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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무주택 실수요자는 ‘못 먹어도 고(Go)’

중앙일보 2020.02.29 00:03
분양가상한제 앞두고 8만가구 분양… 5~6월 전·후 상황 비교해 득실 따져야

봄 분양 물량 봇물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올해 주택시장은 짙은 안개 속에 갇혔다. 정부의 규제가 꼬리의 꼬리를 물고 이어지면서 주택시장을 겹겹이 에워쌌다. 추가 규제도 논의되는 상황이다. 목적지는 알겠는데 가는 길을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부동산 전문가 여덟 명과 길을 모색해 보았다. 이들의 조언을 모은 결론부터 말하자면 무주택 실수요자는 ‘못 먹어도 고(Go)’, 다주택자는 ‘선택과 집중’이 주요 전략이다.
 
이런 판단의 잣대 중 하나는 5~6월을 기준으로 전·후 시기를 저울질해보는 것이다. 주택시장 물량이 크게 달라질 수 있어서다. 업계에선 올해 봄 분양 물량이 전국 8만여 가구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그 중 최대 4만8000여 가구가 수도권에 쏟아질 예정이다. 지역별로 서울 1만7000여 가구, 경기 2만1000여 가구, 인천 9000여 가구다. 도시정비사업 물량도 대기 중이다. 재개발·재건축 물량이 수도권에 9만300여 가구, 지방에 5만8000여 가구가 예정돼 있다. 정부의 압박에 등 떠밀려 다주택자들이 내놓을 매물까지 더하면 그 규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관건은 공급자와 수요자의 심리전이다. 이번 봄 물량 중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적용(5월부터)되기 전에 소진하려는 물량이 적지 않다. 그동안 주택시장을 옥죄는 규제들로 인해 공급업체마다 분양시기를 늦추며 지금까지 누적된 물량이다. 정부가 분양가 상승과 중도금 대출을 차단한 점도 분양이 미뤄진 주 이유다. 규제를 수시로 꺼내는 이번 정부의 성향을 고려하면, 앞으로도 변수가 많을 시장 상황도 조바심을 내게 만든다. 그러다보니 공급자 입장에선 제 값을 쳐줄 때 빨리 털어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인건비·자재비·공사비 등도 오르는 상황에서 분양가상한제까지 적용하면 기대했던 수익이 물거품이 되기 때문이다. 각종 규제에도 식지 않는 집값 상승세와 청약 열기도 이런 공급자의 속내를 부추긴다.
 
 

공급자·다주택자 심리 읽어 매수 적기 파악

다주택자도 과세 부담이 되는 주택을 올 봄에 빨리 처분하고 싶어한다. 10년 넘게 보유한 조정대상지역의 주택을 팔면 양도소득세 중과를 면제 받고 장기보유특별공제도 누릴 수 있어서다. 이는 정부가 주택공급 물꼬를 트기 위해 6월까지 한시적으로 운용하는 조치다. 게다가 주택시장에서 봄은 수요가 몰리는 성수기다. 높은 시세도 다주택자에게 유리하다. 거품이 많이 꼈다는 지적이 계속될 정도로 최근 집값이 고점에 다다랐다는 시각이 많다. 수도권 집값만해도 최근 6년 동안 상승세를 지속했다. 즉 다주택자 입장에서도 올해 봄은 집을 팔기에 최적기인 셈이다. 주택임대소득 전면 과세 정책도 다주택자의 매도를 재촉한다. 정부는 올해부터 2주택 이상 2000만원 이하 주택임대소득에도 과세하겠다는 방침이다. 1주택자도 9억원 넘거나 해외에 있는 주택에서 임대소득이 생기면 과세대상이다.
 
이 같은 상황은 실수요자 입장에서도 호기가 된다. 선택지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특히 공급 가뭄에 시달리는 서울 수요자에겐 적기다. 서울 내 주요 분양 예정 단지로는 강남구의 개포주공1단지와 대치1지구, 서초구 방배6구역, 서초구 잠원동신반포 13·14차, 동작구 흑석뉴타운 흑석3자이, 은평구 수색증산뉴타운 수색6·7구역과 증산2구역, 중구·종로구 세운재정비촉진지구, 서울 강동의 둔촌주공과 천호·성내 재정비촉진지구 등이 있다.
 
문제는 청약·매입에 나서는 시기를 언제로 잡느냐다. 분양가상한제 적용 전엔 물량이 많지만 가격이 비싸고, 적용 후엔 가격은 다소 저렴하지만 물량이 적을 수 있다. 분양가상한제를 적용 받은 아파트는 최장 10년 동안 전매가 제한되고 실거주 요건도 채워야 해 재산권 행사에 불리할 수 있다. 가점 경쟁도 따져봐야 한다. 서울 같은 투기과열지구에서 분양하는 민영주택은 전용 85㎡ 이하는 모두 가점제로, 전용 85㎡ 초과는 가점제 50%과 추첨제 50%로 당첨자를 가린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강남 지역의 평균 청약가점은 송파구 68.5점, 강남구 65.4점, 동작구 65.2점에 이를 정도로 치열했다. 갈아타려는 1주택자는 무주택 1순위의 싹쓸이를 피해 중대형 추첨, 대단지, 초소형 평수 같은 틈새 물량을 노리는 전략이 필요하다.
 
 

틈새물량·후분양제·3기신도시도 대안

전문가들은 가점이 낮아도 청약 문을 계속 두드리라고 주문한다. 대출 규제로 자금을 마련하지 못해 포기한 미계약 물량을 노리기 위해서다. 가점이 부족하면 무순위 접수로 진행되는 선시공 후분양제 단지를 노리는 것도 한 방법이다. 다만 후분양제는 수요자가 중도금 없이 잔금(분양가의 약 90%)을 한번에 내야 한다. 이런 부담 때문에 최근 서울의 후분양제 단지들에서 당첨 포기자가 여럿 나오기도 했다. 서울 도심에 진입하기 어렵다면 금천·청량리 같은 서울 외곽지역, 서울과 가까운 용인·위례, 서울을 오가는 수요가 많은 남양주·인천 등도 추천 대상이다. 전문가들은 그 중에서도 지금은 불편하지만 앞으로 교통망과 기반시설이 확충될 지역을 선별하라고 당부한다. 저렴하게 장만하고 향후 시세차익도 챙길 수 있어서다.

 
3기 신도시(고양 창릉, 남양주 왕숙, 부천 대장, 인천 계양, 하남 교산)도 고려 대상이다. 정부는 이 이곳에서 30만 가구를 순차적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안산 장상·신길2, 용인 구성, 수원 당수2 등 수도권 26곳에도 중소형 택지지구를 조성해 주택을 공급할 예정이다. 이호용 국민은행WM스타자문단 세무사는 “특히 신혼부부는 취득세 감면, 특별공급, 결혼 기준 7년 확대 등의 혜택을 적극 활용하라”며 “가점도 함께 쌓아가는 투트랙 전략을 쓰라”고 조언했다.
 
 

[박스기사] 세금 줄줄이 인상…주택임대소득도 신고해야 - 구입 전에 보유 가능한지 먼저 따져보세요

올해 부동산 제도의 핵심은 혜택은 줄고, 세금은 늘고, 감시망은 강화된다는 것이다. 올해 내 집 마련을 계획한다면 이득이 될지 함께 따져봐야 한다.
 
먼저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이 크게 줄었다. 올해부턴 ‘2년 이상 거주’ 조건을 맞춰야 한다. 충족하지 못하면 1년에 2%씩, 15년 이상 보유 시 최대 30%까지만 공제해준다. 비싼 집일수록 세부담이 커진다. 정부는 올해도 표준단독주택 공시가격 변동률을 대부분 인상했다. 공시가격은 개별 단독주택 가격과 각종 세금·부담금을 산정하는 기준이 된다.
 
서울 6.82%, 광주 5.85%, 대구 5.74%, 세종 4.65%, 경기 4.54%, 인천 4.41%, 부산 4.26%, 대전 4.2%, 전남 4.05%, 강원 2.75% 등으로 올랐다. 올해 전체 표준단독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실거래 가격 반영률)은 53.6%, 전체 토지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6.33% 올랐다.
 
최대 관심사인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4월말 발표 예정이다. 정부는 공동주택 현실화율을 9억∼15억원은 70%, 15억∼30억원 75%, 30억원 이상은 80% 수준으로 올릴 계획이다.
 
정부는 현실화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내년에 공시가격 산정방식의 변경을 구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고가 주택일수록 재산세·종합부동산세 같은 보유세 부담이 크게 늘어난다. 상속세·증여세도 인상한다. 취득세율도 집값에 따라 상승·세분화됐다. 6억원 초과~9억원 이하는 모두 2%였으나 올해부터는 7억원 1.67%, 7억5000만원 2%, 8억원 2.33%, 9억원 2.99%로 나뉜다. 3주택 이상 보유자가 집을 추가 매입하면 4%를 적용한다.
 
갭투자(전세를 떠안고 매입한 뒤 시세차익을 얻는 방법)에도 일부 제동을 걸었다. 전세자금을 대출 받은 후 9억원 넘는 집을 사거나 2주택 이상 보유하면 대출금을 회수한다. 또한 9억원 초과 주택 보유자는 주택금융공사·주택도시보증공사(HUG)·서울보증보험(SGI) 등 공공·민간전세대출보증을 이용할 수 없게 됐다. 시장교란을 규제하기 위해 실거래 신고기한을 30일로 단축했다. 계약을 무효·취소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를 어기면 과태료, 청약 금지, 재당첨 제한 등을 적용한다.
 
3월부턴 자금조달계획서 제출 대상이 확대된다.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3억원 이상, 비규제지역 6억원 이상 되는 집을 구매할 때 적용한다. 투기과열지구의 9억원 초과 주택을 실거래 신고할 땐 소득금액증명원·예금잔고·전세계약서 등도 내야 한다. 4월 29일부터 민간택지분양가상한제를 시행한다. 적용 지역은 서울에선 13개 구(강남·강동·광진·동작·마포·서대문·성동·서초·송파·양천·용산·영등포·중구), 5개구(강서·노원·동대문·성북·은평)의 37개 동, 경기도에선 과천·광명·하남의 13개 동(광명·소하·철산·하안·창우·신장·덕풍·풍산·별양·부림·원문·주암·중앙)이다.
 
비과세였던 연 2000만원 이하 주택임대소득도 5월부턴 신고해야 한다. 과세 대상은 부부합산 2주택자 이상부터다. 2주택자는 월세에, 3주택자(전용 40㎡·시가 2억원 이하는 제외)는 월세와 보증금에 각각 과세한다. 1주택자라도 시가 9억원을 넘는 주택이나 해외 주택의 임대소득이 있으면 과세 대상이다. 이밖에 ▶한국감정원 청약Home으로 주택청약 시스템 변경 ▶단독주택·소형빌딩의 상속세·증여세 인상 ▶6월까지 조정대상지역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면제 등이 시행될 예정이다.
 
 
- 박정식 기자 park.jeongsi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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