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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감편·운휴에 페리비행까지…벼랑 끝 항공업계

중앙일보 2020.03.01 16:10

도산설까지 나온 항공업계

 
 대구국제공항 대합실이 텅 비어 있다. 뉴스1

대구국제공항 대합실이 텅 비어 있다. 뉴스1

중국 우한에서 시작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국내서 확산하자 항공업계 위기감이 극에 달했다. 급여반납·순환 휴직 등으로 버티던 항공업계가 ‘더는 못 버틴다’고 하소연한다. 이들은 항공사 도산 가능성을 제기하며 정부 지원 확대를 촉구했다.
 
제주항공·진에어·에어서울·에어부산·이스타항공·티웨이항공 등 6개 저비용항공사(LCC)는 28일 사장단 명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입장문에서 이들은 항공사 상황을 ‘절체절명의 벼랑 끝’이라고 설명하며 ‘자구책도 소용없고 퇴로도 보이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3분기 연속 충격…“대안이 없다”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에서 러시아행 승객들이 탑승수속을 하고 있다. 러시아 부총리는 3월 1일 0시부터 아에로플로트와 아브로라를 제외한 항공사들이 운영하는 한국과의 항공편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연합뉴스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에서 러시아행 승객들이 탑승수속을 하고 있다. 러시아 부총리는 3월 1일 0시부터 아에로플로트와 아브로라를 제외한 항공사들이 운영하는 한국과의 항공편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연합뉴스

 
항공업계엔 지난해 하반기부터 대내·외 악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미·중 무역분쟁이 지속하고 글로벌 경기가 침체해 항공기를 이용하는 승객이 감소했다. 전반적인 항공 수요 감소한 상황에서, 특히 국내 항공사가 흑자를 누리던 노선 수요가 크게 줄었다. 일본 정부가 지난해 7월 대(對) 한국 수출 제한 조치를 밝힌 이후 지난해 하반기 한·일 항공 여객은 32.9% 감소했다.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출국장 안내판. 뉴스1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출국장 안내판. 뉴스1

 
항공사는 일본에 투입하던 항공기를 중국·동남아시아로 돌렸지만, 홍콩에서 반중(反中) 시위가 격화하면서 홍콩 여행객이 급감했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까지 터졌다. 항공사들이 “대안 노선조차 없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하는 배경이다. 국제항공운송협회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한 세계 항공업계 피해금액은 293억 달러(35조5000억원)에 달한다.
 
국내 여행객 수도 크게 감소했다. 지난달 국내선 여행객수(310만명)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반토막 났다(-43.7%·2월 1~3주 기준). 코로나19 사태 직전(788만명·1월)과 비교하면 절반 이상 줄었다. 코로나19로 인한 국내 항공권 취소 규모는 3000억원을 돌파했다.  
 

全 항공사, 사실상 구조조정 中

 
항공업계는 일단 자구책을 마련하며 버티는 중이다. 에어서울·에어부산은 대표이사를 포함한 모든 임원이 일괄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하며 배수진을 쳤다. 양사 임원들은 전원 사표를 제출하고 급여를 일부 반납하고 있다. 특히 에어서울은 11개 국제선 노선 중 10개 노선 운항을 전면 중단하며 개점 휴업 상태다. 워낙 항공 수요가 없어 비행기를 띄울수록 손해가 나기 때문이다.  
 
이스타항공은 지난달 임직원 급여를 40%만 지급했다. 연말정산으로 환급해야하는 급여도 지급하지 못했다.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는 “코로나19 사태가 회사를 최악의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항공은 경영진 임직원 30%를 반납하고 전 직원을 대상으로 유급휴직을 시행 중이다. 티웨이항공은 단축근무·임금반납, 진에어는 무급·순환휴직 제도를 도입하는 등 사실상 모든 LCC가 위기 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 전광판에 우한행 항공편 현황에 저녁 편명과 시간이 표시되고 있다. 최정동 기자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 전광판에 우한행 항공편 현황에 저녁 편명과 시간이 표시되고 있다. 최정동 기자

대형 국적항공사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일본·중국·동남아에 이어 미주·유럽 노선까지 타격을 입었다. 대한항공은 인천↔샌프란시스코·호놀룰루·보스턴 등 미주 노선 운항을 일부 감축했다. 대한항공 전체 매출액에서 미주노선이 차지하는 비중은 30%에 달한다.  
 
비상경영에 돌입한 아시아나항공도 처음으로 유럽 노선 감축·중단에 나섰다(인천↔베네치아·로마·바르셀로나). 아시아나항공은 대표를 포함해 전 임원이 사표를 제출하고, 최대 40%의 임금을 반납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코로나19가 촉발한 구조조정을 계기로 자본 잠식에 빠지는 LCC가 등장할 수 있다”며 “이는 국내 항공업계 재편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71개국 한국인 입국 제한·금지

 
 한산한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출국장. 뉴스1

한산한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출국장. 뉴스1

더 심각한 건 세계적으로 한국발 입국자에 대한 제한 조치까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국무부는 지난달 26일(현지시간) 한국 여행경보를 3단계(여행 재고)로 격상했다. 이어 지난달 29일엔 대구에 한해 국무부 여행경보의 최고 단계인 ‘여행금지’로 격상했다.  
 
지난달 29일을 기준으로 71개 국가가 한국인 입국을 금지하거나 제한하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베트남 당국이 한국발 여객기 착륙을 불허하면서, 이미 인천공항을 출발한 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가 회항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빚어졌다. 코로나19의 발상지 중국도 산둥성·랴오닝성·지린성·헤이룽장성·푸젠성·광둥성·상하이시·산시성·쓰촨성 등이 한국인 입국 절차를 강화했다.
 
서울 강서구 한국공항공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항공사 CEO 간담회. 뉴스1

서울 강서구 한국공항공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항공사 CEO 간담회. 뉴스1

항공사는 궁여지책으로 빈 비행기를 띄워 현지 승객만 싣고 오는 이른바 ‘페리운항’을 하기도 한다. 대한항공(하노이·사이공·다낭·푸꾸옥·나트랑)과 아시아나항공(하노이·다낭)이 베트남 노선에서 페리운항 승인을 받았다.
 
정부는 항공업계에 3000억원 이내의 유동성을 공급할 계획이다. 최대 3개월간 공항시설 사용료 납부를 유예하고 6월부터 2개월간 착륙료 10%를 감면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항공업계는 “실질적 지원 아니다”라며 납부 ‘유예’ 아닌 ‘감면’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초 이후 항공업종 시가총액이 23% 감소했다”며 “(코로나19가 확산하는) 지금은 침체한 항공운송업 정상화 시점을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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