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5개월 만에 주말 집회 사라진 광화문 광장…범투본, 전광훈 교회서 유튜브 집회

중앙일보 2020.02.29 16:18
29일 오후 광화문역 7번 출구 인근 인도에서 거리 정화 봉사활동 중인 보수단체 회원들. 정은혜 기자.

29일 오후 광화문역 7번 출구 인근 인도에서 거리 정화 봉사활동 중인 보수단체 회원들. 정은혜 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2931명으로 늘어난 29일 낮 12시 서울 광화문 광장은 한산했다. 주말마다 집회 참석자로 차량 통행이 금지됐던 교보문고 앞 3차로에는 차량이 통행 중이었다. 이순신 장군상과 세종대왕상 사이에는 관광객과 시민들이 약 50m 간격으로 떨어져 산책했다. 커다란 태극기를 백팩에 꽂고 광장을 방문한 한 노년 남성은 주위를 둘러본 뒤 광화문역 7번 출구로 내려갔다. 
세종문화회관 앞 인도에는 '구국총연합' 단체복을 입은 회원 6명이 김장봉지를 들고 다니며 쓰레기를 줍고 있었다. 백수산(59)씨는 "국가적 어려움으로 집회가 취소됐다"며 "집회 대신 할 수 있는 게 뭘까 고민하다 집회 때마다 모인 광화문 일대를 청소하고 방역하는 봉사활동을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거리에서 쓰레기를 줍고 사람 손이 닿는 의자 난간 등에 식초를 뿌렸다.  
 

도심 대규모 집회, 서울시·경찰·법원 "안돼"

29일 오후 광화문 광장의 모습. 정은혜 기자

29일 오후 광화문 광장의 모습. 정은혜 기자

매주 광화문에서 집회를 벌여온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가 5개월 만에 광화문 야외 집회를 중단했다. 범투본은 대구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교회 방문자를 중심으로 19일부터 확진자가 폭증하기 시작한 첫 주말(22일)에도 대규모 집회를 강행한 바 있다. 하지만 범투본을 이끌어온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목사가 구속(24일)되고 구속적부심 청구마저 기각(27일)되면서 집회는 중단 수순을 밟았다. 전 목사는 구속 유지가 결정된 날 '옥중서신' 형식으로 토요일 광화문 집회를 취소한다고 밝혔다. 다만 범투본은 삼일절 당일인 일요일에는 광화문 교보빌딩 앞에서 예배 형식의 집회는 예정대로 강행하려 했지만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판사 박양준)가 집회금지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하면서 삼일절 당일 집회도 취소됐다.  
 

전광훈 교회서 집회…"목사님은 재충전" 

29일 오후 2시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에서 열린 범투본 집회가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되고 있다. [유튜브 너알아TV]

29일 오후 2시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에서 열린 범투본 집회가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되고 있다. [유튜브 너알아TV]

범투본은 야외 집회 대신 이날 오후 2시부터 유튜브 '너알아TV'를 통해 '3·1절 유튜브 국민대회'를 열었다. 실내 집회는 전 목사가 운영하는 사랑제일교회에서 열렸다. 단상에 선 심하보 은평제일교회 목사는 "6·25 전쟁 중에도 예배는 드렸는데 코로나 바이러스로 예배가 중단됐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메르스 때 '슈퍼전파자는 정부'라고 했는데 지금이 바로 그런 상황"이라고 규탄했다. 이어 "나라를 구하는 심정으로 삼일절 하루 동안 금식을 하자"며 반정부 투쟁을 독려했다. 집회 참석자들은 마스크를 쓰고 태극기를 흔들며 "아멘"이라고 외쳤다. 집회 진행자는 "전광훈 목사님은 지금 휴식 중이고 문 정권은 폐렴과 함께 끝났다"며 "신천지 여기 있으면 손들라, 우리는 절대 걸리지 않는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화면 하단에는 '자발적 헌금'이라며 사랑제일교회 명의의 농협 계좌번호가 자막으로 띄워져 있었다.
 
이날 한기총은 전 목사 구속을 '국민 권리 침해이자 종교탄압'이라 규정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강대석 부평청운교회 목사는 "전 목사 구속의 사유로 적시한 도주 우려는 기독교 단체장이며 수천명의 목회자인 전 목사를 시정잡배 취급한 것"이라며 사법부의 구속 결정과 구속적부심 기각을 규탄하는 대한예수장로교 대신총회 성명서를 읽었다. 범투본은 삼일절 당일 집회를 비롯한 앞으로의 집회를 사랑제일교회에서 열기로 했다. 집회 참석자들은 "전광훈 목사님 사랑합니다, 힘내십시오"라고 외치기도 했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난 집회 관련 수사 중 

지난 23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 인근 도로에서 열린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 주최 집회.. [연합뉴스]

지난 23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 인근 도로에서 열린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 주최 집회.. [연합뉴스]

앞서 서울지방경찰청은 26일 범투본 측에 향후 집회에 대해 집시법에 의해 금지를 통고했다. 이는 서울시가 지난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법)에 의거해 광화문광장 일대와 청와대 인근, 서울역 등 도심집회를 금지한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아울러 서울지방경찰청은 지난주 서울시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22일과 23일 광화문광장에서 집회를 강행한 범투본에 대한 수사에도 착수한 상태다. 범투본은 지난해 10월3일 개천절을 맞아 개최한 '제1차 문재인퇴진범국민대회'를 시작으로 매주 주말마다 광화문과 청와대 인근에서 문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이어왔다. 전 목사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집회 등에서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를 호소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전 목사의 행보에 대해 한기총 등 개신교계 내에서도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기총 비상대책위원회는 전 목사의 사퇴를 촉구하고 '한기총 대표회장 직무정지 가처분신청'을 28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출했다. 한기총 비대위는 "목사의 이름으로 정치 행보를 이어가며 한국교회의 망신을 자처했다"고 밝혔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