 있는지 정량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AI 기업들은 속속 이런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미국 기업 아마존은 표정을 식별하고 감정을 읽어내는 안면 인식 기술 ‘레코그니션’(Rekognition)을 개발했고 대만의 사이버링크는 표정을 인식해 사람의 나이와 성별, 감정을 식별하는 ‘페이스미’(FaceMe)를 공개했다.
 
그러나 과학저널 네이처는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사람의 감정을 읽어내는 AI가 속속 등장하고 있지만, 표정으로 감정을 읽어내는 것에 대해 과학자들은 이견을 보인다”고 발표했다. 얼굴의 움직임과 내적 감정 상태의 명확한 연관성을 찾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네이처는 감정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이들은 얼굴로 감정을 읽는 것은 비과학적이라고 주장한다. 리사 펠드만 바렛 미국 노스이스턴대학 심리학과 교수는 “사람의 얼굴 표정에서 감정 상태를 유추할만한 증거는 거의 없다”고 말한다. 사람들이 감정을 느껴도 얼굴을 움직이지 않을 수 있고, 심지어 속이는 것도 가능하다. 게다가 표정은 문화적 맥락과도 관련이 있기 때문에 서양인과 동양인의 기쁨ㆍ슬픔에 대한 표정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소프트뱅크의 감정인식 로봇 '페퍼' [로이터=연합뉴스]

소프트뱅크의 감정인식 로봇 '페퍼' [로이터=연합뉴스]

 

"AI 감정인식 기술은 사람의 복잡한 감정 인식 못 해"

감정인식 영역의 토대를 제공한 미국의 심리학자 폴 에크만에 따르면, 사람의 얼굴에는 42개의 근육이 있어 이를 사용해 조합해 낼 수 있는 표정이 1만개가 넘는다. 이 가운데 3000개가 생활 속의 감정과 관련이 있는 것들이다.  
 
지난달 13일부터 4일간 세계 최대 과학행사인 미국과학진흥협회(AAAS) 연례회의에 참석한 과학자들은 “AI의 한계를 직시하고 영향력 확대를 진지하게 재고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알레이스 마티네스 미 오하이오주립대 전자컴퓨터공학부 교수는 감정 인식 기술이 완벽하지 못하다는 과학적 근거를 제시했다. 그는 “얼굴 표정을 인식해 감정을 파악하는 현재의 기술은 ‘인간이 행복할 때 웃고 화가 날 때 얼굴을 찌푸린다’는 단순한 가설에 기대고 있다”며 “현재로써는 기술이 사람의 복잡한 감정을 인식할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감정은 다양한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만들어내는 것인데 얼굴 인식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얼굴 표정을 인식해 감정을 파악하는 현재의 기술은 ‘인간이 행복할 때 웃고 화가 날 때 얼굴을 찌푸린다’는 가설에 기대고 있다.[pixabay]

얼굴 표정을 인식해 감정을 파악하는 현재의 기술은 ‘인간이 행복할 때 웃고 화가 날 때 얼굴을 찌푸린다’는 가설에 기대고 있다.[pixabay]

 
마르티네스 교수는 35개국에 거주하는 400만 명의 표정을 수집하고 분석해 피험자의 표정 상태와 피사체의 감정을 비교했다. 그 결과, 표정과 감정은 연동하지 않았고 얼굴에서 감정을 감지하는 시도는 대부분 실패했다고 밝혔다. 실험 참여자들에게 붉으락푸르락한 상태로 입을 벌리고 있는 남성의 사진을 보여줬는데, 대부분 “화가 난 것처럼 보인다”고 답했다. 그러나 실제 그 사진은 축구선수가 득점한 뒤 골 세리머니를 하는 모습이었다.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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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이유를 바탕으로 미국 뉴욕대 AI 나우 연구소(AI Now Institute)는 보고서를 통해 ‘채용이나 법 집행 등 민감한 상황에서 감정인식 기술의 사용을 금지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안면 및 감정 인식 기술은 현재 광고 마케팅, 채용 인터뷰, 범죄 수사 등에 이미 활용되고 있는데, 이 같은 상황이 매우 위험하다는 지적이다. 감정은 계량화가 불가능한데 이를 알고리즘화하려는 시도 자체가 잘못됐다는 것이 요지다.  
 
바렛 교수는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우리는 정말 벼랑 끝에 와 있다. AI 기업들은 계속 문제 있는 가정(AI가 감정을 읽어낼 수 있다는 것)을 할 것인가, 아니면 해야 할 일을 할 것인가.“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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