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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구 대세 ‘흥부자’ 이다영 “연경 언니와 올림픽 메달 딸래요”

중앙선데이 2020.02.29 00:20 675호 24면 지면보기

[스포츠 오디세이] 현대건설 스타 세터

인터뷰 도중 깜찍한 표정이 찍힌 이다영은 이 사진이 제일 마음에 든다고 했다. 전민규 기자

인터뷰 도중 깜찍한 표정이 찍힌 이다영은 이 사진이 제일 마음에 든다고 했다. 전민규 기자

코로나19 때문에 프로 스포츠가 직격탄을 맞았다. 프로축구 K리그 개막이 연기됐고, 배구·농구 등도 무관중 경기로 진행하고 있다. 그래도 스포츠 팬들은 TV 중계를 보면서 시름을 잊는다. 특히 여자배구의 상승세는 식을 줄을 모른다. 프로 종목 중 가장 뜨겁다는 여자배구의 인기를 견인하는 선수가 이다영(24·현대건설)이다. 경기를 조율하는 세터 이다영은 팀 전력의 핵심이다.
 

탈진 동영상 한 달 새 270만 클릭
막춤 세리머니도 4년간 730만 뷰

타고난 끼에 실력 늘며 팬심 잡아
악플 딛고 국가대표 주전 세터로

쌍둥이 재영과 서로 “둥아”라 불러
서진용과 열애설 걱정되고 화도 나

설 연휴 기간인 1월 23일 현대건설은 인삼공사와 혈전을 치렀다. 2시간 20분의 풀세트 접전 끝에 현대건설이 승리한 뒤 탈진한 이다영은 코트에 쓰러졌다. 한동안 일어나지 못한 이다영을 배구단 스태프가 업고 퇴장하는 장면을 찍은 동영상은 유튜브에서 무려 270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몰빵’하면 편하지만 골고루 공 올려줘
 
이다영은 요샛말로 ‘흥부자’다. 포인트를 올릴 때마다 깜찍한 세리머니에 살짝살짝 춤동작을 가미한다. 프로 신인이었던 2015년 올스타전에선 선배들의 ‘강압’으로 막춤 세리머니를 했다. 그 영상은 누적 조회수가 730만을 넘는 ‘유튜브 고전’으로 남아 있다.
 
실력과 외모, 끼와 애교를 두루 갖춘 이다영이 꽃길만 걸은 건 아니다. ‘배구도 못하면서 요란하기만 하다’는 비아냥과 악플에 시달렸고, 국가대표 주전 공격수인 쌍둥이 언니 이재영(흥국생명)과 끊임없이 비교당하기도 했다. 그는 스스로 모든 것을 극복하고 일어섰고, 국가대표 주전 세터로서 도쿄 올림픽 출전권을 따내는 데 큰 공을 세웠다. 경기도 용인에 있는 현대건설 클럽하우스에서 이다영을 만났다.
 
이다영은 공격 루트를 결정하는 세터로서 현대건설을 이끄는 든든한 야전사령관이다. [연합뉴스]

이다영은 공격 루트를 결정하는 세터로서 현대건설을 이끄는 든든한 야전사령관이다. [연합뉴스]

‘탈진 동영상’이 화제였는데요. 몸 컨디션은 좀 어떤지요.
“지금은 괜찮아요. 대표팀(도쿄 올림픽 최종 예선) 갔다 와서 연달아 경기한 게 저한테는 조금 무리였던 것 같아요. 많은 사람 앞에서 쓰러져 있는 게 별로 유쾌하지 않았지만 도저히 일어날 힘이 없었어요.”
 
세터가 그렇게 힘든 자리인가요.
“진∼짜 힘들어요. 특히 저는 웬만한 공격수보다 점프를 더 많이 하고 뛰어다니니까요. 세터가 얼마나 힘드냐고요? 경기 ‘시∼작’ 해서 마지막 포인트 나올 때까지 한 순간도 쉬지 않고 뛴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대표팀에서 주전 세터로 뛰면서 기량이 많이 좋아졌다는 평가를 받는데요.
“주변에서 칭찬을 많이 해 주시는데 그게 부담이 되기도 해요. 올해 달라진 이다영이요? 마음가짐이 달라지지 않았나 싶어요. 더 간절해지고 더 노력하고 공부한 게 경기 때 나오는 것 같습니다. 간절함은 목표나 꿈 때문에 생긴 거 같고요. 구체적인 목표요? 비∼밀이죠.”
 
어떤 선수에게 볼을 올려줄 건지 선택은 전적으로 본인이 합니까.
“거의 제 생각대로 다 합니다. 경기 전에 상대 팀 영상을 보면서 오늘은 이렇게 게임을 풀어가겠다고 생각하고 그대로 하면 맞아떨어지는 경우가 많아요. 진짜 머리가 복잡하고 중요한 상황에서는 감독님께 물어봅니다(현대건설 이도희 감독은 국가대표 세터 출신이다). 우리 팀은 센터 공격진이 워낙 좋으니까 양 날개 공격수도 살아나는 것 같아요.”
 
좋은 공격수가 많아서 ‘왜 나한테 공을 안 주나’고 불만을 갖는 동료가 있지 않을까요.
“우리 팀에선 그렇게 생각하는 선수는 없어요. 제가 안 주고 싶어서 안 주는 게 아니니까요. 소위 ‘몰빵 배구’라고 해서 외국인 선수나 특정 공격수에게 공을 몰아주는 경우가 있잖아요. 세터 입장에선 몰빵하라면 오히려 편하죠. 저희 팀은 골고루 공을 나눠줘야 공격이 살아납니다.”
 
여자배구 시청률은 케이블 TV 스포츠 중계에서 ‘꿈의 시청률’이라고 하는 1%를 훌쩍 넘어섰다. 프로농구와 남자배구는 물론이고 지난해 프로야구의 평균 시청률도 앞질렀다. 외국인 선수 의존도가 줄어들고 활발한 선수 트레이드로 팀 간 전력차가 줄었다.
 
여자배구의 인기 비결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아기자기한 플레이 속에서 여자들만의 승부욕과 끈끈함이 있고, 그런 악바리 같은 모습을 팬들이 좋게 보시는 것 같아요. 또 우리 선수들이 예쁘고 세리머니도 잘하잖아요. 저는 원래 많이 웃고 많이 표현하는 스타일이라서 점수가 나면 막 뛰어다니거든요. 그런 표현들이 팀에 시너지 효과를 주는 것 같아요. 상대 팬들한테는 얄밉게 보일 수도 있지만요. 하하.”
 
그래서 그런지 악플도 많이 받지 않았나요.
“악플도 관심이라고 생각해요. 악플 때문에 힘들고 상처받기도 하지만, 작년만큼은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버티고 있어요. 작년은 뭘 해도 안되는 해였는데 심지어 욕까지 하니 정말 죽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어요. ‘오늘은 또 무슨 욕을 먹게 될까’ 싶어서 경기장 나가는 게 두려웠어요.”
 
이다영 선수의 어머니는 1980년대 배구 국가대표 세터로 이름을 날렸던 김경희씨다. 이재영은 2014년 V리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흥국생명에 입단했고, 이다영이 2순위로 현대건설 유니폼을 입었다. 둘은 서로를 “둥아(쌍둥이라는 뜻)”라고 부른다.
  
악플도 관심이지만 심할 땐 죽고 싶어
 
언니가 먼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는데 부럽진 않았나요.
“그런 거 전혀 없어요. 다만 ‘너한테는 안 진다’는 승부욕은 있죠. 경기장 밖에서 만났을 때도 ‘야, 이번에 우리가 이길 거 같은데’ 하면 난리가 납니다. 재영이는 조용하고 침착한 편이고 저는 시끄럽고 밝은 성격이고요. 노는 스타일도 다르고 스케줄도 달라서 잘 만나지도 않아요(웃음).”
 
이재영 선수가 부상으로 쉬는 동안에 프로야구 서진용(SK) 선수와 사귄다는 기사가 났죠.
“재영이가 갑자기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라서 깜짝 놀랐어요. 걱정되고 화도 나서 연락을 했는데 안 받더라고요. 우리가 연예인이 아닌데 이런 일로 기사 나고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게 좋을 건 없잖아요. 가족이니까 혹시라도 상처받을까 걱정되는 건 사실이고요.”
 
그 바람에 ‘본인도 사귀는 사람 있는 거 아닌가’는 말도 많이 들었겠는데요.
“맞아요. ‘이다영 선수도 연애하시냐, 할 것 같다, 제발 하지 말아달라, 슬프다…’ 이런 연락 정말 많이 받았어요. 저도 좋아하는 연예인의 결혼 기사가 나면 ‘아, 가는구나’ 싶어서 좀 쓸쓸하거든요. 근데 저는 남친 사귀고 싶은 생각 없으니까 안심하셔도 돼요. 크크크.”
 
이다영은 올 시즌만큼은 꼭 우승하고 싶고, 우승할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나면 여름에 도쿄 올림픽이다. 그는 “(김)연경 언니와 함께하는 마지막 무대가 될 것 같아서 꼭 메달을 따고 싶어요”라고 소망을 밝혔다.
 
정영재 스포츠전문기자/중앙콘텐트랩 jerr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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