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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트럼프도 엄두 못낸 특혜, BTS 美 ‘투나잇쇼’ 전세냈다

중앙일보 2020.02.29 05:00
 

“오늘은 특별한 날입니다. 초대 손님을 딱 한 팀만 모셨어요. 세계 최고 밴드인 BTS와 한 시간 동안 함께 합니다.”

지난 24일(현지시간) 미국 동부시간으로 밤 11시 30분. NBC방송 토크쇼인 ‘더 투나잇 쇼 스타링 지미 팰런’이 방송됐다. 사회자 겸 프로듀서인 지미 팰런은 흥분된 목소리로 이날 방송이 얼마나 특별한지를 거듭 강조했다.

美 NBC 간판 토크쇼 '투나잇 쇼' 방탄소년단 편
아티스트 한 팀만 초대한 전례 없는 특집 방송
"신선한 아티스트·음악 발굴 위해 한국에 눈돌려"
TV 방송, 유튜브·트위터 플랫폼 다양화도 한 몫

 
“BTS와 뉴욕의 상징인 지하철에서 인터뷰하고 게임을 할 겁니다. 뉴욕 유명 맛집에서 함께 식사하고,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로 이동해 초대형 공연을 선보입니다.” 팰런은 “지금까지 우리에게 이런 쇼는 없었다”고 외쳤다. 
 
방탄소년단(BTS)이 미국의 간판 토크쇼인 투나잇 쇼에 출연했다. 일반 게스트가 아니라 방탄소년단만을 초대해 제작한 단독 방송이다. 투나잇 쇼 제작진은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아티스트 한 팀으로 한 회를 꾸미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방탄소년단이 지난 24일 미국 NBC 방송 간판 프로그램인 '투나잇 쇼'에 출연했다. [Andrew Lipovsky/NBC]

방탄소년단이 지난 24일 미국 NBC 방송 간판 프로그램인 '투나잇 쇼'에 출연했다. [Andrew Lipovsky/NBC]

 
1시간짜리 프로그램에 통상 세 명의 초대손님이 출연한다. 실제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각각 출연했을 때도 다른 게스트가 나왔다. 축구 스타 데이비드 베컴, 가수 레이디 가가도 마찬가지였다. 
 
NBC가 경쟁이 치열한 프라임 시간대에 방탄소년단 특집으로 '올인' 베팅을 한 셈이다. 방탄소년단은 글로벌 팬클럽 ‘아미’로부터 사랑받고 있지만, 아직은 미국 일반 가정에서 이름을 알 정도의 지명도는 아니다.
 

"시청자들이 한 번도 보지 못한 쇼"  

투나잇 쇼는 1954년 시작된 미국 간판 심야 토크쇼다. 30년간 사회자로 활약한 자니 카슨, 21년간 사회를 맡은 제이 레노로 이어지면서 미국인의 하루를 마무리하는 간판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했다.
 
TV를 틀었는데 잘 모르는 밴드가 한 시간 내내 나온다면 채널을 돌릴 위험이 있지는 않을까. 투나잇 쇼가 이런 모험을 한 배경을 물었다. 투나잇 쇼 제작진은 “BTS와 함께하면 시청자들이 한 번도 보지 못한 쇼를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사회자인 팰런의 선택이었다고도 했다. 게스트와 함께 어울리는 프로그램을 좋아하는데 방탄소년단과 호흡이 잘 맞을 것 같다는 이유였다.
 
 
미국 방송사들의 구애는 방탄소년단에 그치지 않는다. 지난 20일에는 NBC 아침 프로그램 ‘투데이 쇼’에 아이돌그룹 몬스타엑스가 출연해 노래했다. 몬스타엑스가 등장하자 200명 규모의 객석에서 환호가 터져 나왔다. 일부 관객은 노래와 춤을 따라 하기도 했다. 
 
다음날인 21일에는 같은 프로그램에 방탄소년단이 출연해 야외무대에서 새 앨범 '맵 오브 더 솔: 7'을 소개하며 인터뷰하기도 했다. 미국 방송에 거의 매일 한국 아이돌그룹이 출연한 셈이다. 
 
몬스타엑스가 지난 20일 미국 뉴욕 NBC 스튜디오에서 생방송으로 진행된 '투데이 쇼'에 출연해 노래하고 있다. [NBC '투데이 쇼' 영상 캡쳐]

몬스타엑스가 지난 20일 미국 뉴욕 NBC 스튜디오에서 생방송으로 진행된 '투데이 쇼'에 출연해 노래하고 있다. [NBC '투데이 쇼' 영상 캡쳐]

 
미국 지상파 방송사가 한국 아이돌그룹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뭘까. 미국 연예기획사 매버릭의 에쉬 개지트 파트너는 “늘 새로운 아티스트와 음악을 발굴해 선보여야 하는 방송 프로듀서들에게 재능 많은 한국 가수들은 보석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한국 아티스트들 장점으로는 “음악과 안무 완성도가 높은 데다 메이크업과 스타일이 좋고,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을 들었다. 개지트 파트너는 방탄소년단의 미국 에이전트를 지냈고, 지금은 몬스타엑스를 맡고 있다.
 

영향력 줄어든 지상파, 글로벌 시청자 겨냥 

또 다른 이유는 유튜브 등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 시청자들을 끌어들이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투나잇 쇼 제작진은 “글로벌 시청자층이 두터워진 것”을 방탄소년단 같은 글로벌 아티스트를 섭외하는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지상파도 과거보다 영향력이 쪼그라들면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에 콘텐트를 TV 방송 외에 유튜브ㆍ페이스북ㆍ트위터 등 디지털 플랫폼으로 내보내면서 미국 가정뿐 아니라 글로벌 시청자들을 끌어들이는 추세다. 
 
제작진 판단은 적중했다. 투나잇 쇼 방탄소년단 특집은 지상파 TV 채널과 디지털 플랫폼에서 조회 수와 화제성을 모두 잡았다. 방송이 끝난 직후 130만 건의 트윗이 올라왔다. 방송 후 3일간 9개의 유튜브 동영상이 2900만 뷰를 기록했다.
 
방탄소년단이 미국 NBC방송 토크쇼 '투나잇 쇼'에서 뉴욕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에서 신곡 'ON' 무대를 선보였다. [NBC '투나잇 쇼']

방탄소년단이 미국 NBC방송 토크쇼 '투나잇 쇼'에서 뉴욕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에서 신곡 'ON' 무대를 선보였다. [NBC '투나잇 쇼']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을 통째로 비우고 촬영한 신곡 ‘ON’ 공연 영상은 하룻밤 새 유튜브 조회 수 390만 회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미국 방송사 모든 예능 프로그램 통틀어 소셜미디어 1위에 올랐다.
 
제작진은 지하철을 전세 내고,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을 통째로 비우는 등 막대한 투자와 인력을 투입했다. 개빈 퍼셀 프로듀서는 “모든 자원을 쏟아부은 전례 없는 초대형 특집 쇼”였다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동원됐는지 셀 수 없다”고 말했다. 
 
뉴욕 지하철 안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방탄소년단 멤버들은 진솔한 대답으로 큰 호응을 얻었다. 멤버들은 가끔은 영어로, 자세한 설명이 필요할 때는 한국어로 말했다. 미국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에서 한국어 인터뷰가 영어 자막과 함께 방송되는 이색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다음은 팰런과 방탄소년단 멤버들의 인터뷰 요약.

 
이렇게 성공할 줄 알았나.
“이렇게 되어야 한다는 목표보다는 지금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자고 하면서 뭉쳐있었기 때문에 여기까지 왔다.” (지민)
“알다시피 우린 작은 기획사 출신이다. 아웃사이더도 메인스트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것 같아서 기쁘다.” (RM)  
 
미국인들이 여러분 노래를 따라 부르는 게 어떤 의미가 있나.
“국가와 언어, 인종이 다른데 우리 노래를 즐겨주는 데서 힘을 얻고 공연을 한다.”(제이홉)
 
BTS가 되기 전엔 뭐가 되고 싶었나.
“사업가?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직업을 갖는 걸 생각했다.”(RM)
“나는 색소포니스트.”(뷔)
“테니스 선수. 동메달도 딴 적이 있다. 세 명이 출전한 대회에서. (웃음)” (제이홉)
“나는 배우.”(진)
“프로 게이머.”(정국)
“토크쇼 호스트.”(지민)
“프로듀서나 작곡가.”(슈가)
 
처음 공연했을 때 기억은.
“데뷔 쇼케이스였는데 관객이 200~300명 정도였다.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쇼가 끝난 뒤 우리 모두 울었다.” (정국)
 
여러분의 음악을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유는 뭘까.
“요즘 10대, 20대, 30대에게 위로가 될 만한 메시지를 계속 노래하는 게 강점 중 하나가 아닐까.”(슈가)
 
 

한국 가수가 가장 미국적인 도시를 소개하다

팰런과 방탄소년단 멤버들은 지하철 객차에서 인터뷰하고, 팬들 질문에 답하고, 게임을 했다. 이어 뉴욕 유명 맛집인 ‘카츠 델리’에 가서 패스트라미 샌드위치를 먹었다. 방탄소년단이 샌드위치를 만들고, 팰런이 손님 테이블로 날랐다. “BTS가 만든 샌드위치”라는 소개에 손님들은 환호했다.
 
미국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에서 샐리가 가짜 오르가슴을 흉내내는 장면을 찍은 뉴욕 맛집 '카츠 델리'. 음식점에 영화 사진이 걸려 있다. [NBC방송 '투나잇 쇼']

미국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에서 샐리가 가짜 오르가슴을 흉내내는 장면을 찍은 뉴욕 맛집 '카츠 델리'. 음식점에 영화 사진이 걸려 있다. [NBC방송 '투나잇 쇼']

 
132년 전통의 이 음식점은 할리우드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에서 샐리가 가짜 오르가슴을 흉내내는 장면을 촬영한 곳으로 유명하다. 팰런이 이 영화를 아느냐고 묻자 멤버들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어 웃음을 자아냈다. 
 
영화는 1989년 개봉했는데, 멤버 가운데 가장 먼저 태어난 진이 92년생이다. 지하철과 카츠 델리,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까지, 가장 미국적인 토크쇼가 가장 미국적인 도시 뉴욕을 소개하면서 한국 가수와 함께 하는 독특한 컨셉이 만들어졌다.
 
뉴욕=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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