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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 강사 탓 여고생 감염 “우리 아이 학원 보낼까 말까”

중앙일보 2020.03.03 00:03 종합 8면 지면보기
“감염 우려 때문에 학원을 안 보내자니 우리 아이만 뒤처질 것 같아 불안해요.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학교는 쉬어도 학원은 수업 강행
사설업체라 강제 휴원조치 못해
경기도내 학원 중 휴원 48% 불과
어제 TK서 6명 사망, 총 28명으로

올해 고3이 되는 학생의 어머니인 A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고민의 근원은 학원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학교는 개학을 연기했지만 학원은 수업을 강행하고 있어서다. 코로나19를 생각하면 자녀를 안 보내는 게 답이지만 학원에서 공부하는 다른 학생들을 떠올리면 마냥 놀리기도 어려운 형편이다. A씨는 “학원도 모두 휴원하면 고민을 덜해도 될 텐데, 그렇게 할 수는 없는 거냐”고 답답해했다.
 
코로나19 사태의 와중에 학원이 학부모와 학생들의 골칫거리로 떠올랐다. 학원은 사설 업체라 학교와 달리 정부가 법적으로 강제 휴원하도록 할 방법이 없다. 교육부가 지난달 23일 전국 유·초·중·고교 개학 연기 방침을 발표하면서 학원에 대해서는 휴업 권고만 한 이유다. 하지만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현재 경기도 내 학원·교습소 3만2923곳 중 휴원 중인 곳은 1만5889곳(48.26%)에 불과한 실정이다. 학원 입장에서도 학원비 환불 문제나 월세, 강사 월급 등을 고려하면 오래 쉬기 어려운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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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2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학원가에는 가방을 메고 마스크를 낀 학생들이 학원을 분주히 오가고 있었다. 고교 2학년 남학생은 “학원이 지난주까지는 휴원했는데 3월부터 정상 수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휴원을 연장한다”고 공지한 뒤 특강 형태로 수업하는 ‘꼼수’ 학원도 찾을 수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여고생이 학원 강사 때문에 코로나19에 걸린 사례가 발생해 학원이 새로운 집단감염 루트로 부상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일 부산시와 부산시교육청은 18세 여고생인 70번 확진 환자가 54번 환자인 영어학원 강사(27세 남성)에게서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 학생은 지난달 17일과 22일 부산진구의 학원에 등원해 수업했고, 이 과정에서 강사인 54번 환자와 접촉했다. 54번, 70번 환자와 접촉한 이들 가운데에서 추가 피해자가 나올 수도 있는 상황이다.
 
교육계 등에서는 정부가 학원 피해 보전 방안 등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시교육청 관계자는 “시·도 교육감들이 휴원 피해를 보전해 주는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정부에 이미 건의한 걸로 안다”고 말했다.  
 
한편 2일 오전 기준으로 코로나19 확진자 중 중증 이상의 상태에 놓인 환자는 19명의 위중 환자를 포함해 34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중증 환자는 스스로 호흡은 할 수 있지만 폐렴 등으로 산소포화도가 떨어져 산소 치료를 받는 환자다.  
 
중대본에 따르면 이날 대구·경북에서만 65~86세 환자 6명이 추가로 사망해 코로나로 인한 국내 사망자는 28명으로 증가했다. 확진자는 하루 새 599명 늘어나 누적 확진자가 4335명에 달했다. 중대본 2차장인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날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정부 방역에 한계가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 국민이 코로나19로 고통받고 계신 데 대해 사과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채혜선·황수연·정종훈 기자, 부산=황선윤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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