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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한국서 입국 제한 적기 아니다” 국무부선 경보 격상

중앙일보 2020.02.28 00:05 종합 8면 지면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회견 도중 참모와 대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여행 금지에 대해 ’지금은 때가 아니다“고 답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회견 도중 참모와 대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여행 금지에 대해 ’지금은 때가 아니다“고 답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관련해 당장은 한국에서의 입국을 제한하지는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럼에도 미 국무부는 트럼프 기자회견 발언 약 한시간을 넘긴 후 한국에 대한 여행경보를 2단계인 ‘강화된 주의’에서 3단계인 ‘여행 재고’로 상향했다. 앞서 22일 한국·일본에 대해 2단계 경보를 발령했다가 나흘 만에 한국에 대해서만 경보를 격상했다.
 

트럼프 회견 1시간 뒤 3단계 발령
한국발 입국 제한 땐 경제·외교 파장
한·미 “내달 예정 연합훈련 연기”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한국·이탈리아 등에서의 입국 제한을 질문받고 “아직 적절한 시기가 아니다”면서도 “적절한 때라면 그렇게 할 수도 있다”고 답했다. 곧장 입국 제한을 않겠지만 추이는 계속 지켜보겠다는 취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한국이 플루(코로나19 의미)로 심하게 타격을 받았지만 대처할 능력이 있다”고도 했다.
 
하지만 그간 ‘동맹 관계’보다 ‘아메리카 퍼스트’를 내세웠던 트럼프 대통령이 앞으로도 계속 한국의 대처 능력을 호평해 줄지는 미지수다. 코로나19에 대한 지지층의 불안감이 커지며 재선 가도에 악재가 된다고 판단할 경우 언제든지 입국 제한 조치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블룸버그통신은 백악관 관계자를 인용해 미 정부가 한국과 이탈리아에서 새로운 코로나19 발병에 따라 추가적인 여행 제한을 하거나 항공편을 취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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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미국의 입국 제한 조치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미국이 입국 제한에 나서면 지구촌에 연쇄반응을 야기할 수 있어서다. 미국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중국에서의 입국 금지를 발표한 이후 이에 동참하는 나라가 빠른 속도로 늘어났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미국이 동맹인데도 불구하고 한국발 입국 금지를 발표한다는 건 그만큼 한국 상황이 심각하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전 세계가 받아들일 수 있다”며 “한국이 지리적으로 ‘고립’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의 빗장 걸기는 경제적으로도 타격이다. 미 상무부 전미여행관광청(NTTO)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에서의 미국 입국자는 218만여 명(잠정)으로, 국가별 입국 숫자로 보면 한국이 7위국이다. 경제와 교류에서 미국과 크게 연계된 만큼 미국이 문을 좁히면 비즈니스는 물론 유학생 등 일반인에게도 혼란을 줄 수 있다.
 
중국에 대한 입국 금지 조치는 미 국무부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밤 중국으로 여행을 가지 말라는 여행경보 4단계를 발령한 다음 날 내려졌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중국에 대한 자체 여행경보를 최고 등급인 3단계(불필요한 여행 자제)로 격상한 지 일주일 뒤였다. 김동현 한림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미 행정부는 나름 동맹국을 외교적으로 고려할 수 있겠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결국 CDC 권고를 따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CDC는 앞서 24일(현지시간) 이미 한국에 대한 여행경보를 중국과 똑같은 3단계로 격상했다.
 
코로나19는 한·미 군사 관계에선 이미 타격을 미쳤다. 한·미 군 당국은 27일 다음달 예정됐던 한·미 상반기 연합훈련을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1976년 ‘팀 스피리트’라는 이름으로 시작됐던 이 훈련이 감염병 때문에 연기된 건 처음이다. 코로나19 위험이 당분간 계속되는 만큼 올해 상반기 연합훈련은 사실상 취소됐다는 게 군 안팎의 평가다. 군 일각에선 이번 훈련 연기가 “왜 위험한 곳에 보내는가”라는 식으로 미국 내 주한미군 주둔 여론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위문희·이근평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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