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中유학생 “우한에 계신 부모님도 한국 걱정…배달음식 먹어요”

중앙일보 2020.02.28 11:00
인하대 관계자들이 26일 오전 인천시 미추홀구 인하대학교 인근에서 자율격리중인 중국인 유학생의 숙소를 방문해 개인위생용품을 전달하고 있다.[뉴스1]

인하대 관계자들이 26일 오전 인천시 미추홀구 인하대학교 인근에서 자율격리중인 중국인 유학생의 숙소를 방문해 개인위생용품을 전달하고 있다.[뉴스1]

27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 앞 거리는 한산했다. 경희대는 국내에서 중국인 유학생이 가장 많은 대학이라 평소 쉽게 중국인을 찾아볼 수 있지만 이날 거리에서 중국 학생을 만나기는 쉽지 않았다. 중국 식품점을 운영하는 A씨는 “주로 유학생들이 손님인데 요즘엔 발길이 거의 끊겼다”고 말했다.
 

학교 밖 中유학생 ‘관리 사각지대’

인근의 한 카페 점원도 “그저께부터 짐 가방을 끌고 역에 내리는 중국인들이 꽤 많았는데 가게에 찾아오는 사람은 거의 없다”며 “모여서 얘기하던 중국 학생들에게 핀잔을 주던 사람도 있었다. 유학생들이 많이 위축된 것 같다”고 말했다.
 

중국 유학생들 “스스로 '집에만 있자'는 분위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급속히 확산하는 가운데 이번 주부터 중국인 유학생의 입국이 본격화하고 있다. 대학들은 유학생을 수용하기 위한 기숙사 격리 공간을 마련했지만, 실제 대부분 학생은 기숙사보다 학교 근처 원룸이나 오피스텔 등에서 거주한다. 대학가에서는 학교 밖에 거주하는 중국 유학생들이 관리의 사각지대에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27일 오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국내에서 가장 중국인 유학생이 많은 경희대 인근 거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남궁민 기자

27일 오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국내에서 가장 중국인 유학생이 많은 경희대 인근 거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남궁민 기자

 
유학생들은 이런 우려를 이해한다는 반응이다. 경희대 인근 카페에서 만난 중국 유학생 포사양(22)씨는 “전염성이 정말 강한 병이라 한국 사람들의 걱정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코로나 진원지인 중국 우한(武漢)시 출신인 포씨는 석 달 전에 한국에 들어왔다. 그는 “우한에 계신 부모님께 매일 안부를 물었는데, 최근엔 오히려 부모님이 한국 걱정을 한다”며 “식당에 가지 말고 배달시키거나 사서 먹으라고 하신다”고 말했다.
 
스스로 조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중국인 유학생 최강(24·한국외대)씨는 “한국 상황도 위험하니까 유학생들도 자발적으로 집에만 있고 음식은 배달을 시키거나 다른 친구가 가져다주는 경우가 많다”며 “한국은 검진 속도도 빠르고 방역 능력도 믿을만하다는 반응도 많다”고 전했다.
 

中유학생 기숙사 격리는 10% 미만…대부분 학교밖 거주 

27일 경북 경산시 영남대학교 생활관 앞에서 중국인 유학생들이 생활관 입소에 앞서 발열 체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27일 경북 경산시 영남대학교 생활관 앞에서 중국인 유학생들이 생활관 입소에 앞서 발열 체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부분 대학은 희망하는 유학생을 기숙사에 자율격리하고 도시락을 주며 관리한다. 하지만 서울 주요 대학에서 기숙사 자율격리하는 유학생은 10% 미만 수준으로 파악된다. 연세대는 28일부터 기숙사 입사가 시작되지만 격리동에 들어가기로 한 학생은 35명에 불과하다. 
 
연세대 관계자는 “학교에 오지 않는 학생들은 파악이 어렵다. 건강관리를 잘하고 모이지 말라고 안내하지만, 따로 관리는 어렵다”고 말했다. 
 
서강대도 입국 예정인 유학생 800여명 중 이번 주에 먼저 들어와 자율격리하기로 한 학생은 35명에 그쳤다. 이 대학 관계자는 “근로 장학생 등을 동원해서 2주간 전화 모니터링을 하려 하지만 물리적인 통제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학교 밖 유학생 관리를 위한 별도 대책을 마련한 대학들도 있다. 인하대는 자취방이 모여있는 학교 후문 인근 거리 방역을 시작했다. 중국인 유학생이 생활하는 원룸과 식당, 편의점 등 방역을 원하는 곳에 찾아가 시설을 소독한다. 
 
인하대 관계자는 “기숙사 수용을 원하지 않는 학생을 강제 입소시키면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자율적으로 생활하게 하되 수시로 방역에 신경 쓰기로 했다”고 밝혔다.
인하대 직원들이 방역복을 착용하고 학생 자취방이 밀집한 후문 인근 거리를 소독하고 있다. [사진 인하대]

인하대 직원들이 방역복을 착용하고 학생 자취방이 밀집한 후문 인근 거리를 소독하고 있다. [사진 인하대]

 
한국외대는 코로나 신속 대응센터를 설치해 10명이 상주하면서 학교 밖 유학생들에게 매일 전화를 걸어 건강 상태를 체크한다. 한명이 학생 60~70명에게 매일 전화를 돌리는 셈이다.
 
하지만 대학에서는 학교 차원의 관리가 불가능하고 학생들의 협조를 기대할 수밖에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서울의 한 대학 관계자는 “학교는 전화를 돌리는 것 외에 방법이 없다. 정부가 중국인 입국을 막지 않은 상태라 학생 스스로 조심해주기를 믿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개강을 추가로 연기하지 말고 과제물이나 원격수업 등을 활용해 학사 일정을 진행하게 해달라는 의견을 교육부에 제출하기로 했다.
 
남윤서·남궁민 기자, 김지혜 리서처 nam.yoonseo1@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