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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단어가 입안서 뱅뱅 돌 땐 역순사전 들춰볼 만

중앙선데이 2020.02.29 00:20 675호 16면 지면보기

영어 이야기

옥스퍼드 역순사전

옥스퍼드 역순사전

어떤 단어가 가물가물한 경험은 누구나 겪는다. 영어로는 ‘on the tip of one’s tongue(말이 혀끝에서 뱅뱅 돌며 생각이 안 나는)’인 때가 있다.
 

단어 뜻·연관어로 단어 찾는 사전
영미권 사람들도 있는지 잘 몰라
십자말풀이처럼 어휘력 증진 효과

그래서 역순사전(逆順事典·reverse dictionary)이 있다. 왜 ‘역순’인가? 보통 사전은 단어로 그 단어의 뜻, 정의(definition)를 찾아본다. 반대로 역순사전은 단어의 정의나 연관어로 단어를 찾는다. 종이 역순사전으로는 리더스다이제스트에서 나온, 표제어 7만의 『Ill-ustrated Reverse Dictionary(삽화를 넣은 역순사전)』(1997)와 표제어 3만1000의 『Oxford Reverse Dic-tionary(옥스퍼드 역순사전)』(2002·사진)가 있다. 예를 들어보자.
 
-지옥은 영어로 ‘헬(hell)’. 유대교나 성경에서 지옥을 지칭하는 말이 있다는 것을 안다. 그런데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 단어의 정의에는 ‘hell’이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옥스퍼드 역순사전』에서 ‘hell’을 찾아보자. 예상대로 “hell in Jewish thought: Gehenna, Sheol(유대 사상에서 지옥: 게헨나, 셰올)”이라고 나온다.
 
-‘예수가 태어났을 때 헤롯에게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아이들을 가리키는 말’이 있다는 것을 안다. 가물가물하다. ‘Herod(헤롯)’을 찾아보면 답이 이렇게 나온다. “children killed by Herod: Holy Innocents(헤롯에게 죽임을 당한 어린이들: 성스러운 무죄자들)”
 
-원래는 독일어인데 영어에서도 쓰는 ‘그 말’을 알았는데 까먹었다. ‘남의 고통을 보고 느끼는 즐거움(pleasure derived from the suffering of others)’이라는 정의까지 생각난다. ‘즐거움’은 대체로 ‘pleasure’이니 ‘pleasure’로 찾아보자. 이렇게 답이 나온다. “Schadenfreude(샤덴프로이데).”
 
종이와 디지털은 각기 장단점이 있다. 개수로는 종이가 디지털의 상대가 될 수 없다. Propaganda(프로파간다)를 『옥스퍼드 역순사전』에서 찾으면 달랑 agit-prop(정치적 선동과 선전) 하나다. 온라인 역순사전인 ‘OneLook Reverse Dictionary(https://www.onelook.com/thesaurus/)’에서 Propaganda를 쳐보면, 672개가 나온다. 그 중에는 ‘psychological warfare(심리전)’도 있고 ‘demonization(악마화)’도 있다.
 
상당수 영미권 사람들도 역순사전의 존재 자체를 모른다. 역순사전을 활용자 중에는 십자말풀이(crossword) 애호가가 많다. 십자말풀이와 역순사전만 한 어휘력 증진 도구가 없다. 역순사전은 정확(正確)을 넘어 적확(的確)한 표현을 찾을 때 시소러스(thesaurus·유의어 사전)와 더불어 필수다. 여러 단어보다는 딱 한 단어로 표현할 때 글에 힘이 있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눈이 맞아 도망가다’를 표현하는 영어 단어가 있을까. onelook.com에서 ‘flee, love(도망가다, 사랑)’을 쳐보니 정답 ‘elope’가 나왔다.
 
김환영 대기자 / 중앙콘텐트랩 whan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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