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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마스크는 언제 살 수 있나” 시민들 이틀째 허탕

중앙일보 2020.02.28 00:05 종합 6면 지면보기
정부는 이르면 27일부터 공적 판매처를 통해 마스크 500만 장을 시중보다 저렴하게 공급하겠다고 전날 밝혔다. 사흘 전 비축해 둔 마스크가 동이 난 기자도 27일 구매에 나섰다.
 

농협하나로 “제조업체와 협의 중”
새벽 4시 마트 갔더니 번호표 88번
“줄 서 있다 감염될까 걱정되더라”

정부, 오늘부터 120만장 약국 판매
대구·경북에 23만장 우선 공급

먼저 농협중앙회의 인터넷쇼핑몰 ‘농협몰’을 찾았다. 회원 가입을 하고 스마트폰으로 접속하자 3만6400여 명이 일회용 마스크를 사려고 대기 중이었다. 무려 10~11시간 이상 기다려야 한다는 안내문이 떴다. 주문에 성공해도 배송이 언제 될지 가늠하기 어려웠다. 차라리 발품을 팔기로 하고 정부 지정 공적 판매처인 하나로마트로 갔다. 서울 강서구의 한 건물 지하 1층에 자리한 하나로마트 매장 관계자는 “마스크 제조업체와 농협 하나로유통의 협의가 끝나지 않아 마스크가 아직 없다”며 “3월 초께나 공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원도 강릉시가 마스크를 긴급 보급한 27일 교1동 주민자치센터 앞에 시민 수백 명이 몰려 있다. [연합뉴스]

강원도 강릉시가 마스크를 긴급 보급한 27일 교1동 주민자치센터 앞에 시민 수백 명이 몰려 있다. [연합뉴스]

인근 우체국과 농협에도 갔으나 “이곳에선 판매하지 않는다”는 공고문만 맞닥뜨렸다. 결국 약국으로 향했다. 정부가 전국 약국에 약국당 매일 100개씩 마스크를 푼다고 발표한 터였다. 강서구 방화동의 한 약국 약사는 “오늘 아침에만 해도 대한약사회에서 안내 문자를 돌렸는데 3월 2일 이후 마스크 공급이 가능할 것같이 말하다 오후에는 협상이 결렬됐다는 말도 들리더라”고 전했다.
 
두 시간 동안 총 10개 약국을 샅샅이 뒤진 결과 열 번째 약국에서 가까스로 마스크를 발견했다. 정부가 이날 풀었다는 마스크가 아니라 기존 재고분이었다. 평균 0.4㎛ 크기의 미세먼지 입자를 94% 차단하는 KF94등급 마스크로, 가격은 4000원. 이 약국 약사는 “우리는 손님당 한 장씩만 판다는 원칙을 지켜 아직 네 장의 재고가 있는 것”이라며 “약사로서 권유할 말은 아니지만, 마스크에 소독제를 뿌리면서 사용하면 한 장을 3일간 사용해도 괜찮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대구 수성우체국에 마스크를 사기 위해 모인 시민들. [연합뉴스]

이날 오후 대구 수성우체국에 마스크를 사기 위해 모인 시민들. [연합뉴스]

오전 상황은 더했다. 코스트코 멤버십 회원인 40대 주부 A씨는 27일 새벽 4시30분에 코스트코 양재점 앞에 줄을 섰다. 88번 번호표를 받은 그는 다섯 시간 뒤 1만2900원을 내고 KF80 방역 마스크 24개가 든 박스 한 개를 손에 쥐었다. 한 고객은 “줄 서 있다가 코로나19에 감염되는 건 아닌지 걱정되더라”며 “도대체 마스크는 언제 살 수 있는 거냐”고 말했다. 경기도의 한 맘카페엔 “마스크 값이 올라 스트레스, 마스크 사려고 광클(※미친 듯이 클릭)하느라 스트레스다” “가족 수만큼 동네 주민센터에서 살 수 있게 해주면 좋겠다”는 등의 글이 올라 왔다.
 
상황이 악화되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긴급 브리핑에서 “마스크 수급 불안이 발생해 국민께 송구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25일 다음 날 마스크를 살 수 있을 것처럼 발표했다. 26일엔 “이르면 27일 오후부터”라고 번복했다. 하지만 27일에도 ‘마스크 대란’이 이어지자 우체국·농협·하나로마트 등의 쇼핑몰에선 “3월 초부터 구매할 수 있다”는 공지가 나오기도 했다. 이런 혼선은 정부와 마스크 생산·판매업자 간 마스크 가격에 대한 이견에다, 정부가 포장·배송 시간 등을 감안하지 않고 성급히 발표한 탓이 크다. 홍 부총리는 27일 “일각에선 (마스크 공급이) 다음주 월요일(3월 2일) 정도 돼야 한다고 하는데, 28일 금요일까지 모든 것을 정부 의도대로 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8일부터 우선 120만 장을 전국 약국을 통해 판매하며 이 중 23만 장은 대구·경북 지역에 우선 공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문희철·편광현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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