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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더라’ 정보에 빠지면 패닉 위험, 위안 얻도록 소통·응원을

중앙선데이 2020.02.29 00:21 675호 10면 지면보기

[코로나19 비상] 커지는 불안감 이렇게 대처를

심민영 국립정신건강센터(서울 광진구 용마산로127) 국가트라우마사업부 부장이 코로나19로 인해 중국 우한에서 귀국해 격리됐던 사람들에 대해 시행했던 심리지원 활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신인섭 기자 2020.02.27.목

심민영 국립정신건강센터(서울 광진구 용마산로127) 국가트라우마사업부 부장이 코로나19로 인해 중국 우한에서 귀국해 격리됐던 사람들에 대해 시행했던 심리지원 활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신인섭 기자 2020.02.27.목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2000명을 넘어서면서 일상에서 ‘코로나 공포’를 호소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아침에 눈 뜨면 확진자 수부터 확인한다’ ‘30분 간격으로 뉴스를 본다’ ‘전쟁 난 것처럼 무섭다’ 같은 글을 온라인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지역사회 감염이 나타나자 언제 어디서 걸릴지 모른다는 불안감은 더욱 확산하고 있다. 확진자나 격리자, 그 주변의 가족과 지인뿐 아니라 매체를 통해 상황을 지켜보는 이들까지도 심리적 스트레스를 겪고 있다는 얘기다.
 

심민영 국가트라우마사업부장
불확실한 온라인 뉴스 보지 말고
공신력 있는 유용한 정보만 습득

확진자 호기심으로 접근 땐 상처
평소처럼 대해주는 게 제일 좋아

평소 ‘심리적 응급처치’ 교육 필요
‘권역별 트라우마센터’ 만들어야

지난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를 겪으면서 국가 재난 시 전문적인 심리 지원의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졌고, 2018년 4월 국가트라우마센터가 문을 열었다. 이 센터의 수장인 심민영 국립정신건강센터 국가트라우마사업부장은 메르스 당시 심리위기지원단을 이끈 데 이어, 이번 코로나19 통합심리지원단의 단장을 맡았다. 심 단장은 지난달 충남 아산과 충북 진천에 격리된 우한 교민들을 위해 심리 상담을 진행했으며, 세월호 때도 희생자 유가족에 대한 심리치료 등 의료지원에 직접 나선 바 있다. 그는 “재난 시 나타나는 심리적 불안은 자연스러운 반응”이라면서도 “온라인에 떠도는 정보들을 지나치게 따라가 불안에 압도되면 패닉을 겪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누군가를 비난해봤자 득 될게 없어
 
코로나19에 대한 시민 불안이 크다.
“지금 상황에서 어느 정도 불안을 느끼는 건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다만 불안에 압도를 당하면 이성적인 판단이나 행동을 할 수 없다.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게 없다’ ‘무방비로 당하고 있다’는 생각이 패닉으로 몰아간다. 하지만 어떤 순간에도 우리는 ‘선택’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정보’를 선택할 수 있다. 이럴 땐 지나치게 많은 정보를 보는 것도 좋지 않다. 나만의 규칙에 따라 공신력 있는 정보에 접근하는 게 좋다. 마음이 불안할 때는 불안한 정보에만 더 눈이 가게 된다. 뉴스를 백 번 클릭한다고 해서 내게 유용한 정보가 백 번 얻어지는 건 아니다. 어느 정도 불확실함이 있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불안함에 자꾸 뭔가를 설명하려고 하다 보니 오히려 루머가 생긴다. 불안감은 스프링처럼 자꾸 튀어나온다. 마음에 위안이 될 수 있는 긍정적인 활동을 해야 상쇄가 된다. 대면이 안 되면 온라인으로라도 사람들과 소통하고, 가족들과 안부를 주고받을 수 있다. 일상생활의 건강한 이야기들도 하고 서로 응원해주면 안심된다는 느낌이 든다.”
 
일부 확진자에 대한 비난과 신상털기도 불안에서 비롯된 게 아닌가 한다.
“맞다. 확진자·격리자 상담을 해보면 ‘내가 감염되는 것보다 누군가에게 전염시키는 게 더 무섭다’고 얘기한다. 이들 대부분 평범하게 생활하던 사람들이다. 우리 모두의 안전을 위해서 이들의 동선이 공개되고, 어느 정도 사생활도 밝혀지는 데 대해 고마워할 일이다.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래야 누구나 감염 가능성이 있을 때 빨리 신고하게 되고, 다수가 안전해진다. 가장 이타적인 게 가장 이기적인 행동이다. 누군가를 비난하는 데 에너지를 쓰고 분노해봤자 나한테 득이 될 게 없다. 안정된 마음을 갖는 게 내 몸을 위해서도, 사회의 안정을 위해서도 건강한 행동이다. 사회 환경이 안정되고 안전해져야 나도 필요할 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불안을 덜어주기 위해 정부가 할 일은 무엇인가.
“의사소통이다. 현재 상황에 대해 분명하게 얘기해야 한다. 한계는 있을 수밖에 없다. 한계를 인정하고, 보완됐을 때 다시 공지하면 된다. 질병관리본부가 지금 주기적으로 브리핑하고 파악이 안 된 부분은 안 됐다고 얘기하는 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심리적 응급처치’(재난 경험자들이 스스로 회복할 수 있도록 현실적인 도움과 함께 관심과 지지, 공감 등을 주는 것)도 중요하다. 심리적 안정을 위해서는 필요한 자원을 제공하는 게 기본이다. 식료품이 될 수도 있고 의료적 접근일 수도 있다. 그리고 지지체계, 즉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 국가트라우마센터와 관련 학회에서는 대국민 심리지원을 위한 지침을 준비하고 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극한의 스트레스를 받을 의료진의 번아웃(burn out·소진)도 걱정이다.
“재난 상황에 참여하는 유관기관 업무종사자들을 3차 피해자라고 부른다. 이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시민의 응원이 필요하다. 사회적 지지가 뒷받침되면 이들의 사명감이 폭발적·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정부의 실제적인 지원도 필요하다. ‘보호구가 없어서 일을 못 한다’ ‘도시락이 부실하다’ 이런 얘기가 나오면 안 된다. 또 반짝 관심을 보이다 위기가 사라지면 지원도 끊길 때가 많다. 위기 상황이 끝났을 때 인정과 보상이 뒤따르고 성공 경험으로 남아야 한다.” 
 
상황이 진정되고 나면 어떻게 해야 하나. 주변에 확진자·격리자였던 사람이 있다면.
“지나친 호기심으로 접근하면 또 한 번 상처를 줄 수 있다. 필요한 게 있으면 챙겨주되, 평소와 똑같이 평범하게 대하는 게 제일 좋다. 장을 대신 봐준다든지, 직장에서 휴가를 쉽게 받을 수 있도록 해주는 등 필요한 부분에 대한 지원을 해주면 된다. 예민해져 있는 사람에게는 위로한다고 하는 이런저런 말들이 오히려 안 좋게 들릴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관계가 훼손되고 이는 다시 회복에 악영향을 주게 된다.”
 
임시 생활시설에 격리됐던 우한 교민들도 상담했는데.
“그분들도 열이면 열 같은 얘기를 했다. 주변에서 평상시처럼 대해주는 게 제일 고마웠다고. 내가 잘못해서 일어난 일이 아닌데도 처음에는 창피하게 느낄 수 있고,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불안해한다. 메르스 격리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볼 수 있듯, 재난을 경험한 당사자와 그 가족들은 대부분 비슷한 패턴의 심리를 보인다. 당사자들은 불안이 높고 신체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며 가족들은 분노가 많다.”
  
정부, 의료진들 실제적 지원해줘야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통합심리지원단이 해체되면 이후에는 어떻게 지원이 이뤄지나.
“장기적인 지원을 위해서는 권역별 트라우마센터가 마련돼야 한다. 그래야 안정적으로 심리지원 콘텐츠를 만들고 효율적으로 활동할 수 있다. 세월호와 메르스를 거치면서 국가트라우마센터가 만들어졌고, 포항 지진을 겪으면서 영남권 트라우마센터(국립부곡병원)가 생겼다. 강원 산불이 있었을 때 강원권에도 트라우마센터가 설립될 것을 기대했지만, 예산이 삭감되면서 무산됐다. 통계적으로 보면 우리는 매년 큰 재난을 겪고 있다. 권역별 트라우마센터가 이번에는 제발 만들어졌으면 한다. 보건복지부와 행정안전부로 나뉜 운영체계를 일원화하는 것도 숙제다.”
 
국민 소양 교육으로 ‘심리적 응급처치’를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심폐소생술 같은 ‘상식’이 돼야 한다. 전쟁이 안 나도 민방위 훈련을 하는 것처럼 해야 한다. 재난을 한번 겪은 지역일수록 교육에 대한 수요가 굉장히 높다. 살아가는 데 있어서 물리적 안전뿐 아니라 심리적 안정의 문제도 매우 중요하다.”
 
최은혜 기자 choi.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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