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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민 집 문에 '빨간딱지' 붙여 봉쇄…"中, 한국인 차별 심각"

중앙일보 2020.02.28 15:18
중국에 거주하는 한국인에 대한 차별과 격리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자가 격리 중인 한국 교민의 자택 문을 봉쇄하거나 대학 기숙사에 들어오지 못 하게 하는 식이다. 중국 내 한국 교민들은 물리적인 격리나 봉쇄뿐 아니라 중국인들의 차별적인 시선으로 인해 어려움이 크다고 입을 모은다.
‘코로나19’ 국내 확진자 일별 신규 발생 현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코로나19’ 국내 확진자 일별 신규 발생 현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한국인 유학생에 "학교 기숙사 못 들어온다"

중국 난징의 한 대학교 대학원에 재학 중인 한국인 유학생 배모씨는 26일 학교 측으로부터 일방적으로 기숙사 입실 불가 통보를 받았다. 당초 기숙사에서 지내던 배씨는 지난 3일 중국 내에서 우한을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 19) 감염증이 유행하자 기숙사를 나와 인근 호텔에서 숙식했다. 학교와는 2월 말에 다시 기숙사에 입실하기로 협의를 한 후였다.
 
그러나 배씨가 다시 기숙사에 들어가겠다고 통보하자 학교는 갑자기 말을 바꿨다. 코로나19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학교 자체 결정이 아닌 장쑤성 교육부의 지침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성 차원에서 기숙사 입실을 막고 있는 셈이다. 최근 한국인이 아닌 다른 나라 유학생 2명은 해당 기숙사에 새로 입실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칭다오의 위치한 한국 교민의 집. [독자 제공]

중국 칭다오의 위치한 한국 교민의 집. [독자 제공]

배씨는 “한국 대학교에서는 중국인 유학생에게 기숙사 1인실에서 격리 생활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그런데 중국에서는 오히려 ‘바이러스를 옮기면 누가 책임지느냐’고 기숙사 입실을 막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기숙사에 들어가지 못해 차로 2시간 거리 떨어진 중국인 지인 집에서 머물기로 했다.
 

한국인 집 앞에 빨간 딱지 붙어

한국에 갔다가 온 교민들을 호텔에 강제 격리하거나 자가 격리 중인 자택 문에 빨간색 딱지를 붙여 봉쇄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산둥성 칭다오시의 한 교민은 14일간 자가 격리되면서 자택이 봉쇄되기도 했다. 이 같은 경고 딱지는 한국에서 돌아온 자가격리 대상자뿐 아니라 중국에서 계속 거주 중인 한국인 집에도 붙는다고 한다.
양재경 중국 충칭 한인회장 자택 문이 빨간 딱지로 봉인됐다. [독자 제공]

양재경 중국 충칭 한인회장 자택 문이 빨간 딱지로 봉인됐다. [독자 제공]

난징 거주 교민들이 만든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도 중국 당국으로부터 격리를 당했다거나 중국인으로 인해 피해를 봤다는 이야기가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다. 한 교민은 “인근 중국 주민들이 한국인이 사는 집 앞 사진을 찍어 ‘위챗(중국판 카카오톡)’에서 공유하기까지 했다”며 “개인정보 유출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고 했다.
 

교민 "중국 내 한국인 공포 퍼지는 중"

장쑤성의 한 교민은 “한국인이 많이 사는 아파트는 입구에서 중국 주민들이 지키고 서 있어 한국인은 진입 자체가 불가능한 지경이다”며 “특수 상황에서 중국 당국의 묵인 아래 중국인에 의한 한국 차별이 이뤄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악의적인 헛소문이 중국 내에서 계속 제기되면서 공포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산시성에 거주하는 한국인 이모(29)씨는 “집 밖에 나가면 무슨 소리를 들을지 알 수 없어 불가피한 일이 아니면 아예 나가지 않고 있다”며 “중국의 경계심이 상당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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