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view] 사과 없이 코로나 극복만 강조, 호소력 없는 3·1절 기념사

중앙일보 2020.03.02 00:04 종합 8면 지면보기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1일 서울 종로구 배화여고에서 열린 제101주년 3·1절 기념식에서 참석자들과 만세삼창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1일 서울 종로구 배화여고에서 열린 제101주년 3·1절 기념식에서 참석자들과 만세삼창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3·1절 분위기는 불과 1년 전과 천양지차였다. 지난 100년을 기념하고 새로운 100년을 기대한 지난해의 축제 분위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휩쓸려 온데간데없었다. 1920년 1주년 기념식이 열렸다는 서울 배화여고에서 거행된 101주년 기념식은 단출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국회의장·대법원장 등 50여 명만이 참석했고, 정세균 국무총리는 대구에서 방역을 지휘하느라 불참했다.
 

문 대통령, 배화여고서 101돌 기념식
“오늘 위기 국민과 함께 이겨낼 것”
야당 “잘못 인정을” 거듭 사과 촉구

문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매년 3월 1일, 만세의 함성이 우리에게 용기를 주었다. 오늘의 위기도 온 국민이 함께 반드시 극복해 낼 것”이라고 말했다. “1951년 한국전쟁의 참화 속에서도, 외환위기가 덮쳐온 1998년에도, 지난 100년간 우리는 단 한 번도 빠짐없이 3·1 독립운동을 기념하며 단결의 ‘큰 힘’을 되새겼다”면서다. 이어 “지금도 온 국민이 함께하고 있다. ‘코로나19’를 이겨낼 수 있고, 위축된 경제를 되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는 잠시 우리의 삶을 위협할 수 있지만, 우리의 단합과 희망을 꺾을 수는 없다. 우리는 반드시 코로나19를 이기고 우리 경제를 더욱 활기차게 되살려 낼 것”이라는 기념사 마무리는 절절했지만, 호소력은 없었다. 위기를 온몸으로 겪어 내는 국민이 예상하고 기대했던 대통령의 ‘사과’가 없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국회에서도 여야를 떠나 대승적으로 협조해 주시기로 했다”면서 지난달 28일 열린 여야 정당 대표 간 합의에 의미를 뒀다. 그러나 당시 제1 야당의 대표가 우선적으로 요청한 것도 대통령의 사과였다는 걸 대부분의 국민은 알고 있다.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는 “국정 수반으로서의 도리이자 국민에 대한 예의”라며 “국민 앞에 사죄”를 얘기했다. 문 대통령은 “무슨 근거로 머잖아 종식될 것이라고 했나” “청와대에서 보인 파안대소는 온 국민의 가슴을 산산조각냈다”는 지적까지 받았다.
 
이날의 3·1절 기념사는 문 대통령의 인식이 사흘 전, 그리고 그 이전과 전혀 다르지 않음을 보여준다. 여야 대표 회동 때 문 대통령은 중국인 입국 금지 문제와 관련, “상황을 종식하고 난 뒤 복기해 보자”고 했다. 코로나19 사태의 가장 시급한 과제로는 “신천지 교회 문제”를 꼽았다. 마스크 부족 문제에는 “국민께 송구하다”며 “모레까지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 모레가 지난 지금 이 순간, 마스크를 사지 못한 국민은 다시 한번 분개할 식언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정권의 아집이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방역 실패도, 중국에 대한 저자세도 인정하지 않는다”면서 “문 대통령과 그 주변 사람들은 마치 외고집처럼 무결점주의를 확신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야당은 이날 “잘못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올바른 대책이 시작된다”(통합당 전희경 대변인)며 재차 사과를 촉구했고, “중국에 저자세로 일관하는 태도는 3·1 독립운동의 숭고한 정신과 배치되는 것”(통합당 박용찬 대변인)이라고 논평했다. ‘문재인 대통령 탄핵을 촉구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 참여자는 3·1절인 이날 140만 명을 넘어섰다. 성난 국민을 달래는 일이 코로나19의 확산세를 진정시키는 것만큼이나 쉽지 않은 과제가 될 위험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김승현 정치에디터 shyun@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