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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 차 사고, 뒤따르던 일반 차와 충돌 많았다

중앙일보 2020.02.29 05:00
미국에서 발생한 자율주행 차 사고 현장. [미 코네티컷주 경찰 페이스북]

미국에서 발생한 자율주행 차 사고 현장. [미 코네티컷주 경찰 페이스북]

미국에서 발생한 자율주행차 사고의 대부분은 도심 교차로에서 발생했으며, 뒤따르던 일반 차와 충돌한 사고가 절반가량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한국교통연구원 미래차교통연구센터에 따르면 2015년부터 지난해 1월까지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일어난 자율주행차 사고 81건 중 60건은 교차로에서 대기 중이거나 우회전·좌회전할 때 발생했다. 이 중 자율주행차와 일반 차와 충돌 사고는 55건, 횡단보도를 건너는 보행자와 관련한 사고는 5건이었다. 
 
교통연구원은 최근 캘리포니아주 차량교통국(DMV)이 공개한 자료를 바탕으로 사고 유형을 분석했다. 캘리포니아에서 자율주행을 실증 중인 웨이모·드라이브AI·오로라 등 스타트업을 비롯해 GM·토요타 등 13개 회사의 레벨3(부분 자율주행) 이상 차량이었다.
 
81건 중 60건은 교차로에서 발생했다. 이 중 '적색 신호 중 우회전(Turn right on Red)' 상황에서 발생한 사고는 23건이었다. 우회전하기 위해 대기 중 뒤차와 충돌하거나(11건), 교차로 왼쪽에서 직진하는 차량과 양보하는 도중 충돌한 경우(6건) 등이었다.  
 
또 교차로 신호 대기 중 뒤차가 서행으로 충돌(18건)하거나, 신호 변경 후 자율주행 차를 추월하다 접촉(4건)한 경우도 22건이었다. 교차로에서 좌회전 중 뒤차와 충돌(7건)한 경우도 8건이었다. 교차로에서 녹색 신호를 받고 주행 중 발생한 사고는 21건이었다. 자율주행 차와 일반 차 간에 발생한 사고가 14건, 이륜차·자전거와 접촉사고는 7건이었다.
 
교차로가 아닌 도로 주행 중 발생한 사고는 21건으로 일반 차가 자율주행 차를 추월하는 중 발생한 사고는 12건, 자율주행 차가 차선 변경 중 발생한 사고는 9건이었다.  
최근 4년 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자율주행 차 사고 유형. 그래픽=신재민 기자

최근 4년 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자율주행 차 사고 유형. 그래픽=신재민 기자

교차로에서 사고가 많은 이유는 자율주행차 센서의 주변 교통 환경 인식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김규옥 한국교통연구원 미래차 교통연구센터장은 "뒤에 있던 일반 차가 급가속해 자율주행차 앞으로 끼어들려고 하는 순간 발생한 사고가 이에 해당한다. 미국에서 실증 중인 자율주행차는 아직 이런 상황에 대한 판단이나 대처 능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미래 차의 핵심 기술로 꼽히는 차량 간 교신(V2V)과 차와 사람·사물 간 교신(V2X)이 갈 길이 멀다는 점을 시사한다. 김 센터장은 "자율주행차와 일반 차가 혼재해 운행될 때, 뒤차가 앞에 가는 자율주행 차의 주행 패턴을 예측하지 못해 발생하는 사고가 잦았다"며 "차량이 얽히는 교차로에서 사고가 많은 것도 그런 이유"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교차로에서 위험 요소를 줄일 수 있도록 자율주행 개발자는 알고리즘을 고도화하는 동시에 교통시스템을 협력해서 운영될 수 있도록 시스템 보완이 필요다고 지적했다. 또 적색 신호 때 우회전 허용 등 현행 교통 체계에 대한 재검토가 시급하다고 봤다. 
 
문영준 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금의 자율주행차는 일반 차와 섞여 달리기엔 상황 대처 능력 등 유연성이 부족하다"며 "수많은 학습을 통한 인공지능 수준에 도달해야 한다. 그래서 공학자뿐만 아니라 교통학자·심리학자와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래 차 사고 유형은 지금과 다르다

교통연구원은 최근 국내 교통사고 경위 데이터를 자율주행차 시험장인 케이시티(K-City)의 도로에 적용해 약 7만5000건의 사고 유형 데이터를 추출했다고 밝혔다. 자율주행이 본격화할 때를 대비해 미래의 교통사고를 시뮬레이션한 결과는 지금과 다르다.   
 
자율주행차가 주행하는 중, 교차로에서 정차·신호대기 중인 일반 차량을 발견하고 급제동하는 상황이 30%를 차지했다. 옵션 존(황색 신호에 가도 되고, 서도 되는 구간) 사고다. 또 교차로에서 직진하던 중, 측면에서 접근하는 차량 충돌 사고는 17%를 차지했다. 딜레마 존(황색 신호에서 정지가 불가능해 멈출 수 없는 구간) 또는 신호 위반 차량에 의한 사고다. 
 
김 센터장은 "지금은 딜레마 존에서 사고가 자주 일어나지만, 자율주행차가 등장하면 옵션 존에서 많은 사고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특히 자율주행차가 다니는 교차로에서 신호를 위반하면 그대로 위험에 노출된다. 엄격한 교통법규 준수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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