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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빼려고 춤 배운다고? 스트레스 받다 때려칠 수도

중앙일보 2020.02.28 07:00

[더,오래] 강신영의 쉘 위 댄스(23)

 
춤을 배우고 싶다는 사람들이 많다. 춤을 배우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되느냐고 묻는다. 그러면 춤을 왜 배우려고 하느냐고 되물어야 한다. 그래야 제대로 상담해 줄 수 있다. 답변은 여러 가지다. 건강을 위해서, 재미있을 것 같아서, 몸 안의 뭔가가 꿈틀거려서, 삶의 활력을 얻고 싶어서, 부부가 같이하는 새로운 취미를 위해서, 선수로 대회에 나가 보고 싶어서, 크루즈 여행 때 제대로 즐겨 보고 싶어서, 댄스파티에 참석하고 싶어서, 훗날 댄스 강사가 되기 위해서, 다이어트를 위해서, 뱃살을 빼기 위해서, 봉사의 기회를 갖고 싶어서, 여자를 꼬시고 싶어서 등이다.
 
뭔가를 배우려면 그만한 시간과 비용, 노력이 필요하다. 갈 길을 처음부터 제대로 잡으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갈 길을 잘 못 잡으면 시간, 비용을 날리고 고생만 하다가 그만두게 된다. 첫발을 어디서 떼느냐가 성공과 실패를 좌우한다.

 
춤을 배우는 목적에 따라 맞는 학원과 강사를 소개해야 한다. 전국 각지에 댄스를 가르치는 학원은 많다. 그러나 목적에 맞는 학원이 아니면 실패하기 쉽다. 빨리 포기하면서 댄스에 대한 의지가 꺾이거나 오히려 댄스에 대해 나쁜 감정을 갖게 될 수도 있다. 지리적으로 가까워야 하고 강사의 나이, 실력, 철학 등도 맞으면 좋다.
 
전국 각지에 댄스를 가르치는 학원은 많지만 목적에 맞는 학원이 아니면 실패하기 쉽다. 빨리 포기하면서 댄스에 대한 의지가 꺽이거나 오히려 댄스에 대해 나쁜 감정을 갖게 될 수도 있다. [사진 Pixabay]

전국 각지에 댄스를 가르치는 학원은 많지만 목적에 맞는 학원이 아니면 실패하기 쉽다. 빨리 포기하면서 댄스에 대한 의지가 꺽이거나 오히려 댄스에 대해 나쁜 감정을 갖게 될 수도 있다. [사진 Pixabay]

 
한번은 유명 가수가 작곡가로부터 신곡을 받았다고 했다. 리사이틀 때 전주 부분에서 춤을 선보이다가 노래를 시작하면 좋겠다며 강사를 소개해 달라고 했다. 신곡은 탱고 풍이었다. 전주 부분이라면 8마디 정도를 커버 할 수 있는 탱고 춤사위가 필요했다. 강사와 개인 레슨으로 연결해줬다. 그런데 리사이틀 날짜가 임박했는데도 스텝 한 발자국도 제대로 못 떼고 있었다. 강사가 정통파라서 자세부터 엄격하게 가르치다 보니 너무 경직되어 있었다. 결국 그 가수는 그 강사에게 탱고 배우기를 포기하고 다른 학원으로 가서 급하게 배워 전주 부분을 소화했다. 정통 탱고의 휘겨가 아닌 탱고의 독특한 부분만 잘 살린 춤사위였다. 첫 번째 강사는 너무 정통 탱고에 치중하다가 고객을 놓친 것이다. 가수 리사이틀에 올 관객 수준에 맞는 탱고의 맛만 보여주면 되는데, 그걸 간파하지 못한 것이다.
 
잘못 알고 있는 것들도 많다. 장애인과 함께 춤을 추며 봉사하고 싶어 춤을 배우겠다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장애인 댄스는 수요보다 공급이 많다. 춤을 추는 장애인보다 같이 추려는 비장애인이 더 많다는 얘기다. 또, 장애인 댄스는 엘리트 체육이라 각 지자체 경기단체에서는 경기 출전과 수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므로 어지간한 실력으로는 장애인 파트너가 될 수 없다. 장애인이 비장애인 파트너를 고르는 것이다. 성적에 따라 지방자치 예산이 좌우되므로 연맹에서도 잘하는 사람을 내보낸다.
 
댄스를 하면 살이 빠진다는 소문을 듣고 살을 빼고 싶어 댄스를 배우려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동호인 댄스는 기껏해야 일주일에 90분씩 한두 번이 고작이다. 헬스클럽처럼 매일 춤을 출 것이 아니라면 살이 빠진다는 기대는 하지 말아야 한다. 일주일 내내 춤을 배우러 다니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헬스클럽처럼 단순 반복 운동이 아니라 매시간 다른 종목의 춤과 다른 루틴을 가르치기 때문에 배우는 일도 쉽지 않다.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선수로 경기대회에 출전할 목표를 갖고 있다면 프로 선수 경력이나 프로 선수가 있는 학원으로 처음부터 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동호인 수준에서 대충 배운 나쁜 습관을 고치기 어렵거나 고치기 위해서 더 많은 고생을 하게 된다. 오래 배웠는데도 경기 대회 특성을 못 배운다면 경기 대회 출전의 길을 못 찾는 경우도 있다. 경기에 나가더라도 좋은 성적을 거두기 어렵다.
 
크루즈 여행을 위한 춤 정도라면 굳이 정규 과정에서 시간을 낭비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크루즈 여행 대비 단체 댄스 강습반이 있는 학원을 찾아가거나, 개인 레슨으로 크루즈 여행 댄스를 배우면 된다. 종목별로 초급 수준이면 충분하다. 댄스스포츠가 춤의 모든 것은 아니므로 댄스스포츠 10종목 외에 살사, 메렝게, 바차타 등도 추가하면 좋다.
 
댄스파티에 가고 싶어서 배운다면 댄스스포츠 10종목을 다 배울 필요는 없다. 댄스파티에서 자주 추는 춤은 라틴댄스에서 자이브, 차차차, 룸바 등이고 스탠더드 댄스에서 왈츠, 탱고 정도다. 물론 다른 춤도 나오지만, 빈도가 낮기 때문에 그 음악이 나올 때는 잠시 쉬면 된다.
 
부부가 같이 하는 새로운 취미를 위해서 춤을 배우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목적이다. 일반적으로 남자가 춤을 익히기 어려운데다 남성이 리드하려면 여성보다 훨씬 어렵기 때문에 여성보다 먼저 배우는 방법을 추천한다. [사진 Pxhere]

부부가 같이 하는 새로운 취미를 위해서 춤을 배우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목적이다. 일반적으로 남자가 춤을 익히기 어려운데다 남성이 리드하려면 여성보다 훨씬 어렵기 때문에 여성보다 먼저 배우는 방법을 추천한다. [사진 Pxhere]

 
댄스 강사가 목적이라면 역시 댄스 강사 자격증과 관련 있는 학원으로 가야 한다. 댄스 강사가 되려면 자격증부터 취득해야 한다. 엉뚱한 곳에서 세월만 보내면 정보 부족으로 댄스 강사 코스에 들어갈 기회를 놓치고 만다. 댄스 강사 자격증도 여러 종류가 있어 미리 잘 알아보고 가야 한다.
 
여자를 꼬시고 싶어서 춤을 배우려 한다는 사람은 춤 배우는 것을 말리고 싶다. 그런 사람은 곧바로 눈에 띄기 때문에 초반에 축출당할 가능성이 높다. 분위기를 흐리는 사람이다. 초반에 벌써 티가 나는데 성추행 운운의 말이 나돈다. 그러면 기피 인물이 되고 결국 도태되고 만다. 그런 마음으로 시작했다가도 다 잊고 춤의 세계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기도 한다.
 
부부가 같이하는 새로운 취미를 위해서 춤을 배우고 싶다는 사람도 많다. 가장 바람직한 목적이다. 그러나 부부가 동시에 댄스에 도전하는 것은 생각처럼 만만치 않다. 잘못되면 부부싸움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두 사람의 댄스에 대한 열정, 기량 등이 비슷해야 한다. 물론 잘 되면 보기 좋다. 부부가 모임에서 댄스 시범도 보이고, 크루즈 여행에 가서도 밤마다 즐거운 댄스로 본전 이상 빼고 온다. 일반적으로 남자가 춤을 익히기 어려운 데다 남성이 리드하려면 여성보다 훨씬 어렵기 때문에 여성보다 먼저 배우는 방법이 추천할 만 하다.
 
댄스는 장거리 코스다. 하루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다. 한 종목 초급과정 배우는 데 보통 3개월 걸린다. 3개월씩 5종목을 배우고 나면 오래전에 배운 종목은 다 잊어버려 다시 배워야 한다. 라틴댄스에 치중할 것인지, 스탠더드 댄스에 치중할 것인지도 알아보고 정해야 한다. 나이도 고려해야 한다. 댄스파티에서 제대로 춤을 추려면 꽤 오랜 시간 수련해야 한다. 물론 파티에서 자기가 할 수 있는 종목의 춤만 추면 되지만, 아는 만큼밖에 못 즐긴다.
 
댄스 칼럼니스트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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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영 강신영 댄스 칼럼니스트 필진

[강신영의 쉘 위 댄스] 댄스 동호인으로 시작해 30년간 댄스계에 몸담았다. 댄스에 대한 편견 때문에 외면하고 사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댄스스포츠 세계는 문화, 역사, 건강, 사교,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 버젓이 자리를 잡고 있고 알수록 흥미롭다. 30년 댄스 인생에서 얻은 귀중한 지식과 경험을 독자와 함께 공유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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