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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전염병과 싸우는 대구·경북을 응원합니다

중앙일보 2020.02.28 00:02 종합 30면 지면보기
대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첫 발생한 이후 불과 9일 만에 1000명을 넘었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도 병실이 없어 자가 격리 중이던 70대 남성이 어제 오전 숨졌다. 아직 대구에는 병실을 기다리며 자가 격리 중인 확진자가 400명이 넘는다. 이처럼 대구에서는 병상(1013개)보다 환자 수가 많다 보니 제때 입원 치료를 못 받는 안타까운 사례가 늘고 있다. 전문가들이 사태 초기부터 지역사회 감염 확산을 경고했지만 정부가 늑장 대응하는 바람에 결과적으로 국민의 피해를 키운 셈이다.
 

환자보다 병상 부족해 막대한 피해
의료인 달려가고 각계 도움의 물결

권영진 대구시장은 그제 확진자 병상을 경기도에 요청했지만 온전히 받아 들여지지 않았다고 한다. 권 시장은 어제 브리핑에서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 인력이 부족하다”고 거듭 호소했다. 대구와 경북은 지금 기존 의료 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려 있다. 일부 의료진은 방호복도 없이 마스크만 쓴 채 환자를 치료하며 전염병과의 사투를 벌이고 있다.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피로도 누적되고 있다.
 
이런 절박한 상황에서 이성구 대구 의사협회장이 지난 25일 “환자가 넘쳐나는데 대구엔 의사들 일손이 턱없이 모자란다. 대가도, 칭찬도 바라지 말고 피와 땀과 눈물로 시민을 구하자”며 의사들의 동참을 호소했다. 이에 공감한 의료인 490명이 어제까지 지원했다. 서울 강남에 거주하는 영상의학과 전문의 서명옥(60)씨, 경북 경산에서 개인병원을 운영하는 내과 전문의 조현홍(66)씨 등은 위험을 무릅쓰고 대구행을 결심했다.
 
계명대 동산병원은 일반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옮기고 다급한 코로나19 확진자들에게 병실을 내주기로 했다. 일반 환자들이 더 아픈 환자들을 위해 상당한 불편을 감내해 준 것이다. 경증 환자들은 자가 격리의 고통을 감내해 주고 있다. 서문시장 등 대구 일부 건물주들은 임대료를 깎아주거나 안 받기로 했다고 한다. 어려운 시기에 희생정신을 발휘한 ‘코로나 의병(義兵)’의 행동은 모두를 숙연하게 한다.
 
여당 정치인은 “대구 봉쇄” 등의 궤변으로 시민들의 상처에 소금을 뿌렸지만 수많은 국민은 다양한 방식으로 대구와 경북의 어려움에 함께하고 있다. 시골 초등학생이 용돈을 성금으로 보냈고, 삼성·현대차·SK·LG 등 대기업과 중견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성금을 보내고 있다. 마스크와 세정제 등 물품을 보내는 기업도 있다.
 
비록 문재인 정부는 전염병 위기 대응에 실패했지만 그 공백을 평범한 국민과 민간 부문에서 메우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번 코로나19는 신종플루보다 전파 속도가 빠르고 치사율도 높다. 그만큼 ‘코로나 국난(國難)’은 장기전이 예상된다. 하지만 과거에도 그랬듯이 위기 때마다 국민의 단합된 힘과 지혜로 능히 극복할 수 있다. “힘내라 대구·경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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