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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난민들···"부산 기장처럼 통장이 집집마다 나눠주자"

중앙일보 2020.03.03 00:03 종합 1면 지면보기
2일 오후 충북 청주시 상당구 용암동 농협하나로마트에서 마스크를 구입하려는 시민들이 줄지어 서 있다. 정작 판매는 오후 1시부터 시작됐지만 5시간 전부터 수천 명의 인파가 몰렸다. 마스크 1만 개가 2시간 만에 완판됐다. 한 주민은 "이렇게 다닥다닥 붙어 기다리다가 오히려 코로나19에 감염되는 것 아닌가 모르겠다"며 마스크 판매 방식의 문제를 지적했다. [뉴스1]

2일 오후 충북 청주시 상당구 용암동 농협하나로마트에서 마스크를 구입하려는 시민들이 줄지어 서 있다. 정작 판매는 오후 1시부터 시작됐지만 5시간 전부터 수천 명의 인파가 몰렸다. 마스크 1만 개가 2시간 만에 완판됐다. 한 주민은 "이렇게 다닥다닥 붙어 기다리다가 오히려 코로나19에 감염되는 것 아닌가 모르겠다"며 마스크 판매 방식의 문제를 지적했다. [뉴스1]

마스크 대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26일 0시부터 마스크 공적 판매라는 고강도 조치를 내놨지만 엿새가 지난 2일에도 마스크 구하기 전쟁이 전국 곳곳에서 벌어졌다. 농협하나로마트와 우체국, 약국 등으로 판매처가 제한되면서 소비자 불만은 더 커지고 있다.
 

‘마스크 대란 해법’ 쏟아진 제언
“약국 중복투약 방지시스템 쓰면
마스크 중복구매 막을 수 있어”

“공적 물량 100%로 확대하고
마트·편의점까지 판매 허용을”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날 하루 약 588만 개의 마스크를 전국 약국·농협하나로마트 등에서 공적 판매로 푼다고 밝혔다. 감염병 특별관리지역인 대구·청도와 읍·면 지역은 우체국에서도 마스크를 살 수 있고 중소기업유통센터, 공영 홈쇼핑(전화 주문 080-258-7777, 080-815-7777)에서도 살 수 있다고 소개했다.
 
현실은 전혀 달랐다. 2일 서울 서초구 농협하나로마트 양재점 앞에 100m가 넘는 마스크 구매 줄이 형성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마스크 품귀’ 현상이 지속되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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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마지막 순서로 마스크를 산 남기문(53)씨는 “우체국이랑 약국 전부 다 가봤는데 마스크를 하나도 못 샀다”며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고 난 이후 마스크를 처음으로 구해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당초 전국 농협하나로마트는 오후 2시부터 판매를 시작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양재점은 개장 전부터 인파가 몰리자 오전 9시쯤부터 마스크를 팔았다. 1인당 최대 5개로 제한해 오후 1시50분쯤 준비한 3만 개가 소진됐다. 농협하나로마트 관계자는 “한 시간에 1000명 정도가 마스크를 사간 것 같다”고 했다.
 
마스크가 완판되자 기다리던 50여 명은 발길을 돌렸다. 이들 중 20여 명이 “내일은 마스크가 얼마나 들어오느냐. 내일은 살 수 있느냐”고 묻기도 했다.
 
서울 종로구 홍파동의 풍기인삼농협 서울본점 앞에는 마스크를 팔기 전부터 100여 명이 줄을 섰다. 채 10분도 걸리지 않아 완판됐다.
 
대구 우체국에 줄선 50대 “확진자인데 마스크 사러 왔다”… 경찰, 강제 격리

 
손모(60)씨는 “아침부터 종로 보령약국까지 가고 여기저기 다녔는데 마스크가 한 개도 없었다”며 “그나마 사서 다행”이라고 했다. 충북 청주시 용암동 농협하나로마트. 주차장 한쪽이 공적 마스크 구매 인파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한 시민은 “어제 구매를 못해 오늘은 아침 8시부터 나와 기다렸다. 이렇게 다닥다닥 붙어 기다리다가 되레 감염되는 게 아닌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2일 오후 대구 중구 포정동 대구우체국 앞에 줄 선 50대 남성이 “확진자인데 마스크를 구입하러 왔다”고 혼잣말을 했다. 이에 옆 사람이 대구 중부경찰서에 제보했고 대구 동구 중앙교육연수원으로 이송해 검사한 결과 확진자로 드러났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는 2일 오전 11시부터 전국 읍·면 우체국 1406곳을 통해 마스크 65만 개를 개당 1000원에, 1인당 최대 5개씩 판매했다.  이날 대구 지역 우체국엔 1400세트, 청도엔 520세트가 공급됐고 대다수 우체국엔 80세트씩만 갔다. 대구시 수성우체국 앞에는 판매 시작 여섯 시간 전인 오전 5시부터 줄을 선 시민도 있었다. 그러다 보니 판매 개시 5분 만에 동났다. 일부 시민은 “마스크를 우체국에서 선착순 판매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면서 “주민센터에서 거주자임을 확인하고 순차적으로 나눠주면 새벽부터 줄을 서는 고생을 하지 않아도 될 일 아니냐”고 지적했다. 하지만 서울 등 도심 지역 우체국에선 팔지 않아 혼선이 빚어졌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마스크 사재기’를 방지해야 한다는 지적과 함께 공정한 마스크 구매를 위한 제언도 쏟아졌다. 경북 문경시에서 일하는 약사라고 자신을 소개한 사람이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마스크 사재기 방지 대책’을 제안했다. 이 청원자는 “현재 한 약국에서 약을 조제받으면 다른 약국에서 중복 투약할 수 없도록 체크하는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 시스템을 이용한다”며 “이를 마스크에 접목해 주민등록번호별로 공적 마스크 구매 개수를 등록하면 다른 약국에서 중복 판매를 하지 않게 해 사재기를 막을 수 있다”고 적었다.
 
마스크 공적 판매량을 아예 100%로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박종한 웰킵스 대표는 “공적 물량을 100%로 확대하는 게 유일한 해결책”이라며 “또 공적 마스크 판매처를 일반 마트와 편의점 등 모든 유통 채널로 확대하고 그 대신 매입한 가격의 110% 수준으로 팔도록 하면 된다”고 말했다. 편의점은 전국에 4만5000개가 분포돼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장, TV홈쇼핑 채널까지 마스크 판매시간을 통일하면 수요가 분산되는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제언도 있었다.
 
조용수 전남대병원 응급의학과 조교수는 “공적 판매가 아니라 정부나 지자체에서 필요한 사람에게 마스크를 우선으로 전달하는 방법도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실제로 부산시 기장군은 예비비 54억원을 긴급 투입해 마스크 105만 개 구매 계약을 체결하고 지역 내 7만여 가구에 무상으로 나눠주고 있다. 일단 35만 개를 공급받아 가구당 5개씩 나눠줬다. 특히 기장군은 아파트의 경우 경비실이나 관리사무소까지, 자연부락의 경우 통반장이 각 집으로 직접 배달해 준다. 
 
대구=김윤호·김정석 기자
정진호·박형수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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