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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항균 작용하는 쑥, 철분 공급하는 톳, 간 보호하는 대합 '3월의 보약'

중앙일보 2020.03.02 00:02 건강한 당신 6면 지면보기
한영실의 작심3주 
 
어린 봄의 달, 3월엔 따뜻해진 흙 속에서 새싹들이 얼굴을 내밀고 나무들도 꽃을 피우기 위해 호흡을 고른다. 사흘 뒤 경칩(驚蟄)에는 겨울잠을 자던 개구리와 동물들도 잠에서 깨어 튀어나올 것이다.
 

첫째 주, 장 건강에 좋은 쑥

 
우수와 춘분 사이에 있는 절기인 경칩 무렵이면 논둑과 밭고랑마다 솜털 달린 작은 쑥이 고개를 든다.
 
쑥은 ‘단군신화’에도 나올 정도로 우리 민족에겐 각별한 의미가 있는 식품이다. 쑥의 독특한 향을 내는 치네올과 같은 정유 성분들은 소화액을 잘 나오게 하고 항균 작용을 한다. 우리가 섭취한 음식은 위와 소장에서 분비되는 소화효소에 의해 대부분 소화된다. 
 
이때 분해되지 않은 것은 대장의 미생물에 의해 분해돼 소화가 마무리된다. 아무리 좋은 음식을 먹어도 장에서 제대로 흡수·배설되지 않으면 독이 될 수도 있어 장 속 환경을 깨끗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쑥은 염증과 암을 유발하는 유해균의 성장을 억제한다. 반면에 발암 물질을 분해하고 면역력을 키워주는 락토바실루스균 등 유익균의 성장을 돕는다.
 
여러 연구에서 쑥이 궤양성 대장염과 같은 염증성 장 질환의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결과가 보고됐다. 또한 쑥에 풍부하게 들어 있는 비타민A는 상피세포를 건강하게 하여 세균이나 바이러스의 침투를 막아낸다. 피부나 점막의 조직을 형성하는 상피세포는 매우 빠르게 교체되는 세포다. 비타민A가 결핍되면 상피세포가 건조해지면서 손상이 생긴다. 그렇게 되면 호흡기관이나 세포로 세균이 쉽게 침입한다.
 
쑥은 냉동 보관해도 맛과 향이 유지된다. 깨끗이 씻어 살짝 데친 후 물기를 꼭 짜서 한번에 먹을 만큼씩 여러 봉지로 나누어 냉동 보관하면 사시사철 쑥국, 쑥 지짐이, 쑥 수제비, 쑥떡 등을 해먹을 수 있다.
 

둘째 주, 뇌 영양소 품은 톳

 
달래·냉이·씀바귀·원추리 등 봄나물이 앞다퉈 나오는 이때, 제주의 바닷속에서 겨우내 무성하게 자라 제철을 기다리고 있는 해조류가 있다. 그것은 바로 톳이다. 톳에는 철분이 풍부하다. ‘철분 결핍성 빈혈’은 국가의 건강 수준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다. 생활환경, 가정 경제 상태, 식습관, 노동 조건 등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빈혈은 혈액 속에 적혈구 수가 정상치보다 적은 상태다. 빈혈이 있으면 각 조직에 산소가 충분히 전달되지 못해 얼굴이 창백해지거나 현기증, 두통, 손발 저림 등과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철분 결핍성 빈혈은 산소 결핍으로 이어져 기억력과 주의력, 각종 정신 활동까지 저해한다. 생리, 임신과 출산으로 인해 여성에서 발생률이 높고 특히 성장기 청소년은 철분 결핍성 빈혈이 생기기 쉽다. 성장기에 체중이 늘면서 혈액량도 느는데 혈액의 원료가 되는 철분은 혈액의 증가량만큼 섭취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철분은 도파민·세로토닌 등 신경전달물질 합성에 관여하는 보조인자로 뇌 기능에 필요한 필수영양소다. 철분이 부족하면 신경 발달이 저하돼 학습장애와 행동 이상이 나타날 수 있다. 톳나물 한 접시(100g)면 철분 한 끼 섭취 권장량을 모두 채울 수 있다. 그러나 철분은 체내 흡수율이 아주 낮아서 철분의 흡수를 돕는 비타민C가 풍부한 채소를 곁들이는 게 좋다. 치커리·양상추·피망 등의 채소에 살짝 데친 톳을 올리고 올리브유와 식초, 간장, 꿀을 섞은 드레싱을 끼얹으면 봄맞이 다이어트식으로도 좋다.
 

셋째 주, 숙취 풀 때는 대합

 
바닷물이 밀려 나간 서해안 뻘밭에는 겨우내 살이 오른 대합들이 숨어 있다. 대합은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갈 때가 가장 맛있다. 양질의 단백질과 무기질이 풍부하고 숙취 해소 효과도 뛰어나다. 대합탕 국물을 먹으면 시원하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시원한 국물의 맛은 타우린과 핵산류, 호박산 등에서 나온다. 알코올 대사와 해독 작용은 주로 간에서 일어난다. 과음으로 인해 대사되지 못하고 남은 알코올은 간에서 아세트알데히드라는 물질로 산화된다. 이 물질이 쌓이면 메스꺼움·구토·두통과 같은 숙취 증세가 나타난다. 대합에 풍부한 타우린은 혈구 내 항산화 작용을 하고 간의 피로 물질을 없애 간을 보호하고 숙취를 없앤다.
 
호박산은 피로 물질인 젖산이 몸속에 쌓이는 것을 막아 피로 해소를 돕는다. 조개류는 헤엄쳐 다니는 물고기와 달리 많이 움직이지 않고 한 곳에서 서식하므로 오염되지 않은 것을 골라야 한다. 대합은 껍데기가 광택이 있고 파르스름한 빛을 내는 것이 좋다. 만졌을 때 단단하고 속살이 움츠러들며 입을 다문 것이 신선도가 높다.
 
신선한 것을 고르는 것만큼 손질하는 것도 중요하다. 조개껍데기에는 오염 물질이 묻어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흐르는 수돗물에 싹싹 비비면서 씻고 옅은 소금물에 담가 해감을 뺀다. 조갯살은 흐르는 물에 미끈미끈한 점액을 씻어낸다. 대합탕을 끓일 때는 콩나물을 넣으면 맛과 영양을 더욱 높일 수 있다. 콩나물에는 아스파라긴산이 풍부하다. 
 
아스파라긴산은 산성 아미노산의 일종으로 콩나물과 같은 싹이 튼 콩류에 많이 들어 있다. 아스파라긴산은 신진대사를 촉진하고 알코올 분해를 도와 숙취 해소를 돕는다. 우리 조상들은 우리 땅에서 나는 재료로 만든 제철 음식이 사람을 건강하게 한다고 믿었다. 우리 땅에서 난 쑥, 우리 바다에서 난 톳과 대합으로 건강한 봄맞이 준비를 해보자.
 
한영실 숙명여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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