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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체인저] "옷장 속, 안 입는 옷 공유해 한 달에 50만원씩 번다"

중앙일보 2020.02.29 05:24
'클로젯셰어를 처음 알게 된 건 국내에 ‘패션 스트리밍’이라는 서비스가 알려지기 시작한 2017년부터다. 패션 스트리밍은 옷을 구매하지 않고 대여해 입는 서비스다. 월정액을 내고 벅스·멜론에서 음악을 듣고, 넷플릭스에서 영상을 보듯 매월 일정액을 내고 ‘공유 옷장’에서 다양한 옷을 빌려 입는 방식이다. 당시 대기업인 SK플래닛이 ‘프로젝트 앤’이라는 패션 렌털 서비스를 론칭하면서 대대적인 홍보를 진행했고, 유사한 서비스를 진행하는 '클로젯셰어'(회사명은 더클로젯)도 관심의 대상이 됐다.
당시 두 곳의 서비스를 모두 이용해본 뒤 내린 결론은 ‘실제 활용은 어렵다’는 부정적인 의견이었다. 콘셉트는 신선했지만 과연 다른 사람과 옷을 공유한다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또 그 ‘공유 옷장’에 과연 내가 빌리고 싶은 옷이 있을지 의심이 컸다. 2018년 프로젝트 앤이 론칭 2년 만에 초라한 성적표로 사업을 접었을 때도 "그럼 그렇지"라고 동조했다. 하지만 내 생각은 틀렸다. 

남다름으로 판 바꾼 게임체인저
? '클로젯셰어' 성주희 대표

패션 공유 플랫폼 '클로젯셰어'의 성주희 대표. 지난 2월 26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사무실에서 그를 직접 만났다. 우상조 기자

패션 공유 플랫폼 '클로젯셰어'의 성주희 대표. 지난 2월 26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사무실에서 그를 직접 만났다. 우상조 기자

  
해외로 눈을 돌려보면 패션 렌털 서비스는 꽤 주목받고 있는 사업 분야다. 특히 미국에선 더욱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미국 패션 렌털 스타트업 ‘르 토트’가 193년의 역사를 가진 백화점 ‘로드 앤 테일러’를 사들여 큰 화제가 됐다. 2009년 패션 스트리밍을 처음 시작한 또 다른 스타트업 ‘렌트 더 런웨이’는 지난해 1억2500만 달러(한화 1513억원)의 투자를 받아 기업가치 1조원이 넘는 유니콘 기업이 됐다.  
스타트업뿐만이 아니다. 미국 '블루밍데일스' 백화점과 패션 브랜드 '바나나 리퍼블릭'이 최근 의류 렌털 서비스를 시작했다. 전 세계 5000여 개의 매장을 보유한 스웨덴 SPA브랜드 'H&M' 역시 지난해 11월 재단장한 스톡홀룸 매장에서 유기농 면과 재활용 폴리에스터 섬유 등 친환경 소재로 만든 의류를 월정액 서비스 형태로 빌려주기 시작했다. 중국의 ‘Y클로젯’은 월 이용자가 1500만 명에 달하는 중국 최대 패션 렌털 플랫폼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클로젯셰어'의 메인 홈페이지. 최근엔 코로나19 이슈 등으로 위생 관리를 강조하고 있다. 아래는 스타일리스트 한혜연씨가 제공한 옷, 가방 등 제품을 대여할 수 있게 만들어 놓은 코너다.

'클로젯셰어'의 메인 홈페이지. 최근엔 코로나19 이슈 등으로 위생 관리를 강조하고 있다. 아래는 스타일리스트 한혜연씨가 제공한 옷, 가방 등 제품을 대여할 수 있게 만들어 놓은 코너다.

이처럼 세계적으로 패션 렌털 서비스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가운데, 국내에선 클로젯셰어가 묵묵히 이 시장을 만들어 가고 있다. 대기업은 2년 만에 사업을 접었지만 직원 4명이 렌털용 가방 30개로 시작한 클로젯셰어는 이제 제품 수 3만3000개, 누적회원 10만명을 보유한 국내 1위 패션 공유 플랫폼이 됐다.  
지난해 8월엔 시리즈A 투자 유치에 성공해 누적투자액 50억원을 기록했다. 해외에서도 클로젯셰어의 서비스 노하우를 궁금해할 만큼 독보적인 노하우도 쌓았다. 대표를 포함해 직원 4명이 5평짜리 사무실에서 시작한 회사는 올해 경기도 광주에 1400평 규모의 스마트 물류 센터를 마련했다. 지난 1월엔 2018년부터 베타 서비스를 진행해 왔던 싱가포르 법인의 정식 서비스가 출시돼 해외 진출에도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간절기용 코트 한 벌을 4일 동안 빌리는 비용은 3만4000원. 멤버십에 가입하면 한 달에 5만5000~7만9000원으로 8벌(코트, 드레스류는 4벌)의 옷을 빌려 입을 수 있다.

간절기용 코트 한 벌을 4일 동안 빌리는 비용은 3만4000원. 멤버십에 가입하면 한 달에 5만5000~7만9000원으로 8벌(코트, 드레스류는 4벌)의 옷을 빌려 입을 수 있다.

"결혼식에 가려는데 마땅히 입을 옷이 없었어요.”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해봄 직한 일을 클로젯셰어를 만든 성주희(34) 대표 역시 겪었다. 이 공유 서비스는 ‘이렇게 옷장이 터져나갈 만큼 옷이 많은데 정작 입을 옷은 없다’는 일반적인 고민에서 출발했다. 옷을 사지 않고 빌려 입는다는 콘셉트는 일반적인 패션 렌털 서비스와 같지만, 사람들이 안 입는 옷을 모아 이를 필요한 사람에게 빌려준다는 점에선 다르다. 여기서 나오는 수익은 옷 제공자와 나눈다. 환경을 위해 옷을 덜 소비하는 게 최고의 가치로 주목받고 있는 시대, 패션의 공유 세상을 만들고 있는 성주희 대표를 만났다.  
 
클로젯셰어는 어떤 서비스인가.
“안 입는 옷을 빌려줘서 수익을 내고, 반대로 다른 사람의 옷을 마음껏 빌려 입을 수 있는 ‘공유 옷장’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안 입는 옷으로 정말 수익을 낼 수 있나.
“가장 수익을 많이 낸 셰어러(옷을 제공하는 사람)는 지금까지 2400만원 이상의 대여 수익금을 가져갔다. 셰어러의 상위 20%는 매달 50만원 이상, 일반적으로는 월 3만원 이상의 수익을 가져가고 있다.”  
 
패션 렌털 서비스는 어려운 비즈니스 모델이다.
“이렇게 힘들 줄 알았다면 아마 시작 안 했을 거다. 수없는 테스트와 변화를 거쳐 지금까지 왔다. 첫 번째 사업 모델은 헌 옷을 수거해 에코백으로 업사이클링해 판매하는 소셜 벤처 ‘위브아우어스’였다. 쓸모없어진 옷에 새 생명을 주는 것은 지금의 클로젯셰어와 일맥상통하지만 헌옷 제공자를 위한 보상 체계가 약했다. 방향을 전환해 2016년엔 명품 가방 렌털 서비스를 출시했다. 중고 명품매장에 가서 150만~200만원대 명품 가방 30개를 사서 사업을 시작했는데, 렌털 대기자가 500명까지 생기는 걸 보고 이 서비스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2017년부터는 가방과 함께 원래 콘셉트였던 옷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사업 초기 대기업도 뛰어들었다 결국 실패했다. 클로젯셰어가 살아남은 비결은 뭔가.
“비즈니스 모델의 차이다. 대기업이 했던 것은 일종의 사입형 모델로, 기업이 먼저 물건을 사서 그것을 빌려주는 구조다. 반면 우리는 ‘사람’만 있으면 사업을 지속시킬 수 있다. 옷을 빌려주는 사람과 그 옷을 빌려갈 사람. 이들이 옷을 주고 받기 편한 환경을 만드는 게 우리의 일이다. 옷을 대신 관리하고 유통하지만 실질적인 재고 부담은 없다. 사입형은 엄청난 초기 자본이 필요하다. 당시 대기업이 100억원 정도 투자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사실 그 정도론 부족했다.”
 
보유한 옷의 양이 많다고 될 문제는 아닌 것 같다. 빌리고 싶은 옷이 많은 게 중요하다.
“그 점에도 차이가 있었다. 우리는 제품을 준비할 때 무조건 고객의 니즈만을 생각한다. 제품, 브랜드, 가격 등 모든 것을 고객 니즈에 맞춘다. MD·디자이너 등 전문가의 안목도 중요하지만, 실제로 빌려 가는 고객의 눈높이와는 차이가 있다.”
 
어떻게 고객 니즈에 맞는 상품 구성을 했다고 자신하나.
“직접 물어봤으니까. 제품 구성이나 서비스를 기획하기 전 무조건 설문조사를 하러 밖으로 뛰어나갔다. 서울 시내 20~30대 직장인 여성들이 모이는 거리와 카페를 찾아가 직접 물었다. 지금은 설문조사 담당 직원이 있지만, 초기엔 모든 직원이 직접 뛰었다.”
 
어떤 옷이 제일 인기가 좋은가.
“색상은 검정·파랑·회색. 스타일은 튀지 않으면서 격식을 갖출 수 있는 오피스룩이다. 품목으로는 원피스 대여가 가장 잘 된다. 겨울엔 코트가 인기가 높다.”  
  
성공한 스타트업이 된 비결은.
"아직 성공을 말하긴 이르지만, 굳이 꼽자면 빠른 테스트가 비결이다. 나의 장점을 하나만 꼽으라면 ‘실행력’이다. 성격상 머리에 떠오른 것을 바로 움직여 실행한다. 아이디어가 생각나면 가볍고 빠르게 다 테스트해 본다. 회사에선 1주일에 5~10개의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고 이를 바로 테스트한다. 원래 스타트업에선 움직이는 만큼 회사가 달라진다고 하는데, 내 기질이 스타트업에 딱 맞다.”  
"이 시장은 앞으로 더 성장할 수 밖에 없어요." 성주희 대표가 패션 공유 서비스의 미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이 시장은 앞으로 더 성장할 수 밖에 없어요." 성주희 대표가 패션 공유 서비스의 미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창업 전엔 어떤 일을 했나.
“대학 졸업 직후 고향인 경남 고성에 내려가 영어학원 강사로 일했다. 86년생이 동네에 나 하나밖에 없을 만큼 시골이라 동네 후배들에게 실용적인 영어를 가르쳐주고 싶었다(※성 대표는 이대 영문과를 졸업했다). 하지만 결국 학원 생활이 교육보다는 돈으로 연결돼 흥미를 잃었다. 대신 부업으로 하루 2시간씩 짬을 내 운영했던 원피스 전문 온라인 쇼핑몰에서 길을 찾았다.”
 
위기의 순간은.
“2017년 셰어링 서비스 시작 당시 한 달 동안 아무도 자기 옷을 빌려주겠다고 나서지 않아 ‘이거 안 되는 모델인가’ 고민을 많이 했다. 렌털 사업은 절대적으로 재고 싸움이다. 옷을 제공 받지 못하면 사업이 아예 안 된다. 직원들이 다시 밖에 나가 설문조사를 해보고 옷을 믿고 맡길 수 있는 곳이라는 ‘신뢰’가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의류 관리 체계를 다시 잡고 이를 홍보했더니 한두 명씩 제공자가 생겨났고, 1년 뒤부터는 매월 공급량이 10배씩 늘었다. 지금은 월 6000~7000개 정도의 옷이 들어온다.”
 
서비스에 대한 확신이 대단하다.
“시대가 그렇다. 중고 시장이 커지는 만큼 렌털 시장은 커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서비스는 부침이 많다. 유사 서비스가 많이 나왔다가 사라졌다. 그만큼 실현이 어렵다는 의미다. 우리가 지금까지 성공적으로 가고 있는 이유는 기술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제공 받은 옷을 자동으로 촬영하고 보정해 사이트에 올릴 수 있는 촬영 자동화 기술을 개발하고, 옷의 가치를 산정하는 자체 검수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또 모든 제품을 트레킹 할 수 있는 스마트 물류시스템이 곧 준비된다.”
 
앞으로 계획은.
"사람들이 더 편하게 옷을 골라 입을 수 있도록 개인 맞춤 큐레이션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자기 스타일에 맞는 옷을 찾아 제안해주는 방식이다. 올해 안으로 1차 버전을 상용화하는 게 목표다.”
 
글=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사진=우상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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