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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천지 있나, 인사불이익 없으니 말해달라" 속타는 기업들

중앙일보 2020.02.28 15:30
신천지 포교활동의 피해자로 구성된 전국신천지피해연대 소속 회원이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신천지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뉴스1

신천지 포교활동의 피해자로 구성된 전국신천지피해연대 소속 회원이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신천지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뉴스1

 
“대구나 경북 지역을 다녀왔거나, ‘특정종교’ 행사에 참여하신 분은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인사상의 불이익은 없습니다.”
 
경기도의 A기업은 최근 이같은 사내방송을 수시로 내보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사내 불안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코로나19 감염 전파의 주요 통로가 된 ‘신천지’를 특정종교라고 에둘러 표현하면서 ‘인사상의 불이익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 회사의 직원 박모(36)씨는 “아직 신천지 신자라고 나서거나 회사내 감염 사례는 없다고 들었다. 그래도 회사 차원의 노력은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우리 회사 내부에도 혹시…' 

재택근무가 확산하는 가운데 어쩔 수 없이 사내 근무를 해야 하는 직장인들 사이에서 코로나19 공포가 커지고 있다. 특히 가장 많은 감염자와 전파자가 나온 신천지에 대해 ‘혹시 우리 회사에도 신천지 신자가 있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크다. A기업처럼 조심스레 현황파악을 하는 곳도 있지만, 대부분 기업은 개인 종교를 파악할 근거와 명분이 없어 속을 태우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26일 대구시교육청 구내식당에서 직원들이 상호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한 방향으로 앉아서 식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26일 대구시교육청 구내식당에서 직원들이 상호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한 방향으로 앉아서 식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의도의 한 기업에 다니는 김모(33)씨는 “신천지 교인들끼리 ‘신천지인 걸 숨기자’는 단톡방도 있다고 들었다”면서 “동료들 사이에서 ‘우리 회사에도 분명히 숨어있는 신천지 신자가 있을 것’이란 이야기를 자주 한다”고 말했다. 생산직 근로자인 박모(45)씨는 “사무직들이야 재택근무라도 하지만, 우리는 안나가면 공장이 서기 때문에 방법이 없다”면서 “빽빽한 생산라인 중에 누군가 신천지 신자가 있다고 생각하면 출근길 발걸음이 무거워진다”고 말했다.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다?  

신천지 신도들의 거짓 진술 정황이 드러나고 제출한 신도 명단에서 교육생을 누락하는 등 정부조차 현황 파악에 애를 먹고 있다. 청송교도소 교도관이나 경기도 용인시 확진자, 대구가톨릭병원 간호사 등 모두 양성 판정을 받거나 GPS로 동선을 파악한 이후에나 신천지 신자라는 점을 밝혔다. 대구 서구보건소 코로나19 감염 예방 업무 총괄 직원은 뒤늦게 신천지 교인임을 밝히고 확진되면서 50여명이 즉시 자가격리에 들어가기도 했다. 감염병 관리를 위한 인원 한 명이 아쉬운 상황에서 엄천난 손실을 보게 된 셈이다.  
 
24일 울산시 북구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명촌정문. 뉴스1

24일 울산시 북구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명촌정문. 뉴스1

 
현대차도 울산2공장 도장공장 근무자가 28일 코로나10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공장 가동이 중단됐는데, 해당 근무자는 신천지 신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관계자는 “해당 근로자가 신천지 신자인 것에 대해서는 뉴스를 접해서 들었지만, 회사로선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의심증상이 있거나 주변에 증상자가 있다면 회사에 알리고 자가격리를 권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확진자가 나온 B사에서도 해당 직원이 신천지라는 소문만 무성하다. 이 회사 관계자는 "해당 직원의 지인이 신천지라는 사실이 확인됐는데, 이를 근거로 해당 직원 역시 신천지라는 이야기가 사내에 돌고 있을 뿐 확인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  
 

정부도 다 모르는데…답답한 기업들  

다른 회사도 실정은 마찬가지다. 대기업의 한 인사담당자는 “블라인드 채용이 보편화하면서 직원들의 종교 같은 개인정보는 회사가 갖고 있지 않다”면서 “종교를 묻는다 해도 신천지 신자가 무응답을 한다면 밝힐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회사의 인사 담당자는 “신천지 신자이고 대구를 방문한 적이 있다면 스스로 자가격리를 하는 방향으로 안내는 하고 있다”면서 "가능한 인원에 대해선 최대한 재택근무로 돌리면서 정부의 현황 파악과 조치가 빠르게 이뤄지길 바라는 수밖에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장주영 기자 jang.joo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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