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업무 올 스톱, 마스크만 좇아라”
“하던 업무를 모두 중단하고 마스크 사재기 단속에 달라붙어라.”
식약처와 공정거래위원회ㆍ경찰청 등 6개 부처 30개 팀 180명으로 구성한 정부부처 합동 단속반이 꾸려졌다. 수갑ㆍ진압봉을 받고, 현행범은 체포까지 가능한 특별사법경찰관 업무가 시작됐다.
폭주하는 신고
![유명종 식약처 위해사범중앙조사단 수사팀장(왼쪽 셋째)이 마스크 사재기 현장 단속에서 압수한 마스크를 들고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식약처]](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003/04/49e1a430-a710-419a-83a3-164ababd621d.jpg)
유명종 식약처 위해사범중앙조사단 수사팀장(왼쪽 셋째)이 마스크 사재기 현장 단속에서 압수한 마스크를 들고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식약처]
지난달 24일 오후 8시 40분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서 “중국인들이 마스크를 대량으로 트럭에 옮겨싣고 있는데 수상하다”는 신고를 받았다. 곳곳에 나가 있던 단속반원들이 현장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9시 10분이었다. 26일 밤엔 “역삼역 카페인데 옆 테이블에서 마스크 1000만장을 인천 남동공단에서 거래하는 계약을 맺고 있다”는 신고를 받았다. 단속반과 경찰 4개 조가 바로 남동공단으로 출동했다. 두 사건 모두 조사 중이다.
이런 식으로 단속반 차량 8대가 전국 곳곳을 쉴 새 없이 달린다. 2월 한 달간 역대 최대 규모 마스크 사재기(105만장) 행위를 적발하는 등 15건을 고발 조치했다.
105만장 사재기 추격전
결국 판매자를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만나 따라간 끝에 경북 의성의 한 공장 창고에 도착했다. 판매자와 일행인 차량이 단속반을 미행하다 눈치채고 달아나는 일까지 벌어졌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창고에는 일명 ‘박스 갈이(택배 상자를 옮겨 담은 것)’한 마스크 박스 수백개가 가득 쌓여있었다. 조사결과 판매자는 7억원 어치 마스크를 14억원에 판매하려고 한 것으로 나타났다.
깊숙이 숨는 범죄
![경기도 용인의 한 마스크 판매업체 창고에서 마스크 단속단이 마스크 수량을 확인하고 있다. [뉴스1]](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003/04/250a4556-97ae-4267-ac43-decd42944ae5.jpg)
경기도 용인의 한 마스크 판매업체 창고에서 마스크 단속단이 마스크 수량을 확인하고 있다. [뉴스1]
단속반도 마스크 사재기 단속은 처음이다. 제조ㆍ판매업자에 대한 기존 정보가 거의 없는 편이라 위험이 곳곳에 도사린다. ‘한탕주의’를 노리는 사람 중엔 돌발 행동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중국으로 향하는 마스크가 많다 보니 외국인이 범죄에 가담하기도 한다. 몸싸움이나 도주극도 종종 일어난다. 단속반원 안전을 위해 항상 2인 1조, 혹은 3인 1조로 출동하는 이유다. 신고 하나하나가 소중하지만 출동했더니 ‘마스크팩’인 경우일 땐 허탈하기도 하다.
마스크 단속 없는 날까지
단속반 활동이 강화되면서 일부 업자가 사재기했던 마스크가 시장으로 나오고 있다. 그러나 "마스크를 구하기 어렵다"는 아우성은 끊이지 않고 있다. 단속반은 지친 몸을 다시 한번 일으킨다. 국민 한 명 한 명이 마스크 하나만큼은 걱정 없이 쓸 수 있었으면. 그래서 마스크 단속반을 해체하는 날이 하루빨리 찾아왔으면.
김기환의 나공
[나공]은 “나는 공무원이다”의 준말입니다. 정부 부처와 공기업을 중심으로 세금 아깝지 않게 뛰는 공무원이 이야기의 주인공입니다. 각 분야에서 묵묵히 일하며 헌신하는 이들의 고충과 애환, 보람을 생생하게 전합니다.
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