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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선 경쟁력, 러시아 지원설…‘진보 샌더스’ 때리기 세진다

중앙선데이 2020.02.29 00:21 675호 12면 지면보기

[글로벌 이슈 되짚기] 미국 대선 ‘수퍼 화요일’ D-3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선두를 달리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지난 27일 버지니아주 리치몬드 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선두를 달리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지난 27일 버지니아주 리치몬드 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기세가 거세다. 다음달 3일 ‘수퍼 화요일’에서 승리할 경우 ‘샌더스 대세론’이 본격화될 것이란 분위기가 짙다. 캘리포니아·텍사스 등 14개 주에서 한꺼번에 경선이 치러지는 수퍼 화요일에는 민주당 전체 대의원 3979명 중 3분의 1이 넘는 1357명이 선출된다. 따라서 대선주자들에게는 초반 판세를 결정짓는 수퍼 화요일에서의 승리가 절실한 상황이다.
 

샌더스, 초반 열세 딛고 잇단 승리
대의원 415명 캘리포니아도 선두

바이든, 중도층 결집 승부수 준비
블룸버그, 2억 달러 광고 물량공세

최근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는 샌더스에게 호의적이다. 수퍼 화요일 경선 중 가장 많은 415명의 대의원이 배정된 캘리포니아주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그 뒤를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이 추격하고 있다. 텍사스주(228명)에서도 샌더스가 역시 1위다. 그를 바이든·블룸버그와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등이 뒤쫓고 있다.
 
일각에선 샌더스 대세론이 일찌감치 굳어지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온다. 이에 동조하는 지지자들은 “샌더스가 민주당 대선후보가 되는 게 큰 흐름이다. 그를 앞세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본선을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샌더스는 지난 아이오와·뉴햄프셔·네바다 등 세 차례 경선 중 두 차례 1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확보한 대의원 수는 45명. 이어 피트 부티지지 전 사우드벤드 시장(25명)과 바이든(15명), 워런(8명),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7명) 등이 뒤따르고 있다.
 
샌더스는 전국 지지율 조사에서도 1위다. 지난 27일 미 선거 전문매체 ‘파이브써티에잇(538)’ 발표에 따르면 샌더스 지지율은 27.7%다. 바이든(16.3%), 블룸버그(15.6%), 워런(12.9%), 부티지지(10.7%)와는 앞자리 수가 다르다.
 
하지만 민주당 내에선 샌더스 대세론에 대한 우려 또한 작지 않다. “샌더스로는 트럼프와의 본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의견도 팽배하다. 진보 성향인 샌더스 후보의 흡입력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25일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에서 열린 TV토론에서도 이 문제가 거론됐다. 경선 후보들은 샌더스의 본선 경쟁력을 공격하면서 ‘러시아 지원설’도 꺼냈다.
 
블룸버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하길 원한다. 그래서 러시아는 샌더스가 민주당 대선후보가 되도록 돕고 있다”고 공격했다. 부티지지는 “트럼프와 샌더스가 올 대선에서 맞붙게 되는 상황을 상상해 보자”며 샌더스가 트럼프에게 참패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바이든도 “(진보 성향의) 샌더스는 과거 총기규제법안에 다섯 번이나 반대표를 던졌다. 그가 주장하는 ‘진보’의 정체성은 과연 무엇인가”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샌더스는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본선에서 충분히 트럼프 대통령을 꺾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러시아 지원설과 관련해선 “이봐, 푸틴. 내가 미국 대통령이 된다면 더는 당신이 미국 선거에 관여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날 믿어”라며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CNN 등은 “샌더스의 본선 경쟁력에 대해서는 민주당 내에 여러 평가가 있다. 현재까진 진보 성향이 강한 샌더스의 호소력이 매우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며 “본선 진출을 위해 샌더스가 극복해야 할 과제”라고 지적했다.
 
실제 민주당 내부 사이에선 샌더스가 수퍼 화요일 이후에도 1위를 고수할 경우 대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중도 진영의 결집을 위한 후보 단일화 요구다. 즉 바이든과 블룸버그·부티지지 중 한 명에게 표를 몰아줘 샌더스를 물리친 다음, 트럼프 대통령과 맞서게 해야 한다는 시나리오다. 이럴 경우 중량감이 있는 바이든과 블룸버그가 적합하다는 의견이 많다.
 
따라서 중도 진영 후보들에겐 이번 수퍼 화요일이 향후 대권 행보에서 변곡점이 될 수도 있다. 최선은 샌더스를 꺾고 승리하는 것이지만 여의치 않을 경우엔 2위에 턱걸이라도 해야 할 절박한 상황이다.
 
바이든의 경우 1차 아이오와 경선에서 4위, 2차 뉴햄프셔 경선에선 5위로 참패했다가 3차 네바다 경선 때 겨우 2위를 차지했다. 예상보다 크게 부진한 모습이다. 바이든은 다행히 수퍼 화요일에 앞서 29일 실시되는 사우스캐롤라이나 경선에선 전망이 밝다. 지역 여론조사에서 바이든은 30%가 넘는 지지율을 보이며 1위에 달리고 있다. 경선에 참여하는 지역 유권자의 55%가 흑인인 덕분이다.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었던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2인자 역할을 했던 바이든은 흑인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게다가 흑인으로 사우스캐롤라이나 출신인 짐 클라이번 민주당 하원 원내총무가 바이든을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있는 것도 큰 힘이 되고 있다.
 
수퍼 화요일부터 경선에 본격적으로 참여하는 블룸버그도 마음이 급하다. 그는 지난 두 차례 TV토론에서의 부진을 만회해야 한다. 수퍼 화요일에 경선을 치르는 14개 주를 공략하기 위해 이미 2억 달러 이상의 광고비도 썼다. 샌더스보다 15배나 많은 액수다.
 
워싱턴 정가에선 일단 수퍼 화요일에도 샌더스가 선전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수퍼 화요일을 계기로 진보와 중도 간 진영 싸움은 물론 각 주자의 본선 경쟁력 등 복잡한 역학관계가 구체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트럼프에 맞서는 민주당 전략이 점점 수면 위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최익재 기자 ij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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