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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코로나SOS’에 답 달라도, 박원순·이재명 노림수는 같다

중앙일보 2020.02.29 10:00
박원순 서울시장(왼쪽)과 이재명 경기지사. [연합뉴스]

박원순 서울시장(왼쪽)과 이재명 경기지사. [연합뉴스]

'공동체 포용 리더십' 박원순, '경기도 퍼스트' 이재명.
수도권 광역단체장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선 최일선에 선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대처법이 미묘한 차이를 보이면서 둘의 대조적인 리더십을 두고 정치권에서 하는 말이다.
 
지난 26일 권영진 대구시장은 전국 광역 지자체장에게 전화를 걸어 대구 지역 코로나19 환자를 수용해 달라고 요청했다. 26일 당시 대구 확진자는 710명에 달했고 확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조짐을 보였다. 대구시가 확보한 음압병실이 1013개밖에 없다 보니 병상 부족 사태에 대비해 다른 지자체에 도움을 청한 것이다. 권 시장의 SOS에 박 시장과 이 지사가 내놓은 답은 서로 달랐다.
 
박 시장은 서울 의료기관 내 음압병실 상황을 파악한 뒤 곧바로 수용 의사를 밝혔다. 박 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경북의 확진환자, 특히 중증환자들을 저희 서울시립병원에 모시겠다"고 했다. "감염병을 우습게 보아선 안 되지만 지나치게 두려워해서도 안 된다. 공포와 불안을 이겨내는 것은 배제와 혐오가 아니라 신뢰와 협력"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이 지사의 결정은 달랐다. 이 지사는 같은 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정부에 '대구의 민간병원 일반환자를 내보내 대구에 코로나 환자용 병원을 확보하고, 일반환자를 경기도로 옮기는' 방법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이 지사는 "대의를 생각하면 수용해야 하고 경기지사로서 도민의 불안과 피해, 그리고 경기도에 닥칠 수도 있는 최악의 경우를 생각하면 수용하기 어렵다 했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27일 올린 페이스북글. [이재명 지사 페이스북 캡처]

이재명 경기지사가 27일 올린 페이스북글. [이재명 지사 페이스북 캡처]

"대구의 어려움을 외면했다"는 비판이 나오자 이 지사는 하루 만인 27일 "대구시장께서 경기도에 요청한 것은 경기도의료원이나 성남의료원을 통째로 비워 수백명의 경증 코로나 확진환자를 수용해달라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음압병실 여력이 되는 한 중증환자는 계속 받을 것"이라고 했다. 증증환자 개별수용은 가능하지만, 경증환자 대규모 수용은 어렵다는 취지였다.
 
둘의 대조적인 대응에는 이들의 상반된 정치적 상황이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은 "박 시장은 서울시장 3선의 안정감을 중시하는 대신 이 지사는 '경기도 퍼스트' 전략을 펴고 있다 보니 대처방식에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안정감 우선' 박원순 vs '속도감 중시' 이재명

박원순 서울시장이 26일 오전 서울시청 기획상황실에서 열린 제2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구청장 긴급비상대책회의에서 참석하며 발열 검사를 하고 있다. [뉴스1]

박원순 서울시장이 26일 오전 서울시청 기획상황실에서 열린 제2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구청장 긴급비상대책회의에서 참석하며 발열 검사를 하고 있다. [뉴스1]

이 지사는 지난 20일 신천지 교단 전수조사를 전격적으로 선언하고 25일엔 직접 신천지 과천교회를 찾아 강제조사를 단행했다. 이 지사는 이를 통해 입수한 신천지 신도명단 3만3809명에 대한 전수조사를 통해 유증상자 740명을 선별했다고 28일 밝혔다. 이 지사는 이날 "(감염병 확산 방지는) 속도와 정확도가 중요한데, 그 중 속도가 더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한다. 속도의 기반은 강력한 행정력"이라고 했다.
 
이 지사의 적극적인 대응은 현재까지 여론에는 긍정적 작용을 하고 있다는 평이다. 26일 뉴스1이 여론조사업체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24~25일 전국 1008명을 대상으로 한 차기 대선 후보 적합도 조사(표본오차 95%·신뢰수준 ±3.1%포인트·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이 지사(7.8%)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27.4%)와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11.4%)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이 지사는 과감하고 선명한 경기도정으로 자신을 평가받겠다는 생각이 강하다고 한다. 민주당 수도권 의원은 "이 지사는 그간 이런저런 구설에도 올랐고 당내 지지기반도 약한 편"이라며 "도정을 잘해 경기도민의 지지를 얻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25일 오후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코로나19 역학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과천 신천지예수교회 부속기관를 찾아 현장 지휘를 하고 있다. [사진 경기도]

25일 오후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코로나19 역학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과천 신천지예수교회 부속기관를 찾아 현장 지휘를 하고 있다. [사진 경기도]

이에 비해 박 시장은 권 시장의 '음압병실 제공' 요구를 검토할 당시 인근 거주민의 우려도 감안했지만 큰 틀에서의 공감대를 먼저 고려했다고 한다. 박 시장 측 인사는 "일반 시민에게 위험요소가 없는 점을 먼저 확인한 뒤 결정한 것"이라며 "대구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이를 외면하면 공동체의 일원으로 옳지 못한 생각이라고 봤다"고 전했다.
 
박 시장은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당시 선제적 조치로 박근혜 정부와 각을 세우면서 여론의 호응을 얻었다. 이번에는 중앙정부와 발을 맞추면서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전국적인 공동 대응에 방점을 찍고 있다는 설명이다. 3선 시장으로서 마지막 임기 2년을 남긴 상황에서 과감함보단 경륜과 안정감을 우선시하고 있다는 얘기다. 박 시장과 가까운 한 민주당 의원은 "전염병 관리에 대해선 강단 있게 하면서도 포용하는 리더십을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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