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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字, 세상을 말하다] 冠狀<관상>

중앙선데이 2020.02.29 00:22 675호 31면 지면보기
한자세상 2/29

한자세상 2/29

“관(冠)이 향그러운 너는 무척 높은 족속이었나보다.”(노천명, 사슴) “가시 돋친 그러나 눈부신 장미의 관입니다.”(김남조, 사랑합니다)
 
머리에 얹힌 관(冠)은 시인의 단골 소재다. 한자 관은 민갓머리 멱(冖)과 으뜸 원(元), 마디 촌(寸)으로 이뤄진 회의자(會意字)다. 멱(冖)은 여기서 덮개가 아니라 사당[廟宇]을 가리킨다. 갓머리 면(宀)과 같다. 원(元)은 머리, 촌(寸)은 손[手]이다. 따라서 관(冠)은 사당 안에서 손으로 머리카락을 묶고 갓을 쓰는 남자의 성인식을 뜻한다. 관혼상제(冠婚喪祭)의 으뜸이다. 여기서 머리에 쓰는 물건, 모자의 의미로 발전했다.
 
관을 왕이 쓰면 왕관(王冠)이다. 서양에서는 운동 시합의 승리자나 영웅에게 올리브로 만든 월계관(月桂冠)을 씌웠다. 나아가 위대한 시인을 계관(桂冠) 시인으로 불렀다. 형장의 예수는 가시 면류관(冕旒冠)을 썼다. 가시로 엮은 관을 구슬 달린 황제의 쓸 것에 빗대 존경을 표했다.
 
“관은 아무리 낡아도 머리에 쓰고, 신발은 아무리 새것이라도 발에 신는다(冠雖故 必加於首, 履雖新必關於足).” 한(漢)나라 처세서 『설원(說苑)』은 위아래의 권위를 모자와 신발에 빗대 강조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팬더믹으로 퍼졌다. 코로나는 한자로 관상(冠狀)이라 적는다. 중국에서는 발상지 우한(武漢) 대신 신관폐렴(新冠肺炎)이라 줄여 부른다.
 
신관폐렴은 역병(疫病)이다. 널리 유행하는 돌림병을 뜻하는 역(疫)은 병들어 기댈 역(疒)과 몽둥이 수(殳)로 이뤄졌다. 최근 자주 들리는 역학(疫學)조사는 영어 전염병학(Epidemiology)의 번역어다. 중국은 ‘유행병학 조사’로 풀어쓴다. 환자의 발병 경로와 전파 과정을 캐낸다는 뜻이다.
 
역병의 창궐에 패러디 사자성어까지 등장했다. 역병에 친지까지 모른 체하라는 대역멸친(大疫滅親), 정을 끊으면 역병도 없다는 무정무역(無情無疫), 불량 마스크로 폭리를 취하자 견리망역(見利忘疫), 36도 체온만 통과한다는 삼십육계주위상(三十六計走爲上) 등 다양하다.
 
병법의 대가 손자(孫子)는 “적이 오지 않을 거라 믿지 말고 적이 언제 오더라도 내가 준비돼 있음을 믿으라(無恃其不來 恃吾有以待也)”고 했다. 중국이란 가시관에 방심했던 한국이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
 
신경진 중국연구소장 겸 논설위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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