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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자 발생 병원 14일 폐쇄’ 고집하다 환자 치료할 곳 잃는다

중앙선데이 2020.02.29 00:25 675호 4면 지면보기

코로나19 비상 

코로나19 감염자 속출로 폐쇄된 은평성모병원에 출입금지 테이프가 설치됐다. [연합뉴스]

코로나19 감염자 속출로 폐쇄된 은평성모병원에 출입금지 테이프가 설치됐다. [연합뉴스]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당시 삼성서울병원 등에서 발생한 대규모 ‘병원 내 감염’은 방역 당국과 의료계에 커다란 상처로 남았다. 확진자가 나온 의료기관을 잠복 기간 동안 무조건 폐쇄하도록 한 정부 방침이 나오게 된 이유다.
 

메르스 때 ‘병원 내 감염’ 탓 시작
확진자 급증 상황 맞춰 전략 바꿔야
하루 정도 비워 소독하고 진료를

28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2300명을 넘어서면서 환자가 나온 병원을 14일간 무조건 폐쇄하는 정부 방침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전문가들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확진자가 100명 이내 수준일 때 감염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강한 조치를 취하는 게 맞지만 코로나19 확산 추세가 3단계(third wave)로 접어들어 팬데믹(Pandemic·세계적 대유행 감염병) 상황까지 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만큼 부족한 병상 확보를 위해서라도 이런 전략이 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다.
 
확진자가 쏟아지는 대구·경북 지역의 주요 종합병원 응급실이 폐쇄와 해제를 반복하면서 벌어지는 의료 체계의 경색을 막고 의료 자원의 효율적인 활용을 위해 접촉자를 가려내고 소독 조치를 완료한 뒤에는 환자를 볼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들이 대표적인 예로 꼽은 곳이 서울 은평성모병원이다. 지난 21일 첫 확진자가 나온 뒤 병원과 관련된 것으로 추정되는 확진자 15명(환자와 보호자, 간병인 등)이 발생해 은평성모병원은 폐쇄됐다.
 
최재욱 고려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은평성모병원과 관련된 것으로 추정되는 확진자 중 병원 직원은 단 한 명이다. 이 한 명 때문에 병원이 일주일째 폐쇄됐다”며 “병원 측이 밤을 새워서 의료진과 직원 3100명을 모두 검사했는데 전원 음성이 나왔다. 시설 소독도 다 했다. 그런데도 질병관리본부가 병원 문을 열지 못하게 한다. 2015년 메르스 때 만든 ‘환자와 접촉한 의료진은 14일간 자가격리한다’는 기준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선별진료소 의료진들은 환자와 계속 접촉하지만, 마스크 등 보호구를 착용하고 환자를 보기 때문에 계속 근무한다. 병원 의료진들도 마찬가지로 보호구를 착용한 채 근무하는데 다른 기준을 적용할 이유가 없다. 특히 중증 환자를 보는 대형병원이 환자가 나올 때마다 마비가 되면 의료체계에 큰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의료기관에 대한 이런 폐쇄 원칙이 의료 공백 현상을 부추긴다는 비판도 나왔다. 박은철 연세대 의대 의료관리학 교실 교수는 “병원에서 확진 환자 1명이 나오면 14일 동안 폐쇄하는 건 너무 지나친 조치다. 환자가 100명 이내일 때는 감염될 가능성을 1%에서 0.1%로 낮추기 위해 그렇게 했지만, (확진자가 쏟아지는) 이제는 그렇게 하면 환자 치료할 데가 없어진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환자가 왔다 갔다면 전면적으로 소독하고 하루 정도 비워놓는 최소한의 조치를 하고 다시 환자를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준용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병원을 자꾸 폐쇄하면 의료자원이 부족해지는 상황이 심각해진다. 의료진 격리나 병원 폐쇄에 대한 기준도 코로나19 사태 초반과 다르게 새로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이대로 두면 코로나19 확진자가 아닌 일반 환자, 특히 중환자들이 치료를 받지 못해 문제가 될 수 있다. 환자들이 안전하게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한정된 의료자원을 활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에스더·이가영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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