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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라면 누구나 매일 흘리는 눈물 0.8g의 의미

중앙일보 2020.02.28 09:00

[더,오래] 백만기의 은퇴생활백서(54)

옛사람들의 글을 보면 당시 남녀의 애틋한 이야기가 오늘날에도 여전히 우리의 마음을 울린다. 시대는 변해도 삶의 본질은 조금도 변하지 않은 것이다. 18세기 조선에 살았던 심노숭은 효종 때 영의정을 지낸 심지원의 7대손이다. 그가 쓴 『눈물이란 무엇인가』란 문집이 있다. 동갑인 아내를 31세에 사별하고 아내를 그리며 쓴 글이다.
 
조선조에는 아내를 여의고 너무 슬퍼하면 사람들이 비웃는 까닭에 아내를 잃고도 풍속이 두려워 그 슬픔을 숨겼다고 한다. 그러나 심노숭은 무려 23편의 문을 남겨 아내를 애도했다. 어떤 때는 울고 싶어도 눈물이 안 나오다, 어느 순간에는 울컥 눈물이 쏟아지곤 했다. 도대체 눈물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하다가 그 경험을 토대로 글을 썼다.
 
“눈물이란 무엇인가? 눈물은 눈에 있는 것인가 아니면 마음에 있는 것인가. 눈에 있다고 하면 마치 물이 웅덩이에 고여 있는 것과 같은가, 마음에 있다면 마치 피가 맥을 타고 다니는 것과 같은가.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법인데 왜 눈물만은 그렇지 않은가. 마음은 아래에 있고 눈은 위에 있는데 어찌 물인데도 아래로부터 위로 가는 이치가 있단 말인가.”
 
심노숭은 아내가 그리워 눈물이 날 때면 아내의 응함도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잠자고 밥 먹을 때 아내가 생각나 눈물을 흘리기도 했고, 업무를 볼 때나 술을 즐기다가도 아내를 떠올리고 그리움에 눈물을 흘렸다. 바로 그 순간 아내는 자기 곁에 있는 것이라고 느꼈다.
 
눈물은 미생물을 방어해 몸을 보호해 줄 뿐 아니라 우리의 감정을 반영하고 정화해 주는 좋은 기능도 있다. 실컷 울고 나면 마음이 안정된다. 그래서 눈물은 신이 인간에게 주신 선물이라고 한다. [사진 pixabay]

눈물은 미생물을 방어해 몸을 보호해 줄 뿐 아니라 우리의 감정을 반영하고 정화해 주는 좋은 기능도 있다. 실컷 울고 나면 마음이 안정된다. 그래서 눈물은 신이 인간에게 주신 선물이라고 한다. [사진 pixabay]

 
와병 중인 아내를 위하여 함께 은거하자는 내용의 ‘해은가’를 지은 적이 있다. 아내에게 그 뜻을 들려주었더니 아내가 다음과 같이 답했다. “당신의 뜻이 너무 고맙군요. 다만 함께 은거하는 데도 법도가 있으니 달관귀인이 되어 부부가 함께 안빈낙도하던 일을 잊는다면 달관귀인을 지속하기 어렵고, 부부가 안빈낙도하면서 달관귀인 되기를 사모하면 안빈낙도조차 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는 아내의 말을 듣고 감탄했다. “당신은 왕안석의 아내보다 뛰어나건만 내게는 왕안석만 한 뜻이 없으니 그게 걱정이요” 하며 웃었다.
 
그가 고향 파주에 조그만 집을 새로 지었다. 아내가 기뻐하며 말하기를 “이제 당신 뜻을 이룬 건가요?”라 하였다. 정원을 꾸미고 꽃과 나무를 심으려고 했는데 일이 끝나기도 전에 아내가 병들고 말았다. 공사가 거의 끝날 무렵 아내는 병이 위독해 거의 죽게 되었다. 아내는 그에게 “파주 집 곁에 저를 묻어 주세요”라며 눈물을 흘렸다. 집이 파주로 이사 오던 날 아내는 관에 실린 채로 왔다. 그는 아내의 무덤 자리를 집에서 백보도 되지 않는 곳에 정했다. 그리고 수시로 묘지를 찾았다.
 
“우리 딸아이가 아들을 낳아 총각 머리할 정도가 되었다오. 그 어미가 우리 집안의 옛일을 얘기해주고 손주는 곁에서 웃고 즐거워하니 슬픈 중에도 기쁠 만하고 살아 있다는 게 문득 죽은 것보다 좋기도 하다오. 이제 임지로 떠나면 오래도록 당신 무덤 비워 두겠기에 회포를 금치 못하겠구려. 간단히 고하는 바이니 살펴주시오.”
 
나이 55세에 다른 지역의 원으로 부임하면서 아내의 무덤을 찾아 쓴 글이다. 아내에 대한 그리움은 아내 사후 24년이 지나서도 변함이 없다. 다만 흘러간 세월 속에 아내의 죽음에 대한 슬픔은 이제 어느 정도 누그러지고 외손자를 끌어안으며 가족에 대한 정을 애틋하게 그린다.옛사람들은 배우자의 얼굴을 보지 않고도 혼인해서 잘 살았는데 요즘 사람들은 이것저것 따지고 꼼꼼히 잰 후에 결혼했어도 헤어지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신혼여행을 다녀온 후 곧바로 이혼하는 커플도 있다. 더구나 남은 생이 얼마 남지 않은 노부부가 황혼이혼을 결행하여 주위를 놀라게 한다. 
 
 
그가 물었던 눈물이란 과연 무엇인가. 눈물을 과학적으로 접근하면 하루에 평균 0.5~0.8g 정도 흘리는데 98%가 물이고 나머지는 단백질, 전해질 등으로 구성된 약알칼리성 용액이다. 눈물은 항균작용이 있어 눈에 이물질이 있거나 염증이 있으면 더 많은 눈물을 흘리게 된다.
 
또한 혈액공급이 안 되는 안구 각막에 산소와 영양소를 전달하는 아주 중요한 물질이다. 눈물이 부족하면 안구가 건조해지면서 여러 가지 병이 생길 수 있다. 눈물이 부족하여 인공눈물을 넣으면서 지내는 사람도 있다. 이런 사람은 눈물의 소중함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눈물은 미생물을 방어해 몸을 보호해 줄 뿐 아니라 우리의 감정을 반영하고 정화해 주는 좋은 기능도 있다. 실컷 울고 나면 마음이 안정된 기억이 누구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눈물은 신이 인간에게 주신 선물이라고 한다. 남자는 어릴 적부터 울면 안 된다고 가르침을 받았는데, 감정이 복받칠 때는 억지로 참지 말고 눈물을 흘리는 것도 괜찮다.
 
아름다운 인생학교 교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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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기 백만기 아름다운인생학교 교장 필진

[백만기의 은퇴생활백서] 누구나 한번은 겪게 되는 죽음. 죽어가는 사람의 소원은 무엇일까. 의외로 돈 많이 벌거나 높은 지위 오르거나 하는 세속적인 것이 아니다. 생을 살며 ‘조금만 더’ 하며 미뤘던 작은 것을 이루는 것이라고. 은퇴 후 인생 2막에서 여가, 봉사 등 의미 있는 삶을 산 사람이 죽음도 편하다고 한다. 노후준비엔 죽음에 대비하는 과정도 포함해야 하는 이유다. 은퇴전문가가 죽음에 열린 마음으로 다가가는 방법과 알찬 은퇴 삶을 사는 노하우를 알려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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