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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의 일방행보…여객기 회항하고, 한국인 발묶이고

중앙일보 2020.02.29 13:55
베트남 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한국 항공사 여객기의 하노이 공항 착륙 불가 방침을 수일 전에 통보했지만 정확한 실시 시점은 알리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하노이행 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가 이륙까지 하고 뒤늦게 회항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플라이트레이더24에 OZ729 편의 항적이 기록돼 있다. 홈페이지 캡처

플라이트레이더24에 OZ729 편의 항적이 기록돼 있다. 홈페이지 캡처

주베트남 한국 대사관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베트남 정부가 자국 항공청을 통해 우리 항공사에 ‘하노이  노이바이 공항 대신 하롱베이의 번돈 공항을 이용하라’는 통보를 수일 전에 통보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번돈 공항은 하노이에서 3시간가량 거리인 꽝닌성에 위치하고 있다. 하노이와 약 144㎞(90마일) 거리다. 해당 내용은 아시아나항공 외에 대한항공에도 전달됐다.
 
하지만 베트남 측으로부터 이 지침이 언제부터 시행될지는 통보되지 않아 한국 항공사들이 사전 대비를 하는 게 어려운 상황이었다. 베트남 당국은 해당 지침을 현지시간으로 오전 8시15분(한국시간 오전 10시15분)부터 시행한다는 내용을 오전 8시 30분(한국시간 오전 10시30분)에 각 항공사에 전화로 통보했다고 한다. 이날 회항한 하노이행 아시아나항공 OZ729편은 한국시간으로 오전 10시10분 인천을 떠났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륙 후 20분이 지나서야 ‘원래 목적지인 하노이 공항 대신 번돈으로 향하라’는 일방 통보를 받았다.결국 해당 항공기는 이륙 후 40분 만에 기수를 한국으로 다시 틀었다. 아시아나항공 측은 "번돈 공항은 당사 이용 이력이 없어, 회항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자사 항공기를 운용할 인력과 시스템 등이 갖춰지지 않은 공항에 무작정 승객을 내려놓을 수 없었다는 의미다.  
베트남 하노이 경남 랜드마크타워(랜드마크72) 한식당 식객에서 마스크와 일회용 앞치마를 착용한 직원이 열화상 카메라를 통해 발열을 비접촉 원적외선으로 점검하고 있다.[뉴스1]

베트남 하노이 경남 랜드마크타워(랜드마크72) 한식당 식객에서 마스크와 일회용 앞치마를 착용한 직원이 열화상 카메라를 통해 발열을 비접촉 원적외선으로 점검하고 있다.[뉴스1]

 
외교가에선 베트남의 처사가 지나치다는 얘기가 나온다. 베트남은 지난 26일 한국발 모든 입국자에게 14일간 자가격리를 하도록 하는 등 입국 제한 조처를 강화한 데 이어, 29일부터 한국인 무비자 입국을 임시로 중단하겠다고 한국 정부에 일방 통보했다. 이에 강경화 외교부장관은 28일 팜 빙 밍 베트남 부총리 겸 외교장관과 전화 통화에서 '과도한 입국 제한 조치'라며 유감을 표명하고 한국인이 부당한 처우를 받지 않도록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강 장관의 강력한 대(對)베트남 메시지에도 불구, 한국 민항기가 회항할 수밖에 없는 전례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베트남이 한국인 무비자 입국을 중단하는 과정에서도 논란이 나온다. 제보에 따르면 28일 저녁 베트남 하노이 공항에 도착한 한국인 상당수가 공항에서 발이 묶인 것으로 파악된다. 무비자 입국 중단이 29일에 시작돼야 함에도 28일 저녁에 베트남에 도착한 한국인에 대해 거주지, 방문지에 상관없이 무조건 격리를 진행했다는 것이다. 28일 베트남 출장을 간 한국인의 가족은 “무비자 입국이 가능한 날에 도착했는데도 하노이 공항에 60여명의 한국인과 교민들이 영문도 모른 채 억류돼있다”며 “대사관 측도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어 무작정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베트남의 하노이 공항 착륙 변경 지침과 관련, 외교부는 “베트남 측에 엄중하게 항의할 예정”이라며 “호치민 및 다낭 등 다른 공항에서의 변경 여부에 대해서도 지속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주베트남 대사관과 우리 항공사 간에도 긴밀히 소통하면서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베트남 당국과 논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위문희·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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