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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 코로나검사 8시간 기다림, 결과통보까지 불안한 '37시간'

중앙일보 2020.02.28 05:00
지난 24일 출근과 함께 전화기를 들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으러 가겠다”고 회사에 보고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미열과 약간의 메스꺼움이 있는 정도였으나 그냥 지나치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서였습니다. 
27일 오전 대전시 서구 을지대병원에 마련된 선별진료소 앞에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려는 시민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신진호 기자

27일 오전 대전시 서구 을지대병원에 마련된 선별진료소 앞에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려는 시민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신진호 기자

 

1339는 1시간 넘게 불통, 보건소는 "검사 불가"
24시간 걸린다던 결과는 37시간 지나서 통보
잠도 제대로 못자고 뒤척이며 불안 속에 생활

검사를 받겠다고 결심한 건 전날 오후 4시쯤 걸려온 한 통의 전화 때문이었습니다. 같은 기자실에서 일하는 타사 후배 기자였는데 “열이 나고 기침을 해 선별진료소로 검사를 받으러 간다”고 했습니다. 순간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습니다. 그 전화를 받기 나흘 전 대구에 다녀왔기 때문입니다.
 
지난 19일 오전 “대구에 코로나 취재 지원을 가라”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31번 확진자(61·여)가 나온 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갈 때였습니다. 바로 대구로 가서 신천지 대구교회와 그 인근, 약국과 마트 등을 취재하고 저녁 늦게 대전으로 복귀했습니다.
 
다음날 평소처럼 출근했습니다. 대구에 다녀온 게 무슨 죄도 아닌데 자연스레 마스크를 집어 들었습니다. 동료들에게 조금이라도 폐를 끼치면 안 된다는 생각에서였습니다.
 
그렇게 마스크를 쓰고 평소처럼 일하며 22일까지 보냈습니다. 그러다 일요일(23일) 오후 그 후배의 전화 한 통으로 제 기억은 19일로 되돌아갔습니다. ‘대구 출장 때 코로나19에 감염됐을지도 모르겠다’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1339와 보건소 등에 전화를 걸었지만 1시간 넘게 연결이 되지 않았다. 사진은 통화내역.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1339와 보건소 등에 전화를 걸었지만 1시간 넘게 연결이 되지 않았다. 사진은 통화내역.

 
 24일 회사에 보고를 마친 뒤 1339(질병관리본부 콜센터)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오전 11시30분쯤이었습니다. 1시간 넘게 전화기를 붙들고 있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습니다. 대전 서구보건소에도 전화를 걸었습니다. 역시 통화 중이었습니다.
 
어렵게 서구보건소와 전화 연결이 됐습니다. “여기 와도 검사를 못 받는다. 다른 보건소로 가도 마찬가지다”라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다시 전화를 건 1339는 여전히 불통이었습니다. 답답함을 넘어 불안했습니다.
 
가까운 대학병원 선별진료소로 무작정 갔습니다. 걸어서 10분 정도 걸려 도착한 선별진료소는 이미 만원이었습니다. 오후 1시쯤이었습니다. “5~6시간 정도 기다려야 한다”는 안내에 문진표와 연락처를 건넨 뒤 “전화를 달라”는 당부를 남기고 돌아왔습니다.
 
오후 6시. 아무리 기다려도 연락이 오지 않아 전화를 걸었습니다. “아직 더 기다려야 한다”고 했습니다. 약간 화가 났습니다. 한 시간 뒤인 오후 7시쯤 “오는 데 얼마나 걸리냐”는 선별진료소의 전화를 받고 그대로 달려갔습니다.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선별진료소에는 여전히 많은 사람이 검사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기다려 오후 8시쯤 검사를 받았습니다. 맨 처음 1339에 전화한 지 8시간30분 만에 받았습니다. 검사엔 5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자가 격리를 해야 하고 수칙을 지켜달라”는 지침을 받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렇게 다시 기다림이 시작됐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자가 격리할 때 모습. 신진호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자가 격리할 때 모습. 신진호 기자

 
집으로 돌아와 자가격리에 들어갔습니다. 방이 3개고 욕실이 2개인 게 다행이었습니다. 가족과도 생이별이었습니다. 별 증상이 없는데도 막상 검사를 받고 보니 가슴이 쿵쾅거렸습니다. 밤새 뒤척였습니다.
 
그렇게 밤이 지나고 25일 아침이 됐습니다.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잠이 깼습니다. 전화기부터 확인했습니다. 아무런 연락도 없었습니다. 오후 5시가 넘어도 전화기 벨은 울리지 않았습니다. 답답한 마음에 선별진료소에 전화하니 “아직 결과가 안 나왔다. 최소 24시간이 걸린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24시간을 넘긴 오후 9시 30분. 이번에는 선별진료소에서 전화도 받지 않았습니다. 의료진이 퇴근했던 모양입니다. 1339에 전화했습니다. 상담원이 “기다리면 결과를 통보해줄 것”이라고 설명해줬습니다. 전날 밤처럼 뒤척이다 새벽 1시 넘어서야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검사 사흘째인 26일 오전 9시쯤 전화벨이 울렸습니다. ‘042-611-XXXX’. 선별진료소 같았습니다. 순간 긴장했습니다. “코로나 검사 결과 나왔습니다. 음성입니다”. 1~2분 정도 멍하니 움직이지 못했습니다. 검사부터 37시간만이었습니다.
지난 24일 오전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1339와 대전서구보건소에 전화를 걸었지만 검사를 받지 못했다. 결국 8시간30분 만에 을지대병원 선별진료소에서 검사를 받았다. 신진호 기자

지난 24일 오전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1339와 대전서구보건소에 전화를 걸었지만 검사를 받지 못했다. 결국 8시간30분 만에 을지대병원 선별진료소에서 검사를 받았다. 신진호 기자

 
회사에 보고하고 노트북을 챙겨 다시 일터로 나왔습니다. 가방에는 마스크 2개와 손 소독제가 담겨 있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한 시간마다 한 번씩 열을 재고 손을 씻습니다. 출근부터 퇴근 때까지 밥을 먹을 때를 빼고는 마스크를 벗지 않습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무섭습니다. 27일 오후 4시 기준 확진자가 1766명이나 됩니다. 사망자도 계속 늘고 있습니다.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확진자와 사망자가 더 나오지 않기를 바라며 일하고 있습니다. 모두 제 이웃이고 친구고 가족이기 때문입니다.
 
대전=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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